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풀리는 일이 없어 의기소침해 있다가, 얇고 가벼운 책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제랄드 와인버그 형님이 쓴 "대체 뭐가 문제야"(영어 제목은 "Are your lights on?"인데 본문 중에 나오는 터널 끝에서 전조등을 켜야할지 꺼야할지를 놓고 운전자에게 보여주는 멋진 문구이기도 하다.)를 들자마자 그냥 미친듯이 다 읽고 말았다.
이 책은 독자가 처한 상황 또는 맥락에 따라 엄청나게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아마존에 들어가니 평가가 극과 극이다. 따라서 언제나 늘 그렇듯이 B급 관리자가 이 책에 대해 평가한 내용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
책 자체가 다루는 내용은 "우리가 실제로 풀려고 하는 문제가 진짜 문제가 맞느냐?"로 간단 명료하게 요약 정리가 가능하다고 본다. 실제로 엄청난 돈/노력/시간을 투자해서 문제를 풀었다고 생각하고 잠시 뒤를 돌아보면... 이 산이 아닌가벼... 아까 그 산이 맞는가벼...와 같은 당황스러운 상황에 많이 부딪히는데, 이 책에서는 속시원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유머러스하게 이런 모순이 일어나는 원인과 해법(뭐 해법이 아주 황당한 경우도 있다)을 설명한다.
이 책이 20년 전에 나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책에 나오는 예제가 조금 낡았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예제가 낡았다고 해서 내용도 낡았다고 보면 곤란하다. 페이지는 얇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이 곳곳에 나오므로 정신 바짝 차리고 봐야할 필요성도 있다. 흥미로운 내용을 한번 정리해볼까?
허상의 문제들이 진짜 문제이며, 문제란 바라는 것과 인식하는 것 간의 차이다.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마라.
만약 문제를 너무 쉽게 해결한다면, 문제를 제시한 사람들은 결코 당신이 진짜 문제를 해결했다고 믿지 않을 것이다.
도덕적 문제는 문제 해결의 달콤함에 녹아버린다.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정확한 정의를 내렸다고 결코 확신하지는 말라.
각각의 해결안은 다음 문제의 근원이다.
문제를 이해할 때, 잘못될 수 있는 경우를 적어도 세 개 이상 생각해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들 스스로 문제를 완벽하게 풀 수 있을 때에는 그들의 문제 해결에 끼어들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그들의 문제라면 그들의 문제가 되도록 해라.
잠시라도 좋으니 변화를 위해 당신 자신에게 책임을 물어라.
문제의 근원은 대부분 당신 안에 있다.
문제 해결사들이 사는 세상에는 왕, 대통령, 혹은 학장과 같은 사람들이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일을 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이 할 일을 만드는 사람.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일을 하는' 사람과 그 '공을 가져가는' 사람.
최종 분석에 따르면 정말로 자신의 문제를 풀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한다.
이쯤이면 왕짜증이 나거나 박장대소를 하거나 둘 중 하나다. 짜증이 물 밀듯 밀려오면 그냥 시중에 엄청나게 많이 나와있는 '자기(?) 계발서'를 하나 사서 읽어보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롭고, 박장대소를 하신 분이라면 당장 사서 읽어보시라. 아, 비폭력대화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이 책에서 뭔가 다른 교훈을 배울지도 모르겠다. 여튼 이 책을 읽고 나서 B급 관리자의 기분이 많이 좋아진 이유는 "문제의 근원은 대부분 당신 안에 있다."랑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한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 "여러분은 대체 뭐가 문제인가?"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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