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3월 22, 2009

[일상다반사] 1만시간 법칙 추가 설명

1만 시간 법칙에 대한 오해라는 글을 읽다보니, 사람들이 1만시간 법칙에 대해 오해를 많이 한다는 지적에 100% 동감한다. 아웃라이어를 읽다보면 무조건 시간만 때려부으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테니스 백핸드와 포핸드를 1만시간 동안 연습한다고 세계 최정상급 테니스 선수가 되지는 못한다. 물론 기교, 전략, 전술, 편법 등은 기본기 위에서만 가치가 있기 때문에 최정상급 선수들조차 기본기를 다지는 과정에 많은 공을 들인다. 하지만 최정상급 선수들은 항상 목표로 삼은 방향을 향해 기존에 쌓았던 경험을 토대로 계속해서 자신을 계발하는 특성이 있다. 매 경기마다 전략적으로 접근하며 기본에 벌어졌던 경기를 분석하고 또 분석한 다음에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서 다음에 똑같은 상대편(어차피 특정 분야 바닥은 좁다)과 붙을 경우를 철저하게 대비한다. 이게 바로 1만시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핵심 열쇠다. 아무런 목적 의식 없이 1만시간을 때려부었다고 해서 전문가가 되어 창의력을 마음껏 펼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강남 학군이 뛰어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략적인 방법으로 공부하도록 유도하고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선생과 동료 학생들이 사방에 널렸기 때문이다.



직전에 올린 아웃라이어 서평에서 미장원 원장선생님 예를 든 이유는 자기가 하는 일 =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일 = 자기가 목표하는 일이 동일하기 때문에 하루 10시간 투입이 고스란히 전문가적인 소양을 쌓는 시간으로 투입되었기 때문이었다. 옆에서 가만히 살펴보니 이 원장 선생님은 기계적으로 머리를 자르는 대신에 과거 경험했던 특이한(?) 손님 머리카락 특징을 기억하고 있다가 새로운 손님이 오면 번개처럼(!) 과거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서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전략을 잡는 듯이 보였다. 2~3달 정도 미세 조정 끝에 머리카락을 길들이는 솜씨를 보고 20,000시간에 걸쳐 의도적으로 축적해 놓은 데이터베이스의 위력에 놀랐을 따름이다. 솔직히 동네 미장원을 방문해보면 20,000시간이 아니라 50,000시간이 넘게 한 우물을 파신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창의력과는 거리가 먼 솜씨(?)를 너무나도 많이 봤다(좌/우 머리 숱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B급 머리카락을 깎기가 힘들다고 원인까지는 파악하는 사람은 봤지만... 그 이후 속수무책).



소프트웨어 개발도 마찬가지라서 단순히 회사에서 시간만 보낸다고 해서 그 분야 전문가가 되기는 정말 어렵다. 항상 의식적으로 목표를 잡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쌓은 경험을 응용해보고, 응용 과정에서 부딪힌 난관과 실패를 다시 피드백 하는 방법으로 선순환 단계를 지속적으로 밟지 않는 이상 1만시간이 아니라 무한대 시간을 퍼부어도 창의력을 발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



자 그렇다면. 특정 분야에 전문가로 자리잡기 위한 여러분 목표는 무엇인가? 창의적인 전문가가 되기 앞서 구체적인 목표와 실천 강령부터 점검해볼지어다.



EOB

댓글 3개:

  1. 저도 무언가에 실력을 키우는 중에 자주 떠올리는 말이 있습니다.

    '온리 원을 목표로 하라', '아무렇게나 한다고 잘 하게 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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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아웃라이어라는 책도 꼭 읽어 봐야 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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