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헤지라는 말을 들어봤을 테다. 사전적인 의미를 한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hedge, n, (finance) 재정, 헤지; 가격변동이나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행하는 거래 (위험분산) 명
단어 뜻 그대로 해석하면 장래 주식이나 현물 가격 폭등/폭락이라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여진다. 자 그러면 헤지 뒤에 펀드를 붙여보자. '헤지 펀드'라는 단어를 보면 어떤 느낌이 오는가? 투기꾼? 사기꾼? 시장 교란자? 갑자기 긍정적인 위험 관리 수단에서 부정적인 반칙왕으로 돌변한다. 이쯤에서 영국 은행이랑 맞장뜬 조지 소로스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커맨딩 하이츠에 나오듯이) 연방준비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테이블이랑 의자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은행장들을 회의실에 구겨 넣도록 만든 LTCM(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이 이 분야에서는 킹왕짱으로 등극해도 무방하다고 보겠다.
그렇다면 도대체 LTCM이 무슨 짓을 했길래 미국 주요 투자 은행들이 거의 떡 실신할뻔 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LTCM이 한 짓은 결과론적으로 보면 간단하다. 선물을 사고 현물을 공매(가격 하락에 베팅)할 때, 선물과 현물 가격의 불일치가 어느 시점에서는 시장의 합리적인(?) 움직임에 따라 거의 일치하리라는 가정이 핵심이다. _거의 일치라리라는_이라는 문구에 갑자기 의문이 떠올랐다면 당신은 대단한 경제학적인 센스장이다. 이런 경우 현물과 선물 거래에서 스프레드가 벌어지지 않으므로 이를 활용한 차익이 거의 남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생각해보면 수익이 없는 경기에 새빠지게 품만 들이는 꼴이 된다. 하지만 내 돈이 아니라 남의 돈을 끌여들여, 아니 왕창 끌여들여 얼마 안 되는 푼돈을 대량으로 거둬들이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거기에 차입 비용과 수수료를 아주 저렴하게 만드는 대신 수익을 나눈다면? 이게 바로 LTCM이 벌인 위험한 경기의 핵심이다. 하지만 아시아에 몰아친 IMF 폭풍과 원래부터 도저히 속내를 알기 어려운 러시아의 GG와 상대편의 어려움을 최대한 활용해 가장 먼저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비열한 동업자들 때문에 LTCM이 가정했던 합리성은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이 책은 옵션 이론을 만든 저명한 노벨상 수상자와 컴퓨터와 수리 모델에 강한 분석가, 거짓말 포커가 취미이며 돈 냄새를 본능적으로 만튼 트레이더, 그리고 탐욕스러운 자본가들이 만나 난리 발광 부르스를 추다가 '시장은 합리적이다'라는 스스로의 주술에 걸려 파멸 직전에 이르는 내용을 박진감 있게 다루고 있다. 위험, 투자, 탐욕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기 바란다. 본문 중 아주 시의적절하게 표현한 문구가 있어 이를 소개하며 이만 총총...
교수들은 시장을 정확하게 예언 가능한 것으로 프로그래밍하면서, 정작 현실의 트레이더들을 지배하고 있는 본능, 약탈적이고 탐욕적이며 무조건 보호받으려는 본능은 망각했다. 한마디로 그들은 '인간적 요소'를 잊었던 것이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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