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을 받으면서 M-16A1 소총을 들고 정말 아무 생각없이(!) 훈련장을 왔다갔다 하다 보니 며칠전 읽었던 비폭력 대화(NVC, NonViolent Communication)의 핵심만 뽑아서 다루는 '자칼 마을의 소년 시장'이 자꾸만 머리에 맴돌았다. 인명 살상용 개인 화기를 들고 하루 종일 비폭력을 계속 생각하다니... 정말 모순되는 상황이 아닌가? T_T
마셜 B. 로젠버그 큰 형님이 지은 "비폭력 대화"(다음 번에 소개할 계획이다)에서 핵심적인 내용만 뽑아서 동화로 만든 이 책은 비록 독자 대상층이 초등학생이긴 하지만 다 큰(?) 애들도 읽어보면 느끼는 바가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이 책의 가장 훌륭한 미덕은 이런 부류의 책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교훈적이고 설교적이고 계몽적인 내용을 가장한 폭력적인(!) 어투에서 탈패해서 책 자체가 이미 비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비폭력 대화의 메시지를 억지로 주입시키는 대신 스스로가 한번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책 내용은 절대 어렵지 않다. 자칼 마을을 맡고 있는 소년 시장이 자칼 자신들의 욕심으로 인해 발생한 무질서를 규칙과 강제가 아닌 의사 소통을 통해 풀어나간다는 줄거리이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소년 시장의 좋은 멘토인 기린이 가져온 요술 안경(NVC 기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도구이다)을 사용해서 내면의 참모습을 파악하고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나도 이제 사람사이에 부대끼면서 왕짜증나는 상황에 부딪히면 마음 속의 기린(과 기린 전매 특허인 마음 투시 안경)을 남몰래 불러봐야겠다.
아이와 함께 보면 좋고, 애인이랑 함께 봐도 좋고, 혼자 봐도 좋을 책이다. 강력 추천!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