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읽고 나서 게으름 때문에 서평을 올리지 못한 책이 몇 권 있는데, 오늘 소개할 책은 그 중 하나인 <직업의 지리학>이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이 그렇게 인기를 끌고 최첨단 회사들이 집중되기 때문에 과밀 문제를 막기 위해 전국 각지에 혁신 도시 등을 만들어 골고루 회사와 인력을 배치하는 이론이 잘 먹히지 않는 이유를 이 책은 잘 설명하고 있다. 비록 미국 중심의 통계 자료긴 하지만 어차피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니 한국도 적용되리라는 생각이다.
토머스 프리드만의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주장하는 물리적인 위치는 이제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려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이 책은 제대로 반박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살인적인 월세와 물가에도 불구하고 실리콘 밸리가 붕괴되지 않는 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첨단 기술로 인해 인력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인터넷, 소프트웨어, 첨단 제약 부문의 일자리는 계속해서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인적 자본과 기술 자본이 막강한 사람들이 모임에 따라 다소 인적 자본과 기술 자본이 부족한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예: 첨단 회사 주변에 몰려있는 엄청난 커피숍과 식당을 살펴봐라), 이에 따라 지역적인 특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게 된다.
간략한 시나리오를 전개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좋은 회사가 특정 지역에 들어오면 다른 좋은 회사도 따라서 들어온다(인력 수급이 용이하기 때문에). 그러면 소비력이 높은 사람들이 늘어나므로 자연스럽게 주변 인프라가 발전한다. 주변 인프라가 발전하기 시작하니까 다른 회사들도 또 들어온다. 이렇게 회사들이 들어오면 인프라가 더 좋아진다. 결국 그 지역은 좋은 회사들이 늘어나므로 전반적으로 생활 수준이 높아진다! 그렇다면 여기서 초기에 좋은 회사가 들어오게 하려면 어떤 요건이 중요한지가 궁금해질 것이다. 이 책에서는 몇 가지 요인에 대해 정리하고 있는 데 약간의 우연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유도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시애틀이 첨단도시로 급부상한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이 시애틀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제프 베조스가 시애틀에 아마존을 설립했을 때 직접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움을 받지 않았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로 인해 주변 인프라가 무척 발전되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전직원들이 나와서 차린 여러 회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인력 확보가 손쉬웠다는 장점을 분명이 존재한다. 한국도 정부 정책에 따라 판교에 신도시를 세웠는데, 첨단 기술 단지가 성공적으로 조성된 이유는 다른 신도시도 정부에 사업 신청을 했지만 성남시의 '신분당선'으로 인한 강남 접근성 때문에 쓴 맛을 봤다는 이야기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과천 정보 지식 타운도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사당까지 15분, 양재까지 20분) 첨단 기술 단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 이 책은 여러분들이 성공하려면 회사를 어디 설립해아 하는지, 그리고 직장인이라면 어디 거주해야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차분히 읽어보면 여러 가지 통찰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강력 추천!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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