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기대하지도 않았던 책이 대박인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 소개할 "(사람의 열정을 이끌어내는) 유능한 관리자"가 바로 이런 부류에 속하는 전형적인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기존 무능한 '관리자'에 대한 풍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수 많은 책과는 달리 이 책이야 말로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어버리는 조언으로 가득 차 있다. 책 귀퉁이는 접힐대로 접혀 위쪽이 볼록한 상황에 이르렀으니 여기서 일일이 좋은 내용을 다 소개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독자 여러분을 위해 책을 읽다가 얻은 몇 가지 훌륭한 교훈을 정리해보겠다.
가장 먼저 이 책 영문 제목을 살펴보면 "First, Break All the Rules: What the World's Greatest Managers Do Differently"다. 한국어판 제목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지만 사실상 이 책은 "모든 규칙을 깨라"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관리자가 다르게 행동하는 방식"을 다루고 있다.
우선 유능한 관리자를 구분하는 (강력한!) 세 가지 질문부터 시작하겠다. 나중에 원하는 분들이 많으면 유능한 관리자들이 답한 표준 답안도 제시해드릴테니, 각자 자신이 얼마나 유능한 관리자인지 확인해보기 바란다. 참고로 (제 얼굴에 금칠해서 대단히 유감스럽지만...) 세 가지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한 B급 프로그래머는 유능한 관리자 맞다. 낄낄...
- 관리자로서 다음 중 어떤 유형의 직원을 선택하겠습니까? 독립성이 강하고 도전적인 성격으로 연간 12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유형과, 무난한 성격에 동료 직원과 잘 화합하지만 연간 6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유형. 이렇게 선택한 이유는?
- 부하 직원 가운데 생산성 측면에서는 아주 탁월하지만 서류 업무는 엉망진창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그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 부하 직원 가운데 두 명의 관리자가 있는데, 한 사람은 관리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반면에 다른 한 사람은 평범하다고 합시다. 그리고 현재 두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첫번째 부서는 진행이 원활하고 두 번째 부서는 고전 중이지만, 아직 두 부서 모두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유능한 관리자를 어느 부서에 배치하겠습니까?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질문이 상당히 어려운가? 질문 내용을 곰곰히 뜯어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전통적으로 알려진 관리자의 미덕과 행동 규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누군가 관리자가 다음과 같이 행동해야 한다면 미쳤다고 말할 것이다.
- 평등이란 없다. 모든 부하직원/팀원에 대해 다르게 행동하라.
- 내가 대접받기 원하는 대로 남에게 대접하지 마라.
- 부하직원/팀원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마라. 장점에만 집중하라.
- 최고의 직원에게 시간을 투자하라.
- 승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역할이 더 중요하다.
-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라.
이 책에서는 갤럽(!)의 축적된 경험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관리자들이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와 통계 분석을 토대로 공통점을 분석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이 바로 이런 조사와 통계 분석 결과의 결과(놀랍게도 뛰어난 관리자는 다르게 행동한다) 중 일부다. 이 책에서 유능한 관리자가 공유하는 사고 방식은 다음 4가지로 간략하게 요약한다.
- 사람들은 별로 변하지 않는다.
- 그 사람에게 없는 것을 있게 하려고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 가지고 있는 것을 밖으로 끌어내면 된다.
- 그것조차도 쉽지 않다.
아주 불편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전통적인 관점에서 정리한 관리자의 사고 방식을 한번 들어다볼까?
- 직원 선발: 경력/지능/판단력을 근거로 선발한다.
- 기대치 설정: 적절한 단계를 규정해준다.
- 동기 유발: 취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자기계발: 교육과 승진을 도와준다.
하지만 경력/지능/판단력만 보고 좋은 사람을 뽑을 수 없으며, 적절한 단계를 규정하고 사람들의 단점을 고친다고 해서 탁월한 경영 성과도 담보하기 어렵다. 직원의 승진이 '발전'의 핵심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관리자는 상기 네 가지를 부정하고 다음과 같은 혁신적인 접근 방법을 사용한다.
- 직원 선발: "재능"을 근거로 선발한다.
- 기대치 설정: '성과'(목표)를 규정한다.
- 동기 유발: '장점'에 초점을 맞춘다.
- 자기계발: 적절한 '역할'을 찾아준다.
큰 차이가 없는 듯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지금 관리자를 맡고 있다면 고전적인 접근 방식과 혁신적인 접근 방식에는 어렴풋이라도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눈치챌지도 모르겠다. 앞서 말한 유능한 관리자의 4가지 사고 방식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진정한 관리자에 대한 정의(강한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 유능한 관리자의 지혜), 유능한 관리자가 되기 위한 4가지 열쇠(재능을 보고 선발하기, 합리적인 목표 설정, 장점 개발, 적합한 역할 찾기), 인재 완성을 위한 방법(인터뷰, 성과 관리 토대 수립, 능동적인 대처, 전통적인 관념의 뿌리 뽑기, 직원의 재능을 자유롭게 분출하도록 조직 정비)를 이론과 실전을 총 동원해 설명하고 있으므로 유능한 관리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고 보면 틀림없다(99.99% 맞을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서 나름 창의력을 발휘해 사람의 열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능한 관리자가 되기를 (아니면 최소한 이런 관리자를 만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책에 나온 스콧 피츠제럴드의 명언으로 끝을 맺는다(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을 읽은 독자라면 100% 동감할 것이다.
최고의 지성이란, 서로 상반되는 생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행동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다. - 스콧 피츠제럴드
뱀다리: 올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초강력 블록버스터인 이 책은 나온지 오래되고 별로 알려져 있지 않기에 절판될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얼른 구입하기 바란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