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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5월 24, 2008

[일상다반사] 멍청한 관리자와 직장인의 로망

살다보면 멍청한 관리자 아래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멍청한 관리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기가 멍청하다는 사실을 모르므로 멍청한 짓을 확대해서 계속 전개해나간다는 데 있다. 후진기어 넣고 자기딴에는 앞으로 간다고 열심히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2MB가 아주 좋은 예다.



멍청한 관리자라고 해서 모든 분야에 멍청하지는 않다. 캐치 22와 같은 지극히 골통스러운 상황 연출은 멍청한 관리자의 전매 특허다. 2MB의 모순 어법(낭만적인 표현으로 '실용노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이 아주 좋은 예다.



멍청한 관리자는 개발자를 계속해서 극한 상황으로 밀어붙인다. "너가 못하는 일이라면 난 너에게 시키지도 않았어.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대의 명분을 앞세운 다음 "까라면 까야지 말이 많아"라는 가부장적 구둣발 문화를 총동원해서 숨통을 팍팍 조인다. 개발자 수명이 얼마 안 남았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성과 더불어 "개발자라서 넌 골통이고 4차원이야"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부지불식간에 두뇌속에 하드와이어함으로써 무기력하게 만드는 최첨단 심리전까지 동원한다.



자, 여기서 잠깐 체스 규칙을 살펴보자. 졸(pawn)이 체스 판 끝까지 가면 어떻게 되더라? 신분 상승(promotion)이 일어난다(대부분 퀸으로 바꾼다. 이유는 굳이 구질구질하게 설명 안해도 잘 알거다. 낄낄...). 체스판 졸(=개발자)을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다보면 부지불식 중에 체스 판 끝까지 다다르는 경우가 생긴다. 순진한 개발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졸로 남을지 아니면 뭔가 다른 엔티티로 변할지 고민한다. 멍청한 관리자는 변신 직전에 있는 졸(?)을 우유부단하다는 둥 실천력이 없다는 둥 리스크를 감내하지 않고 성공만 바란다는 둥 더욱 밀어붙여서 결국 변신하게 만든다. 여기서 일단 퀸으로 변신한 졸(?)은 막강한 기동력으로 삽시간에 주변을 쓸어버리고 바로 체크메이트 들어간다. 'nuclear weapon detected'라는 살 떨리는 경고 메시지를 허투루 보다가 완전히 싹슬이 당하는 경우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직장인의 로망이 뭐냐구?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이런 X같은 회사 그만두면 될거 아냐!"라고 외치며 판을 뒤집어버리는 통쾌한 복수전인데... 바로 어제 내가 핵폭탄 한방 날렸다. 낄낄... 프로그래머 생애 봄날은 간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