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영 블로그답지 않게 계속해서 '개발' 책만 소개했는데, 독서의 계절을 맞이하여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보겠다. 오늘은 'slide:ology 슬라이드올로지 - 위대한 프리젠테이션을 만드는 예술과 과학'에 이은 낸시 두아르테의 신작인 'Resonate: 공감으로 소통하라'를 소개해드리겠다. 이미 슬라이드올로지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잘 알고 계시겠지만, 이 책 역시 단순히 파워포인트를 사용한 예쁜 발표자료 만들기에 대한 책이 아니다. 차라리 세상을 바꾸기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 책은 발표 자료 형식이나 구성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기에 기대했던 바와 다른 내용에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프리젠테이션의 목적이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선 동기 부여와 참여라는 사실을 미뤄볼 때, 프리젠테이션의 가장 기본을 다루는 이런 유형의 책이 형식이나 기교를 다루는 책보다 먼저 나왔으면 더 좋을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좋은 프리젠테이션의 원리/원칙만 소개하는 선에서 끝났다면 구체성이 결여되어 "So what?"이라는 반응이 바로 나왔을텐데, 이 책 자체도 좋은 프리젠테이션의 형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에 이 책을 정독하고 나면 분명히 과거와는 달리 프리젠테이션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신화, 영화, 예술 분야를 오가며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변화를 일으킨 여러 요인을 분석해 이를 프리젠테이션에 접목하는 방법을 다룬 학제간 연구서라고 봐도 좋겠다.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모차르트(음악), 히치콕(영화), 커밍스(시), 마사 그레이엄(무용), 레너드 번스타인(지휘)의 사례를 보고 있으면 장인들의 눈물겨운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인구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뛰어난 작품은 천재들이 그냥 잠깐 생각해 나온 결과가 아니라 끊임없는 연습, 개선, 고민의 결과라는 사실은 한방에 뜨거나 또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일반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프리젠테이션 역시 다른 모든 위대한 공연/예술/작품과 마찬가지로 치밀한 기획, 연습, 개선, 피드백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바로 스파크라인(Sparkline)을 사용한 프리젠테이션 분석이다. 스파크라인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대비, 감정과 전달 방식의 변화를 시간의 흐름에 맞춰 패턴화하는 좋은 도구이므로 다른 발표자의 의도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동시에 한 걸음 더 나가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구축하는 과정에 적합하다. 본문에서는 리차드 파인만, 존 오트버그, 스티브 잡스,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발표 예를 분석해 관중들을 어떻게 들었다 놓았다 울렸다 웃겼다 하는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의 깊게 설명하고 있다. Resonate by Nancy Duarte에 가보면 관련된 여러 관련 비디오와 이미지가 나오므로 책(원서 또는 번역서)과 함께 참조하면 좋겠다.
본문에 나오는 몇 가지 좋은 이야기를 정리해보겠다(정말 간만이다. ㅎㅎ)
위대한 발표는 청중을 변화시킨다.
건강한 조직을 유지하려면 변화와 개선이 지속되어야 한다.
설득의 최대의 적은 모호함이다.
감정요소를 배제하고 전문용어로 무장하는 것이 편하긴 하다. 하지만 편한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악당을 물리치는 이야기든 대단한 사업 성취를 이뤄내는 이야기든 누구나 자신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발표자가 겸손한 자세를 취할 때에만 청중은 통찰력을 얻게 되며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어설픈 시작은 어설픈 결말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 유리피데스
"인간은 웃고 울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오직 인간만이 주어진 현실과 실현 가능한 이상 사이의 차이를 놓고 경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윌리엄 해즐릿
모든 청중은 반드시 변해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꼼짝도 안 하고 자신의 현재 위치에 안주할 것이다.
편집은 청중을 위한 것이다. 그들은 뭐든 다 들어줄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특출나게 훌륭한 글에 가위질을 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면 그 충동에 따르라. 전심으로 말이다. 그 글이 공개되기 전에 삭제해버려라. 아끼는 부분을 없애버려라." - 아더 퀼러-카우치 경
"청중은 구조가 확실한 발표를 원한다." - 헨리 M. 뵈팅거
"무엇이든 초안은 형편없기 마련이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규칙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유연하게 그 규칙을 깨뜨리면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할 수 있다.
보너스: 이 책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발표 자료를 공유해드리겠다.
결론: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프리젠테이션을 공감과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 사람들과 세상을 바꾸고 싶은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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