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10월 30, 2007

[일상다반사] 오라일리 LDD3로 진행하는 리눅스 디바이스 드라이버 세미나 관련 소식(2)

지난번 리눅스 디바이스 드라이버 세미나에 이어 이번에 또 다시 리눅스 디버깅 관련 세미나를 오는 목요일 저녁 8시부터 진행하게 되었다. KELP와 KLDP에서 이미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strace/ptrace 내용을 추가했다.



참고로 세미나 발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스택이란?
  • 함수와 프로시져 호출
  • ABI(Application Binary Interface)
  • 스택 프레임과 함수 호출 규약
  • GNU 확장을 사용한 역추적 기법
  • libdl을 사용한 역추적 기법
  • 비파괴식 검사: strace(1) 동작 원리와 ptrace(2) 소개
  • 참고 문헌


발표 자료는 여기서 받기 바란다.



EOB

목요일, 10월 25, 2007

[새소식] 애플, 아이폰 개발자 사이트 오픈



조금 전에 ADC(Apple Developer Connection)에서 날라온 편지를 읽어보니, 아이폰 개발자 사이트를 오픈한 모양이다.



사이트를 둘러보니, 웹 개발자 가이드라인, 샘플 코드(버튼, 퍼즐 게임, 수도쿠), 참조 라이브러리(자바스크립트, 사파리, CSS, DOM, 사용자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 등이 올라와 있었다. web app 개발 자료만 올라와 있으므로, 본격적인 아이폰 개발은 내년까지 참아야 할 듯이 보인다. 참고로 아이폰 개발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각종 기술 자료는 ADC 멤버만 접근 가능하므로, 그냥 살펴볼 목적이라면 가입 절차가 조금 번거롭긴 하겠다.



뱀다리: 무사히(?) 아이포드 터치 지름신을 피했는데, 조만간 내려올 레오파드 지름신을 어떻게 피할지 고민 중이다. T_T



EOB

토요일, 10월 20, 2007

[독서광] 공부의 비결



치열한 경쟁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공부'에 대해 심한 컴플렉스를 느끼고 있으리라 본다(아, 공부 걱정 한 번도 안하고 교과서만으로 12년 내내 1등에 대학교 수석 입학에 수석 졸업한 몇몇 천재형 인간은 제외다). 결국 공부를 잘하기 위해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공부를 더욱 등한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형국인데, 여기에서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많은 직장인들이 어학 공부를 비롯하여 각종 공부를 시작했다가 몇 달 못 버티고 백기를 드는 모습은 아주 일반적이라 이상하지도 않다.



세비스티안 라이트너 할아버지(아직 살아계시다면 올해 86세일거다)가 지은 '공부의 비결'은 교육심리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도대체 빌어먹을 공부가 뭔지를 설명하기 위해 지은 책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술하다보니 나름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교육 심리학 전공자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부족하고 문제점이 많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교육 심리학과 관련해서 전문적인 논문과 교과서를 읽지 않은 일반인이 보기에는 적합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의 핵심 아이디어는 '암기없는 이해없고, 경험없는 창조없다'로 요약이 가능하다. 요즘 들어와서 부쩍 유행인 창조적이고 통합적인 사고 방식에 정면으로 태클을 거는 내용이라서 독자에 따라서는 상당한 반감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제시하는 기법은 학습카드이다. 단순히 단어장이나 색인 카드에 외워야 할 내용을 두툼하게 적어서 뒤죽박죽으로 뒤주에 갇혀버린 쥐가 여기저기 나무를 갉아먹는식으로 암기하는 대신에 잘 외워지는 내용과 잘 외워지지 않는 내용을 구분해서 잘 외워지지 않는 내용만 집중 공격하는 동시에 잘 외워지는 내용에 대해서는 일종의 보상(?)을 통해 학습 능력을 강화한다는 방법이 큰 줄기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블로그 주인장은 요약을 잘한다. ㅎㅎㅎ 여기까지 읽었으면 이 책의 절반 정도 진도가 나간거다)



뭐 여기까지 전개하고 책이 끝났으면 환불 소동이 벌어졌을텐데(실제로 온라인 서평을 보면 일부 사범대학 출신 교사분들께서 '버럭!'하는 내용이 나온다.), 정말 재미있는 내용은 거의 마지막 부분에 '지능의 문제', '창조적인 영감', '용기와 희망'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다. 독자 여러분을 위해 이 책에 나오는 퀴즈를 몇 개 내겠다(퀴즈라고 하니 모두 눈이 반짝반짝하지?).



1. 길죽한 나무판자, 길죽한 나무 판자 아래를 받칠 수 있는 삼각 기둥 모양의 쐐기, 나무로 된 작은 원기둥 하나, 초 한 자루, 나무로 된 작은 육면체 두 개, 성냥 한 갑이 있을 때, 여기 있는 준비물만을 사용해서 (사람 개입 없이) 쐐기 위에 놓인 나무 판자가 처음에는 중심을 잡다가 몇 분 후에는 이 판자의 한쪽 끝이 올라가고 다른 쪽 끝은 내려가도록 만들어라.


2. 피험자는 천장에서 끈 두 가닥이 내려오는 방에 있다. 그는 이 끈 두 가닥을 아래에서 하나로 묶어야 한다. 그는 아무리 손을 뻗쳐도 두 가닥을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가위다.


3. 견딜 수 없이 더운 사막에, 콘크리트로 지은 창고가 있다. 창고는 비어있고, 벽은 안쪽이나 바깥쪽이나 아주 매끄럽다. 천장의 대들보에서 내려온 밧줄에는 어떤 남자의 시체가 매달려 있다. 그 남자가 이 밧줄을 타고 올라갔다고 보기에는 밧줄이 너무 짧다. 그럼에도 그의 다리는 바닥에서 2m나 떨어져 있다. 그 창고로 들어가거나 거기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출입구인 철문은 안에서 잠겨 있다. 그 빗장을 바깥에서 풀기는 불가능하다. 창고에는 창문도 없다. 문 앞에는 빈 화물차가 하나 있으며, 그 이외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라이트너 할아버지는 상기 문제를 놓고 '지능'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거의 학습 능력이 전제 조건이 되므로, 결국 가장 뛰어나고 지능이 높은(즉 머리가 좋은) 문제 해결자는 아는 것이 가장 많은 사람이라고 못을 쾅쾅 박아버린다. 결국 우리가 말하는 '지능' 대부분은 지식이나 정보로 되어 있으며, 이런 지식이 없다면 문제를 풀 수 없으므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되었건 음악 작곡이 되었건 우리가 선택하는 문제, 우리의 직업, 우리의 삶과 관련된 정보를 더 많이 공부하고 여기에 플러스 알파로 문제 해결자가 놓치기 쉬운 정보의 구성 요소와 관계를 파악해서 '지능(?)이 덜 높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정보 요소를 알아보고 이용하는 능력까지 겸비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수 많은 시도와 오류를 통해 올바른 해결책을 구하는 연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까워진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한정된 시간 내에 수 많은 시도와 오류를 간접으로 체험할 수 있는 독서의 중요성이 한결 더 높아졌음을 깨닫고 있다. 책 여러 권 읽은 사람보다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은 사람을 두려워 하라는 말이 있는데, 책 한 권에 빠져서 시야가 좁아진 사람보다 여러 권을 읽어서 마음 속으로 다양한 경험을 한(물론 다 잊어먹지 않고 중요한 내용은 확실히 체화하고 있는) 사람 역시 두려워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OB

목요일, 10월 18, 2007

[독서광] 바이너리 핵스: 해커가 전수하는 테크닉 100선



오라일리에서 나오는 핵스 시리즈를 평소에 즐겨보는데, 시간 없는 바쁜 현대인을 위한 토막 편집( 작은 이야기 100개를 모아놓은 형식이다), 때로 등장하는 숨겨진 노하우, 잡지에서나 다룰만한 조금 특이한 주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본 오라일리 출판사에서 자체적으로 출간한 바이너리 핵스가 한국어판으로 나왔기에 잽싸게 구입해서 읽어보았다.



이름에서 조금 낚이기 쉽겠지만, 바이너리 핵스는 해커들이 컴퓨터에 침투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이진 파일에 가까운 저수준 프로그래밍 기법을 다루는 책이다. 즉, C/C++ 프로그램을 만들줄 아는 사람이 읽어야 한다(스크립트 키드는 가라~~~). 기본적으로 리눅스와 유닉스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하고 있지만, 종종 윈도우와 맥OS X등도 등장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크게 목적 파일 핵(ELF와 GNU binutils 다루는 방법), GNU 프로그래밍 핵(GCC, glibc로 재미있는 프로그램 만들기), 보안 프로그래밍 핵(GCC와 Valgrind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래밍 도구와 라이브러리를 사용해서 보안 허점을 제거하는 방법), 런 타임 핵(동적으로 라이브러리를 다루고, 실행 중인 프로그램을 추적하고 변경하고 수정하는 방법), 프로파일러/디버깅 핵(프로파일러와 디버거 원리) 등으로, 일반적인 프로그래밍 서적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 주제가 대부분이다.



이 책 대상 독자 층은 초급을 벗어난 중급 개발자에 맞춰져 있으므로, 이미 어느 정도 리눅스 시스템 프로그래밍 짬밥을 먹은 개발자라면 조금 시시할 가능성도 있다. 핵스 시리즈 스타일은 깊이를 희생해서 다양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심도 깊은 내용을 바라고 이 책을 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책을 읽는 도중에 "세상에 이런 방법도 있군"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수록 본전에 가까워지리라는 생각이다.



본문 중 '시작하며'에 나오는 '바이너리 핵스' 정의를 옮겨보며 마무리하겠다. 모두모두 즐거운 프로그래밍!



이 책에서는 바이너리 핵스를 '소프트웨어의 저수준 기술을 이용한 프로그래밍 노하우'
라 정의하고, 기본적인 툴 사용법에서 보안 프로그래밍, OS나 프로세서의 기능을 이용한 고도의 테크닉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EOB

수요일, 10월 17, 2007

[독서광] IBM 디벨로퍼웍스에 올라간 가을맞이 서평 2선

벌써 가을이라 날씨도 아침저녁으로 무척 쌀쌀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두뇌 충전 용으로 읽은 책 서평을 IBM 디벨로퍼웍스(한국어)에 기고했다.





환절기 모두 건강 조심하고, 책 많이 읽으시길...



EOB

목요일, 10월 11, 2007

[끝없는 뽐뿌질] 교보문고 파워쿠폰



독서의 계절인 가을을 맞이하여 여기저기서 책 뽐뿌질이 강하게 들어올텐데, 온라인 서점들도 여기에 호응을 해주는 모양이다. 교보문고에서 '업계 최강, 완벽, 할인 보장'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이번에 파워 쿠폰 발급 행사를 하는 모양이다. 기간은 10월1 9일까지. 혜택은 (3, 5, 7, 10만원 금액별) 10% 할인 쿠폰!



10만원짜리 쿠폰 하나 끊어서 모두 팍팍(!) 지르기 바란다. 책 읽어서 남 주나? 자기 하지?



뱀다리: '컴퓨터 vs 책' 블로그 이벤트 도서도 어제 모두 발송이 완료되었다. 이번 주말 쯤이면 책이 도착할 예정이다. 조기 마감에 감사드리며, 연말이 오기 전에 또 다시 이벤트(?)를 한번 기획해볼 예정이다.



EOB

수요일, 10월 10, 2007

[독서광]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



극성 페미니스트들이야 남녀 차이점을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여자와 남자의 차이점을 다룬 수 많은 유머 소재 거리로 아직도 꿋꿋하게 살아 남은 모습을 보면 남자와 여자가 확실히 다르긴 다른 모양이다. 이 차이점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머리 달린 사람이라면 저마다 한 마디씩 하고 싶어 안달이 나겠지만,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을 집필한 루안 브리젠딘은 신경생물학적인 관점을 사용해서 '뇌'로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한다.



여자 두뇌를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이 흥미로운 책은 '자기 마음을 자기도 몰라'라는 여성 독자는 물론이고 이 블로그 주인장처럼 미련 곰탱이 x 100에 까칠 x 100이라는 양면성을 보이는 남자 독자들에게도 여자를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해 좋은 길라잡이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어릴 때부터 노년이라는 황혼기에 접어들 때까지 여자의 일생을 대상으로 두뇌가 어떤 식으로 작용을 해서 여자의 삶을 바꿔 놓는지 알기 쉬운 예와 용어로 설명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구글 검색엔진에서 19금 단어로 이 블로그에 들어오신 분들에게는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4장 '섹스를 하는 여자 뇌는 언제 오르가슴을 느낄까'가 아니라... 6장 '여자를 이해하는 결정적 열쇠, 감성의 뇌'였다. :) 6장 소 목차만 나열해봐도 이 책 뽐뿌질에 휩싸일 것이다.




  • 왜 남자는 여자의 감정에 무신경할까
  • 여자 뇌는 고도로 정밀한 정서 탐지기이다
  • 마음을 읽는 여자 뇌의 특별한 능력, 육감
  • 여자의 독심술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 여자의 눈물은 남자 뇌에 고통을 환기시킨다
  • 여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남자가 반응하리 않을 때
  • 여자가 사소한 것들을 기억하는 이유
  • 남자가 헤어지자는 이유에 불같이 화를 내는 이유
  • 화날 때 여자가 입을 다무는 이유
  • 여자 뇌는 갈등과 논쟁을 싫어한다
  • 분노와 우울에 대처하는 서로 다른 자세
  • 여자와 남자가 서로를 이해할 때


결론: 여자 마음을 도저히 모르겠다고 투덜거리기만 하는 미련 곰탱이늑대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 좀 하자. T_T



EOB

월요일, 10월 08, 2007

[일상다반사] VS2005 마법사가 발휘한 센스: 42

샘플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M$ VS2005 마법사를 사용해서 DLL 템플릿을 만들었다. 옵션을 몇 개 켜니까 친절하게도 외부 공개 변수와 함수 예제까지 만들어줬는데... 따분한 마법사 코드를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42'라는 상수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 This is an example of an exported function.
SHAREDDATABUS_API int fnshareddatabus(void)
{
return 42;
}


이 블로그 독자 여러분들이야 42가 뭔지 다 아실거라고 믿지만... 혹시 모르시는 분은 여기를 보시라. 센스 있는 개발자들 덕분에 졸린 오후를 즐겁게 코딩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네? :)



EOB

일요일, 10월 07, 2007

[독서광] 린 소프트웨어 개발의 적용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서평 작성을 위해 첫 페이지(색지로 되어 있는 부분)를 펼쳤더니 '린 소프트웨어 개발 원칙'이라고 책 전체를 정리해 놓은 요약이 눈에 들어왔다. 나름 책을 상당히 까칠꼼꼼하게 읽는다고 자부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허를 찔리면 늘 즐겁다. 우선 이 책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요약 부문을 (예상 독자)를 위해 간략하게 정리해보겠다.




  • 낭비를 제거하라

    • 가외 기능
    • 혼란
    • 경계 넘어가기

  • 품질을 내재화하라

    • 테스트 주도 개발을 통해 코드 실수를 방지하라
    • 레거시 코드를 만들지 마라
    • 빅뱅 통합은 진부하다

  • 지식을 창출하라

    • 과학적 방법을 사용하라
    • 표준은 도전받고 개선되기 위해 존재한다
    • 예측 가능한 성과는 피드백에 기반한다

  • 확정을 늦춰라

    • 의존성을 깨뜨려라
    • 옵션을 유지하라
    •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은 마지막 순간에 하라

  • 빨리 인도하라

    • 신속한 인도, 고 품질, 저 비용은 공존할 수 있다
    • 대기 행렬 이론을 개발에 적용하라
    • 일의 양을 할 수 있는 만큼으로 제한하라

  • 사람을 존중하라

    • 팀은 자부심, 책임감, 신뢰, 칭찬을 통해 번성한다
    • 효과적인 리더십을 제공하라
    • 파트너를 존중하라

  • 전체를 최적화하라

    • 전체 가치 흐름에 초점을 맞춰라
    • 완전한 제품을 인도하라
    • 더 높은 것을 측정하라



'린 소프트웨어 개발'은 유명한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에서 고객 가치 창출에 최우선을 둔 기민한 생산 방법론을 소프트웨어 세상으로 옮겨온 버전으로 생각하면 된다. 엄청난 규모와 인력이 투입되는 대규모 생산 라인과 공장이라는 면모는 그다지 찾기 어려운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 사이에 끊어진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메리 포펜딕과 톰 포펜딕 부부는 좌충우돌 경험담을 이 책에서 풀어놓고 있다.



포펜딕 부부는 엄청난 압력, 딱 정해진 기한, 까탈스러운 고객 요구 사항이 짬뽕이 되어 사람들을 압박하는 분야가 비단 소프트웨어만이 아닌데, 왜 그렇게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그렇게 삽질이 많은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매달 책을 칼같이 내는 잡지사, 계절마다 난리를 치는 패션 디자이너(얼마나 스트레스가 강한지 궁금하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보시라)', 목이 빠지라고 기다리는 고객에게 정확하게 차를 인도하는 자동차 회사,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시장 선두를 빼앗기는 CPU 제조사는 모두 어려운 환경을 잘 극복해나가지만 유달리 소프트웨어 회사는 양치기 소년 짓을 아직까지도 반복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소위 말해 잘 나가는 제조업에서 아이디어를 빌어와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맞춰 보려는 시도가 바로 린 소프트웨어 시초이다.



이미 엘리 골드렛이 지은 더 골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사가 생존을 위해 채택한 기민한 방법을 소개하는 Microsoft Secrets를 읽어보신 분들께서는 이 책을 통해 좀더 체계적으로 지식을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성공적인 린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의 표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전략 핵탄두 미사일 탑재 잠수함 개발 프로젝트인 폴라리스 계획과 상용 여객기 부문에서 에어버스에 밀리고 있던 보잉을 극적으로 살려낸 777 프로젝트는 절대 놓치지 말기 바란다.



본문 중에 나오는 일본에서 아주 유명했던(미국에서는 ...) 에드워즈 데밍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데밍이 주장한 '경영을 위한 14가지 포인트'를 읽어보면 탁월한 식견에 놀랄 따름이다. 그 중 몇 가지만 뽑아보았다.




  • 7. 리더십을 제도화하라. 관리자의 임무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돕고, 자부심을 갖고 일을 수행하는 데 방해가 되는 시스템적인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다.
  • 10. 슬로건, 훈계, 목표를 없애라. 결함을 만들고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작업자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훈계는 시스템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블로그 주인장 강조: 별 10개에 동그라미 쳐라)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은 경영자의 책임이다.
  • 11. 작업자의 작업할당량, 경영자들의 목표 수치를 없애라. (우리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 '임의로 설정된 개발 데드라인을 없애라') 이는 두려움과 공포를 이용한 관리이다.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라.


결론: 프로젝트 관리자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기 바란다.



자... 독자 여러분께서 학수고대하던 까칠 모드로 들어간다. 이 책을 읽다보니 역자들이 서두르는 바람에, 충분히 뜸이 들지 않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즉, 완성이 덜 된 느낌이 든다. 번역을 정확하게 했는지도 조금 의문이 드는데, 예를 들어 40페이지 '원칙: 6 사람을 존중하라'를 보면 본문 번역도 잘못되었고(원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원서가 없어 확인을 못해봤다), 역자 주도 잘못되었다. 본문을 읽어보면 대규모 회의 다음 날 부사장이 조엘과 같이 식당에 들었다고 했는데, 원문은 조엘이 식사하는 도중에 갑자기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부문장인 피트 히긴스가 '짠~' 등장해서 질문하는 내용이었다.(주의: 블로그 주인장이 '조엘 온 소프트웨어' 번역자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역자 주에는 이 내용이 '똑똑한, 100배로 일 잘하는 개발자 뽑기: 조엘 온 소프트웨어 시즌 2'에 나온다고 설명이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한국어판 '조엘 온 소프트웨어' 22장 '이야기 둘'에 나온다. 나중에 잘못된 역자주에 낚였다고 불평하지 마시길...



추가: kks군 확인에 따르면, '원칙: 6 사람을 존중하라' 부분은 번역이 아니라 원서가 잘못되었다고 한다(그러면 역자주까지 달면서도 다시 한번 '조엘 온 소프트웨어' 원문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가?????). 본문 중에서도 원서 쪽 오류라고 짐작되는 곳이 몇 군데 눈에 들어왔는데, 어디인지 잊어먹었다. T_T 시간 내어 검토해주신 kks군에게 다시 한번 감사!



EOB

화요일, 10월 02, 2007

[독서광] 세팅 더 테이블



간단하게 문제 하나 내겠다. 식당 경영자로서 배려의 우선순위를 따져볼 때 다음 이해관계자 중에 누구를 가장 선두에 둬야 하나?




  • 손님
  • 투자자
  • 직원
  • 납품업자
  • 지역사회


세팅 더 테이블은 '투자자'나 '손님'이 아닌 '직원'을 가장 높게 배려한다는 철학으로 뉴욕에서 각종 미디어의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 여러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대니 메이어의 경험담을 담고 있다. 서술 대상이 최첨단 기업이 아니라 식당이라고 해서 이 책을 무심코 지나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어느 분야에서도 유사한 이해 관계자가 존재하므로 책을 읽다보면 응용할만한 요소가 많다. 예를 들어 앞에서 소개한 이해 관계자를 IT 업계로 바꿔보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 손님 --> 고객
  • 투자자 --> 투자자
  • 직원 --> 개발자
  • 납품업자 --> 3rd party 또는 component 제공자
  • 지역사회 --> 개발 공동체


세팅 더 테이블은 단순히 "내가 멋진 식당을 만들어서 좋은 메뉴를 제공했더니 손님이 들끓어서 성공했다. 역시 난 잘 난 놈이야"라는 천편일률적인 성공 스토리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레스토랑을 하나둘씩 확장해나가면서 겪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조금 색다르다고 볼 수 있다. 식당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발품을 파는 이야기, 좋은 조건으로 입점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을 때 자기 경영 철학과 문맥(context)이 맞는지 거듭 고민하는 이야기, 음식점 평론가로부터 공격을 받고 난처한 상황에 몰린 이야기, 중요한 손님인지 모르고 푸대접했다가 혼쭐이 난 이야기, 오버부킹하는 바람에 항의가 벌어진 이야기... 여튼 식당을 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간접 체험하도록 만들어주므로 재미는 물론이고 장래 통닭집이라도 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레스토랑은 자고로 분위기, 음식이 좋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대니 메이어는 여기에 고객과의 관계를 강조한다. 고객의 취향, 특성을 반영한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최전방에 서 있는 직원들(특히 에이컨이 꺼져버렸을 때 고객이 아니라 데스크 예약 담당 직원부터 선풍기를 구매해서 지급하는 일화를 읽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부터 배려하는 철학도 바로 고객에게 가장 좋은 경험을 안겨줘야 한다는 경영 철학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식으로 직원을 신뢰하고 믿기 때문에 불만이 가득한 고객이 "당장 지배인 불러와!"라는 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전에 알아서 종업원들이 자기가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서비스로 보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너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문득 옛날 다니던 회사에서 구내 식당을 외부에 위탁해서 운영하려고 할 때 겪은 일화가 생각났다(그 당시 나는 구내 식당 추진 위원회 소속이었다). 떨어진 팀 중 아직도 생각나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는데 잠깐 소개해볼까?


  • 질문: 기존에 큰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굳이 접으시고 구내 식당을 운영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대답: 식당 규모가 상당히 커서 지금 종업원이 다섯 명인데, 이 친구들이 너무나도 말을 안 들어서 지쳤답니다. 이제 규모는 작지만 사람 스트레스 덜 받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최종 평가 과정에서 나는 강력하게 이 팀을 떨어뜨리자고 주장했다. '종업원'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데 그 많은 '회사 식구'들을 어떻게 관리(?!)하겠는가? '세팅 더 테이블'을 읽다보니 그 당시 내가 내린 판단이 너무나도 정확했음을 깨닫고 있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