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게 문제 하나 내겠다. 식당 경영자로서 배려의 우선순위를 따져볼 때 다음 이해관계자 중에 누구를 가장 선두에 둬야 하나?
- 손님
- 투자자
- 직원
- 납품업자
- 지역사회
세팅 더 테이블은 '투자자'나 '손님'이 아닌 '직원'을 가장 높게 배려한다는 철학으로 뉴욕에서 각종 미디어의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 여러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대니 메이어의 경험담을 담고 있다. 서술 대상이 최첨단 기업이 아니라 식당이라고 해서 이 책을 무심코 지나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어느 분야에서도 유사한 이해 관계자가 존재하므로 책을 읽다보면 응용할만한 요소가 많다. 예를 들어 앞에서 소개한 이해 관계자를 IT 업계로 바꿔보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
- 손님 --> 고객
- 투자자 --> 투자자
- 직원 --> 개발자
- 납품업자 --> 3rd party 또는 component 제공자
- 지역사회 --> 개발 공동체
세팅 더 테이블은 단순히 "내가 멋진 식당을 만들어서 좋은 메뉴를 제공했더니 손님이 들끓어서 성공했다. 역시 난 잘 난 놈이야"라는 천편일률적인 성공 스토리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개성을 보여주는 레스토랑을 하나둘씩 확장해나가면서 겪는 좌충우돌 해프닝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조금 색다르다고 볼 수 있다. 식당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발품을 파는 이야기, 좋은 조건으로 입점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을 때 자기 경영 철학과 문맥(context)이 맞는지 거듭 고민하는 이야기, 음식점 평론가로부터 공격을 받고 난처한 상황에 몰린 이야기, 중요한 손님인지 모르고 푸대접했다가 혼쭐이 난 이야기, 오버부킹하는 바람에 항의가 벌어진 이야기... 여튼 식당을 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간접 체험하도록 만들어주므로 재미는 물론이고 장래 통닭집이라도 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되리라는 생각이다.
레스토랑은 자고로 분위기, 음식이 좋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대니 메이어는 여기에 고객과의 관계를 강조한다. 고객의 취향, 특성을 반영한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최전방에 서 있는 직원들(특히 에이컨이 꺼져버렸을 때 고객이 아니라 데스크 예약 담당 직원부터 선풍기를 구매해서 지급하는 일화를 읽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부터 배려하는 철학도 바로 고객에게 가장 좋은 경험을 안겨줘야 한다는 경영 철학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식으로 직원을 신뢰하고 믿기 때문에 불만이 가득한 고객이 "당장 지배인 불러와!"라는 험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전에 알아서 종업원들이 자기가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서비스로 보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보너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문득 옛날 다니던 회사에서 구내 식당을 외부에 위탁해서 운영하려고 할 때 겪은 일화가 생각났다(그 당시 나는 구내 식당 추진 위원회 소속이었다). 떨어진 팀 중 아직도 생각나는 인터뷰 내용이 있었는데 잠깐 소개해볼까?
- 질문: 기존에 큰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굳이 접으시고 구내 식당을 운영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대답: 식당 규모가 상당히 커서 지금 종업원이 다섯 명인데, 이 친구들이 너무나도 말을 안 들어서 지쳤답니다. 이제 규모는 작지만 사람 스트레스 덜 받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나중에 최종 평가 과정에서 나는 강력하게 이 팀을 떨어뜨리자고 주장했다. '종업원'도 제대로 관리 못하는데 그 많은 '회사 식구'들을 어떻게 관리(?!)하겠는가? '세팅 더 테이블'을 읽다보니 그 당시 내가 내린 판단이 너무나도 정확했음을 깨닫고 있다.
EOB
이번에 TNC 생일이벤트에서
답글삭제이책을 받기로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책인것 같네요.
담주쯤 읽어보게 될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