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 정도 학창시절에 인성 검사라는 재미있는(?) 검사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테다. 여러 가지 다양한 검사 유형이 있지만, B급 프로그래머는 MBTI가 가장 흥미로웠다. 물론 심리학자 사이에서는 자기가 생각한 답을 자기가 찍어서 자기 성격을 판단하기에 객관성이 결여되어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래도 잘만 활용하면 사람들의 다양한 유형을 이해하는 기준으로 삼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심리학 서적과 웹 문서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 이 검사 기법을 다시 한번 책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MBTI를 처음 고안한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이 책을 썼다는 이유 때문일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 존재 의미를 생각해보니 우리가 품고 있던 MBTI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목적이 1순위다. 한국어판 위키피디아에 소개된 MBTI를 봐도 일반인들이 딱 오해(?!)하기 쉽도록 정리 되어있으니, 16가지 유형 중에 당신은 한 가지 유형이다라고 딱지 붙이기가 쉽다.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에 따르면 지배적인 정신 작용만큼이나 보조적인 정신 작용도 중요한데, 대부분 MBTI 검사 결과를 지배적인 정신 작용을 설명하는 척도로 사용해버리니 이건 원저자 의도를 완전히 무시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보조적인 정신 작용을 등한하는 시류는 융이 처음에 내향적인 유형을 묘사하면서 왜곡의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붙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사실만 보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큰 듯이 보인다. 어쨌거나 이 책은 1장부터 지배적인 정신 작용과 보조적인 정신 작용의 조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지배적인 정신 작용이 완전히 틀을 잡고 나서 보조적인 정신 작용이 보완하는 모양새를 갖춰야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 있으려니 B급 프로그래머도 보조적인 정신 작용을 계발하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있다.
책 중반은 조금 어렵다. 16가지 유형이 나오는 원리와 적용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므로 어지간히 심리학 책을 많이 읽은 독자들이라도 악전분투를 거듭하리라고 본다. 하지만 후반부에 들어가면 다시 MBTI를 토대로 건전한 삶을 꾸리는 방법이 나오므로 흥미를 되찾으리라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B급 프로그래머 자신에 대해 좀더 잘 알게 되었으며, 주변 사람에 대해서도 이해폭이 넓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틀린'이 아니라 '다른' 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회로 한 걸음 다가가기 위해 애독자 여러분들도 연말 휴가를 틈타서 이 책을 꼭 한번씩 읽어보기 바란다.
올해 마지막 블록 쌓기를 '[독서광]'으로 끝내서 아주 만족스럽다. 아무쪼록 애독자 여러분 모두가 2008년 잘 마무리하고 희망차고 보람있는 2009년을 시작하면 좋겠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