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3월 17, 2012

[독서광] 당근과 채찍

계속 어려운 부의 기원만 소개하다보니 독자 여러분들께서 힘들어하시는 듯 보여(이런 의미에서 중간에 노트북 뽐뿌질은 아주 시의적절했다.), 오늘은 잠깐 다른 책을 하나 소개하고 넘어가겠다. 제목만 봐도 읽고 싶어지는 '당근과 채찍'이다. 하지만 책 표지에는 '2009 넛지에 이어 전 세계가 주목한 행동 경제학의 실천편!'이라고 적혀 있는데, 뭐 시간 아까운 애독자 여러분을 위해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과장 광고다. 앞으로 표지에 과장 광고하는 출판사들은 주의 깊게 관찰해서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을 테다. 낄낄...

이 책의 결론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고 나서 이를 지키기가 너무 어려우므로, 스틱K닷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실패할 경우 걸었던(자기가 싫어하는 단체나 개인에게 기부하기로 되어있더) 돈을 빼앗기도록 상황을 만들어 자발(?)적으로 약속을 이행해 행복해진다.

놀랍게도 이게 전부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듯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이나 단체에 돈을 줘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마어마한 구속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은 뭐 굳이 거창한 행동 경제학이니 심리학이니 하는 이론을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따라서 이 책의 분량이 360페이지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내용이 너무 지루하고 중복되고 재미가 없다는 치명적인 결함은 불보듯 뻔하다. 넛지가 위에서 사람들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한 설계한 하향식(위로부터 개입) 제도라면 이 책은 동일한 목적으로 설계한 상향식(아래로부터 개입) 제도를 설명하고 있는데, 넛지와 비교하기에는 풀어낼 소재도 작고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도 작다는 원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리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생각이다(불어난 살을 빼고 나쁜 습관을 고치는 지루한 개인의 경험을 듣고 있는 자체가 일종의 고문이다). 따라서 애독자 여러분들께 이 책은 추천하지 않는다.

그래도 본문 중 생각나는 문구는 몇 가지 정리해드리겠다. 정리하고 봐도 크게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네? T_T

낭만적인 사람이 좋은 일을 하려다 실패하면 사람들은 그에게 훈장을 준다. 실용주의자가 성공하면 사람들은 그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 스티븐 킹, <금연주식회사> 중에서
간단하게 말하겠다는 사람치고 정말 그렇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회의에서 누군가가 짧게 끝내겠다고 하면 보나마나 끝없이 말이 이어진다.
주택 담보 대출 계약은 전형적인 약속 실천 도구다. 매월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집에서 쫓겨난다.
이미 스탬프가 2개 찍힌 12개짜리 쿠폰을 받은 고객들이 무료 커피를 얻는데 걸리는 시간은 10개짜리 쿠폰을 사용한 고객들의 경우보다 20퍼센트 정도 짧았다.
많은 사람들이 돈에 대해 거짓말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효과적인 자기 통제 전략을 사용할 줄 아는 아이들이 인생 초기 단계에서부터 뚜렷한 장점을 지니게 된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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