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소개한 성공이 너무 뜨겁거나 실패가 너무 많거나를 읽다보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면서 목표만 높게 잡는 사람에게 따끔하게 경고하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자신들을 현실적으로 비둘기나 참새로 평가하고 이런 존재로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숨을 헐떡이면서 독수리의 환상을 좇다 결국엔 가련한 닭의 모습으로 현실의 냉혹한 바닥에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아인슈타인이 지적했듯이 복리의 마법으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유한 사람은 점점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는 현실을 굳이 다시 한번 상기하지 않더라도 승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 한다는 승자 독식 사회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은 이미 굳어진 모양이다. 2MB가 _앞으로_ 하고자 하는 정책이 아니라 단지 _현재_ 승자의 화신인 2MB가 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2MB에 표를 던져준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불쌍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결국 승자 독식 사회에서 피라미드 아래쪽을 굳건하게 바쳐줄 시기만 앞당겨 놓았기에.
오늘 살펴볼 책은 출간된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원서는 1995년도에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한국 현실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는 '승자 독식 사회'이다." 세상은 공평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인정하기 싫은 '불공평한 세상'을 다루는 이 책은 승리한 1등에게 모든 보상이 집중되는 보상 시스템에 대해 적나나하게 다룬다. 양극화를 넘어서 피라미드 정점과 나머지 떨거지 전부로 바뀌어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점점더 가속화된다는 설명을 읽고 있다보면 저절로 책을 쥔 손에 힘이 빠질지도 모르겠다.
'승자 독식'이라는 주제를 놓고 이런 저런 내용을 다루다 보니 똑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금씩 다른 예를 사용해서 중언부언한다는 느낌도 들겠지만 이 정도로 강하게 강조하지 않으면 승자 독식을 뒷받침하는 대다수 하인(?)'들은 불쌍하게도 승산 없는 승자 독식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잊어버릴테니 용서해주기로 하자.
저자들은 '승자 독식' 현상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는 연봉 상한선이나 구단이 보유할 수 있는 선수 숫자를 제한하는 방법이 대표적인 예이며, 공공 기업과 일반 기업에서는 주당 근로 시간을 정하고 공휴일을 명시하는 방법이 대표적인 예이다. 회사 예를 한번 볼까?
예를 들어 노동자 개인의 차원에서 좀더 오래 일하는 목적은 승진 때문일 수 있다. 경제학자인 로트 베일린은 이런 전략이 비교적 쉽게 성공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경영자가 노동자의 노동 시간을 계산하는 게 노동자들의 실제 생산량을 계산하는 것보다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만일 노동자들이 이런 전략을 선택한다면, 승진 기회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승진에 실패할 수 밖에 없다.
한편 노동시간을 줄이는 전략은 아무도 택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학자인 줄리엣 쇼어는 "노동시간을 줄인 사람들은 경력 관리상 크나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말한다. 그것은 고용주에게 "충성을 다하지 않는다는 신호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므로 노동자에 대한 상대적인 평가가 보수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경우 노동자 개개인은 늘 과로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노동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연장근무에 관한 법률이나 국경일 휴무 규정 같은 집단적 처방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만약 우리가 현재보다 적게 일한다면, 소득은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노동시간을 줄인다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소득도 줄어들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소득은 부분적으로 다른 사람의 소득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승자 독식을 노리고(아니 엄밀히 말해서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자기 책상을 어떻게든 지키려고 노력하기 위해) 열심히 야근하고 철야하고 얼리 버드 짓을 해보지만(2MB 정권 초기에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이 CEO(?) 때문에 삽질을 했던가?) 다 소용없다. (철학이 빈곤한 상태에서)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 비즈니스 후렌들리~한) 2MB 전매특허인 경제를 살리기 위한(정말???) 규제 개혁 철폐는 결국 승자 독식 사회를 강화할 뿐이니까.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