스티브 잡스의 평가는 세월이 흘러가면서 긍정적으로 바뀌는 경향을 보인다. 물론 모든 역사는 승자의 관점으로 기록되기에(예외: 징기스칸의 역사는 대부분 패자의 시각으로 기록되었다. 징기스칸이 오면 다 죽는다... 뭐 이런 식으로... T_T) 스티브 잡스도 예외는 아닌지라 애플로 복귀한 다음부터 기존의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물론 애플 제품 라인업의 단순화(수십 여 종의 매킨토시와 레이저라이터 제품군에서 데스크탑, 노트북, 아이맥 세 종류로 줄어든다)와 아이포드/아이폰의 성공이라는 후광 효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기에는 연이은 성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간이 충분한 독자분이라면 iCon: 스티브 잡스나 이번에 새로 나온 아이작슨이 지은 스티브 잡스 공식 전기(이 책도 읽고 있기에 조만간 서평을 올려드리겠다)를 읽어보시면 되겠지만, 두 책 모두 분량과 텍스트 압박이 진짜 만만치 않기에 비교적 속성(?)으로 스티브 잡스의 삶을 되돌아보고 싶다면 에이콘 출판사에서 나온 스티브 잡스 네 번의 삶을 읽어보는 방법이 있겠다.
책 나온지 며칠 되었다고 벌서 서평이 뜨냐고 알바라고 항의가 들어올지 몰라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반칙 같지만 출간에 앞서 교정지로 다 읽었다. 나름 애플광(?)이라는 소문이 퍼져서 그런지 몰라도 '미래를 만든 Geeks'(앤디 허츠필드가 지은 이 책도 스티브 잡스를 이해하기 위한 상당히 중요한 책으로 봐야한다. 필독서 목록에 넣어주시라.)도 출간에 앞서 일부를 미리 읽었는데 이번에도 미리 읽게 되는 찬스를 잡았다고 생각하시면 틀림 없겠다.
이 책은 프랑스 저자가 적었기 때문에 치밀한 자료를 토대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식으로 밀어붙이는 미국쪽 책과는 달리 문화적인 냄새(?)가 많이 난다. 물론 전반부를 넘어서 후반부로 가면 아무래도 기술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는 관계상 이런 좋은 특성이 사라지긴 하지만 1부까지는 확실히 음악/예술을 사랑(?)하는 스티브 잡스의 면모를 잘 잡아내었다(힌트: 이 책 원저자가 음악 관련 저술을 많이 했다). 책 제목에서 네 번의 삶이라고 나오는데 이는 책 구성을 본따 지은 제목이라고 보면 되겠다. 1부는 스티브 잡스가 방황하던 시절 이야기를 다루는 '구도와 방황', 2부는 애플과 매킨토시 개발 과정을 다루는 '스티브의 영광', 3부는 망가진 스티브 잡스의 재기를 다루는 '오딧세이', 4부는 스티브 잡스의 복귀와 죽음을 다루는 '인생의 절정기'이며 악마(?) 스티브 잡스가 인간(?) 스티브 잡스로 바뀌는 모습을 연대기 순으로 소개한다.
아이폰 이후의 잡스는 스포트라이트를 너무 많이 받아 많은 분들께서 별의 별 내용까지 다 알고 계시겠지만, 넥스트스텝 이전의 스티브 잡스는 애플 ][ 오덕이 아닌 이상 잘 모르실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쯤 본 모습을 보시고(이 책에서 많이 순화한 수준이 이 정도다. 사실상 젊었을 때 잡스는 거의 구둣발로 엔지니어 조인트 까는 게 일상 다반사라고 보시면 된다.) 언론에 너무 많이 나와 조금 식상하긴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연설도 본문 중에 소개되므로(경험상 규칙: 유명할수록 실제로 다 읽고 들어본 사람은 적다. ㅋㅋ), 혹시 아직 접해보지 못한 분이시라면 이번 기회에 읽어보시면 좋겠다.
1991년부터 매킨토시를 사용해왔던(물론 중간에 유닉스 워크스테이션과 윈도우 기계로 외도를 한 기간이 있긴하지만... ㅋㅋ) 애플 광으로서 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 말씀을 드리겠는데, (애플 제품의 철학과 사상을 좀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이야기는 상기 소개하는 어떤 책이라도 좋으니 애독자 여러분께서는 꼭 시간 내셔서 읽어보시기 바란다. 기존 대기업에서 수행했던 구태의연하고 구시대적인 시장 조사 방식을 거부하고 철저히 개발자 스스로가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서 사용자에게 최대의 가치를 제공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이해하는 단초가 되리라 확신한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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