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전문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감을 넘어서 자기 과신이 흘러 넘치는 경우가 많다. 문제 하나 내겠는데, 인터넷 검색 찬스를 사용하지 말고 다음 문제를 한번 맞춰봐라.
승객이나 짐을 싣지 않은 보잉 747기 무게를 _90%_ 정밀도로 맞추기 위해 범위를 정해보자. 정확한 무게가 아니라 90%라는 조건이 중요하다.
어떻게든 무게를 맞추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서 최대한 빡빡하게 범위를 잡을텐데, 나사나 보잉에 근무하는 공학도가 아닌 이상 정확한 값을 찾아내기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자기 과신이라는 속성이 여러분을 유혹하지 않았는가? (아니라면 당신은 대단한 고수다) 그런데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다. 돈 좀 굴려본 사람 치고 자기가 투자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을까?(그렇다면 투자를 하지도 않았을 테니... ㅎㅎ) 돈의 심리학은 투자 부문에서 자기 과신에 빠진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돈과 관련된 심리를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각종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설명한다.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서평을 읽어보면 돈의 심리학을 자기 계발서나 투자 지침서로 생각해서 읽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책 내용이 지루하다거나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조금은 학구적인 '행동 경제학'적인 설명으로 인해 막연히 돈 벌 기대를 하고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 당황하는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본다. 어떻게 보면 자신은 아주 능숙하게 돈을 잘 굴린다는 '자기 과신'이라는 환상을 깨버리려고 노력하는 두 저자에 대한 분노의 표현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왔던 부분은 주식 투자와 부동산 투자에 대한 시각이다. 이 책 저자는 직접 경영을 하지 못하면서 경영에 준하는 이익을 얻기 위한 손쉬운 방법이 바로 '주식이나 펀드 투자'이며, 집을 사지 않고서도 부동산 오름에 편승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이 바로 '부동산 펀드 투자'라고 말한다. 제대로만 된다면 기업 운영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방법이 있을까? 장기적으로 인덱스 펀드와 같은 시장 전체를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는 투자 기법을 동원할 경우 자신의 감이나 운에 의존해서 무턱대고 귀가 얇게 작전이 들어간 주식을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거나, 단순히 과거 수익률만 보고서 뮤츄얼 펀드를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서 잔고가 0에 수렴하는 사람에 비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대한민국과 같은 부동산 왕국에서 이 책이 얼마나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자기 심리를 알아야 돈을 벌 수 있는 법... 자기에게만 돈이 붙지 않는다고 매일 애꿏은 운만 탓하지 말고 이 책을 읽고 정신 한번 차려보자.
EOB
애독자입니다.
답글삭제몇가지 생각해 봤습니다만...
비행기를 바다로 끌고가서 배위에 올려 놓은(배에 미리 선을 그어둡니다) 다음에 배가 얼마나 가라앉았나 확인하고 배주인한테 물어봅니다--;
아니면 옆에서 사진을 찍은 다음 라인을 그려서 회전체로 부피를 구합니다. 속안에 빈공간은 날개하고 쌤쌤 해버렸다고 가정합니다--;
또는 트럭을 많이 갖고 와서 줄로 한쪽은 비행기 한쪽은 트럭 무더기를 연결한 다음 서로 반대로 당기다가 평형을 이룰때 트럭의 개수를 세서 트럭주인에게 물어봅니다.
어제 '돈의 심리학'을 읽었습니다. 어떻게 돈을 벌어라는 내용이 아닌, '네 자신을 알라'라는 내용이었고, 허를 찌르는 많은 예제들과 이야기들에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예전에 산 다른 책에 비매품으로 끼워나온 것인데, 구입한 책은 완전 쒸레기였고, 비매품이 오히려 재미를 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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