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2월 05, 2009

[끝없는 뽐뿌질] 맥북 프로 유니바디 HDD 교체

맥북 프로 15인치 유니바디에 장착된 320G짜리 HDD를 500G짜리 HDD로 교체하려고 마음먹고 본체를 뜯기 시작했다. 물론 작업 전에 맥북 프로 유니바디에 따라오는 매뉴얼을 읽고 분해-조립 순서는 충분히 숙지했다.

가장 먼저 뒤두껑을 열어야 하는데 안경 나사를 조을 때 쓰는 십사 드라이버로 나사선이 나가지 않도록 조심조심 분리했다. 나사 고정 접착제인 록타이트가 발라져 있기 때문에(이럴 때는 왕년에 하드웨어 관련 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잘 열리지 않으므로 당황하지 말고 어느 정도 힘을 가해 열어야 한다.

뒤 두껑을 열고 나면 광학 드라이브 옆에 HDD가 보인다. 역시 안경 나사용 십자 드라이버를 사용해 디스크 고정 걸쇠를 열고 HDD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잡고 들어올리면 쉽게 분리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다음 그림을 봐라!


(make 잡지에서 가져옴)

예전 HDD 옆에 고정된 나사 네 개를 풀고 새로운 HDD를 장착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걸 풀려면 일반 드라이버로는 안 된다는 사실! 구글 큰 형님께 물어보니 친절하게 그림과 더불어 HDD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정리한 [MacBook Pro] 유니바디 맥북프로 RAM 램, HDD 하드 업그레이드라는 구세주를 찾아내었다. 여기서 제시하는 해법은 펜치 사용!

조언에 따라 집에 있는 펜치를 가져와 나사 두 개를 풀었는데, 나머지 나사 두 개는 록타이트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 '닭 잡을 힘도 없는' B급 프로그래머는 손을 들었다. 다시 구글을 검색해보니 이 나사를 풀려면 Torx T6 규격 드라이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 그러면 여기서 Torx 드라이버 규격을 잠깐 살펴보자.

'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을 읽다보면 67번 '십자 나사'라는 수필이 나온다. 일자 나사 규격의 단점인 중심을 맞추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십자 나사가 등장한 셈이다. 하지만 일자 규격을 아아아주 늦게서야 대체한 십자 규격에는 장력이 어느 정도 가해지면 드라이버가 튕겨나버린다는 장점 겸 단점이 존재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공장 자동화를 할 경우 십자 드라이버 기기 수명도 짧아지며 튕겨날 경우 제품 다른 부위에 손상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점도 발생한다. 그래서 머리를 쓴게 바로 Torx(국내에서는 별이라 부른다) 규격이다. 물론 Torx 규격이 십자 규격을 몰아내려면... 긁적... 이건 가능할지 조차 모르겠다.

Torx 랜치는 일반 철물점에서는 팔지 않으므로 옥션에 들어가서 '별 드라이버'로 검색해보니 그야말로 다양한 제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어떤 사람은 Torx 드라이버가 제품을 쉽게 열지 못하도록 막는 일종의 보안(?) 장치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옥션 들어가서 한번만 검색해보면 얼마나 순진한 믿음인지 알게 된다. T_T 그리고 유사품인 육각 랜치도 있는데 별 랜치와 혼동하면 안 된다. 위키피디아 Torx 항목을 보면 다양한 규격이 존재한다.

충분한 조사와 평가를 거쳐 거금 만원을 들여 정밀 별렌치 드라이버를 구매했고, 배송 받아 HDD 나사를 열어보니 너무나 쉽게 문제가 풀렸다. 펜치 돌리다가 손 아파 고생한 거 생각하니 잠깐 억울했지만, 성공하고 나니 고생한 거 잊어버리고 기분이 마구 좋아졌다.

혹시라도 맥북 프로 유니바디 HDD를 교체하실 분이라면 Torx 드라이버는 미리 하나 구입해 놓으시길... ;)

EOB

댓글 4개:

  1.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을 읽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오래 전에 나온 iCon: 스티브 잡스가 가장 눈에 띄더군요
    오래 전에 나왔긴 하지만 당시에 안읽었는데
    컴퓨터vs.책 야후 블로그에 오랜만에 들어가서 서평도 읽어보고 흥미가 생겼습니다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 중 추천해주실 만한 책이 더 있으신가요?
    아마도 저자님은 스티브 잡스에 관한 책이라면 다 알고 계실 것 같아서요

    스티브 잡스가 쓴 책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아마도 아직 없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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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핫핫~ 저도 아이맥 RAM 업글 때문에 열어보려다가 그 이상한 모양의 나사 때문에 포기를...

    그래서 지난 주에 BAUHAUS에서 공구 세트 하나 장만했습니다. 애플 마이티 마우스 청소할 때도 필요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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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학생님: 몇 가지 책이 시중에 나와있지만, iCon 강추입니다. ;)

    // Josh: 바우하우스 가셔서 온갖 공구와 재료 뽐뿌에 신용카드 털리신거 아니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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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흠흠... 마음이 흔들거리긴 했지만, 여기서는 최고의 뽐뿌 방지 대책은 환율입니다. 한화로 환산하면 함부로 못 집어들지요.

    유로가 1300원대였던 시대는 파라다이스가 아니었을까요...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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