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4월 24, 2008

[독서광] 성공이 너무 뜨겁거나 실패가 너무 많거나



지난주에 세상을 바꾼 혁신 vs 실패한 혁신: 실패한 혁신에서 배우는 위대한 교훈에 이어 이번 주에도 실패를 다루는 책을 소개하게 되었는데, 수많은 성공(?) 서적에 비하면 실패를 다루는 책은 여전히 새발의 피다. 하지만 앞으로도 꿋꿋하게 시대에 역행하는(?) 서평을 올려드릴 예정이다.



오늘 소개할 책은 독일 잡지 편집장이며 저술가인 마티아스 브뢰커스가 쓴 '성공이 너무 뜨겁거나 실패가 너무 많거나'인데, 부제가 참 재미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일이 일어난다.


요즘 각종 음식물 관련 사고가 연속으로 터져서(어제도 모 사에서 만든 빵에 고무장갑 조각이 있었다고 하나?) 모든 사람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이 책에 따르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모든 사람들이 음식 걱정을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속속 벌어진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고 어떻게 보면 말이 되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이 책은 실패를 다루는 책이라고 선전을 하지만 실제로는 실패가 아니라 사회 현상에 대한 풍자를 다루는 쪽에 훨씬 더 가깝다(이래서 제목에 낚이면 안 된다.). 특히 성조기 휘날리며 위대한 미국을 부르짓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심기가 대략 불편해진다고 미리 알려드리겠다. 뭐 비단 미국 뿐만이 아니라 삽질에 능숙한 여러 정치가와 입안가들을 술 안주거리로 만든다.



읽다보면 흥미롭게도 2MB 관련 내용도 나온다. 6장 하얀 코끼리를 보면 대규모 공사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을 '하얀 코끼리'에 비유하고 있는데,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도 '하얀 코끼리'라고 한다(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별도로 설명 안 해도 알거다.). 책 내용을 잠깐 들여다볼까?



하얀 코끼리 망상에 빠지는 사람은 무엇보다 독재자들과 권력자들이고, 하얀 코끼리는 이들의 권세욕과 자기 과시욕이 치명적으로 결합된 경우에 탄생한다. 이 때 독재자와 공학자가 가장 이상적인 쌍(히틀러와 슈페르, 스탈린과 다비도프)을 이룬다.


2MB와 어울리는 공학자가 누군지 궁금하면 뉴스 검색을 해보시라~



민간에 대한 규제 완화로 갱재를 살리겠다는 2MB의 갸륵한 시도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폐부를 찌른다. 자본주의에서 자멸주의로 바뀌는 좋은 예로 16장을 보면 전구 회사들이 담합해서 원래 2000 시간에 이르던 백열등 수명을 1000시간으로 줄이기 위해 어마어마한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게 수명을 줄이면서 전구 회사 카르텔이 내세운 주장이 정말로 눈물겹다.



백열등 생산의 생산 가능성을 더 유리하게 이용하고, 한결같이 뛰어난 품질을 보장/유지하고, 판매 분배의 경제성 개선과 전기 조명의 효율성을 강화하며,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전기 소비를 증가시킨다.


수명이 5000 시간에 이르는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백열등을 만들어내던 양심적인 동독 회사를 합병해서 수명을 1000시간으로 줄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지켜보면 앞으로 고삐 풀린 대기업 카르텔이 무슨 삽질을 할지 안봐도 DVD다. T_T



조금 삐딱하면서 풍자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EOB

댓글 1개:

  1. 재밌겠네요.
    2MB X는데 재미들려서 ^^
    티셔츠 까지 샀으니...


    새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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