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9월 11, 2021

[끝없는 뽐뿌질] 키크론 K3 블루투스 키보드

델 노트북의 터치패드가 윈도우 업데이트 직후 비활성화가 불가능해졌다 다시 가능해졌다 반복하는 바람에 자꾸 타이핑 도중에 건드리는 문제가 생겨 조금 불편하더라도 항상 외장 키보드를 들고 다닌다. 기존에는 로지텍 K380 모델을 2년 정도 사용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특정 키가 반복해서 눌러지는 현상이 조금씩 보이더니 결국 따옴표, 숫자 9, 백스페이스 키가 완전 사망하면서 퇴역이 불가피해지는 바람에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왔다.

또 다시 K380 또는 K380의 아류 제품을 고를지 아니면 뭔가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할지 고민하다가 과감하게 키보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알아보니 애플 애호가들을 타겟으로 하는 키크론을 알게되었고, 이동이 가능한 제품인 K3을 구매했다. 지금부터는 2주 꼬박 매일 집에서 사무실에서 사용한 실제 후기를 정리해보겠다.

  • 소음: 아무래도 펜타그래프를 채용한 K380의 정숙한 특성을 이길 수는 없다. 그래도 외부에서 사용 빈도가 매우 높으므로 최대한 조용한 모델을 선택해봤다. 구매한 모델은 키압이 40g이며 리니어 스위치인 옵티컬핫스왑(적축)인데 입력하는 느낌이 아무래도 본격 기계식에 비해 떨어지기는 한다. 주변에 물어보니 기존 K380에 비해 확실히 또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므로 정말 정숙한 곳에서 사용하려면 K380이 답인 듯이 보인다.
  • 개별 키 크기와 키 배열: K380에 비해 이 부분은 월등하다고 볼 수 있다. 단, Page UP/Down, Home/End 열이 가장 오른쪽에 추가되므로 처음 며칠 동안은 엔터키나 백스페이스를 누르다가 자꾸 페이지가 올라가고 커서가 처음 열로 가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제 익숙해진 느낌이다. 커서 키도 크기가 작지 않으므로 쉽게 접근이 가능한데, 익숙해질 때까지는 오른쪽 컨트롤 키(한자)를 건드려서 당황하는 경우가 많으며 오른쪽 시프트키가 조금 작으므로 살짝 불편하긴 했다. 다행히 지금은 자판 배열이 익숙해져서 오타 등이 많이 줄어들고 타이핑 속도도 개선되었기에 키 입력 부분은 K380에 비해 우월하다고 볼 수 있겠다. 참고로 텐키리스 트랙포인트 모델인 레노보 나브 키보드도 후보에 올랐다가 Fn 키와 컨트롤 키 위치가 뒤바뀌어 있어서 바로 탈락했는데, 키크론은 Fn이 오른쪽 앨트(한영 전환) 키와 컨트롤 키 사이에 위치해 만족스럽다. 그리고 유선으로 연결하면 무한 동시 입력이 가능하며, 무선(블루투스)으로 연결하면 6개 키를 동시에 입력할 수 있다.
  • 배터리 수명: K3는 1550mAh 내장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서 배터리 교체가 아니라 직접 충전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 충전주기가 조금 문제다. 백라이트를 켜면 상당히 배터리 소모가 빠르므로 키보드 전원을 켜고 나서 Fn+LED 키를 눌러 백라이트 효과를 꺼버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뒷면 배터리 경고등(붉은색)이 깜빡거리므로 충전을 해줘야 한다. 충전은 USB C 케이블로 가능하므로, 제품에 동봉된 USB A to C 케이블 또는 USB C to C PD 케이블을 사용해 충전하면 된다. 완충은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10분 지나면 자동으로 전원 절약 모드로 들어가므로 잠깐 딴 생각하다 키를 누르면 바로 입력이 안 되는 문제가 있는데, 이게 불편하면 Fn + S + O 키를 4초~5초 정도 눌러서 비활성화할 수 있다.
  • 장치 연결: 불루투스(5.1 지원) 연결은 빠르고 정확하게 잘 되었고, USB 케이블을 사용해 컴퓨터와 유선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 앞서 배터리 수명 부분에서 이야기했지만 충전 또는 데이터 전송을 위한 겸용 USB C 단자가 본체 뒤에 준비되어 있고 키보드 후면의 버튼을 OFF에서 Cable로 변경하면 유선으로 사용 가능하다. 최대 3대까지 가능한 블루투스 연결을 위해서는 키보드 후면의 버튼을 OFF에서 Bluetooth로 변경하고 Fn과 연결하고자 하는 페어링 번호(1, 2, 3)을 4~5초 정도 누르면 된다. 페어링이 이뤄지고 나서는 Fn과 1, 2, 3을 눌러서 전환이 가능하다.
  • 맥/윈도우 지원: 뒤에서 스위치를 조작해 맥과 윈도우용 키보드 전환을 할 수 있고, 기본으로 맥용 키캡이 장착되어 있는데, 상자를 열어보면 키캡 리무버와 윈도우용 키캡이 추가로 들어있으므로 쉽게 교체할 수 있다.
  • 무게: 놀랍게도 423g K380보다 가벼운 396g이다. 대신 타이핑할 때 K380보다는 하판이 약간 덜 튼튼하다는 느낌이 들긴하다. 휴대할 때 30g이 큰 차이가 아닌 듯이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이런 작은 무게가 누적되어 어깨를 아프게 만들므로 이 키보드를 선택한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 키보드 높이: 본격적인 데스크탑 키보드보다는 낮게 설계되어 있지만, V2(2세대)에 들어와서는 최대 9도 각도로 높이 조정이 2단계로 가능한 앵글 스위치가 후판에 달려있으므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 휴대성: K380의 가로 279mm에 비해 조금 긴 306mm이며, 세로는 오히려 K380의 124mm에 비해 조금 짧은 116mm로 다소 길쭉한 느낌을 준다. 높이가 문제인데, 균일 16mm를 자랑하는 K380에 비해 17~22mm이므로 키보드 돌출 등으로 인한 파우치가 필요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K380 본체 가격보다 조금 저렴한(?) 전용 여행용 파우치를 판매하고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이를 구매했다. 그런데 파우치가 왁스 코팅된 고퀄이라 실물보고 깜짝 놀랐다. 비싼데는 다 이유가... ㅎㅎ
  • 백라이트 LED 효과: RGB 버전의 경우 18종으로 패턴을 그리게 되어 있다고 하는데, 어차피 배터리 소모를 최소로 줄이기 위해 주로 끄고 사용할테니 비용도 줄일겸 LED 화이트 버전을 구매했다.

보너스: 리얼포스나 해피해킹을 제외한 대다수 키보드가 그렇듯이 하드웨어적인 컨트롤과 캡스락 키 전환이 불가능하므로, 필요하다면 SharpKeys를 사용해 키매핑을 변경하면 된다.

결론: 현재까지 사용해본 결과 12만 4천원 + 2만 9천원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다. 맥과도 잘 어울릴 듯한 외형과 적절한 키 배열과 입력감은 저가형 미니 키보드와는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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