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8월 06, 2011

[독서광] R&D 혁신의 기술



세상이 점점 더 복잡해지다보니 단독형 소프트웨어 보다는 하드웨어나 다른 서비스와 연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특성이 워낙 괴상(?)하다보니, 이에 맞춰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 익숙한 사람들이 다른 부문 사람들과 협업을 하려면 물고 뜯고 싸우는 경우가 많다. 전자, 전기, 기구, 소프트웨어가 모두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 단순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벗어나 더 큰 차원에서 개발 방법론이 필요하다. 이번에 선물로 받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R&D 혁신의 기술은 엑센추어의 컨설팅 경험을 토대로 R&D 혁신에 필요한 전략과 실천 방안을 제시하므로, 기존 제조업에 속한 개발자들뿐만 아니라 순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다른 분야에서 일어나는 연구 개발 방식에 대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분량은 작지만 통계 자료와 사례를 비롯해 도표 등이 많으므로 제안서나 연구 기획서를 작성하는 과정에 참고할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다.



책은 크게 다음과 같은 7부분으로 나뉜다. (1) 고객 요구사항 반영을 위한 전략, (2) 혁신 제품을 위한 포트폴리오 전략, (3) 신기술 획득을 위한 전략, (4) 개방형 혁신을 통한 아이디어 관리 전략, (5) 플랫폼, 모듈화를 통한 효율화 전략, (6) 글로벌 운영 최적화, (7) 운영 효율화 전략. 이 중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1), (2), (4), (5)를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5) 플랫폼, 모듈화를 통한 효율화 전략이 특히 재미있었다. 데이비드 파나스의 'family of program' 개념을 Designing-Software for Ease of Extension and Contraction이나 'On the design and development of programming families'와 같은 논문으로 접해보신 분이라면 플랫폼에 하나 또는 둘 이상의 모듈을 추가, 제거, 치환해 제품을 구성하는 모듈 기반 제품군(160페이지)이나 다음 그림과 같은 보잉 737 제품군의 규모 기반 제품군 개념을 소개하는 내용(165페이지)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보잉 737 제품 소개 페이지에서 가져온 그림에 따르면 차세대 보잉 737-600/-700/-800/-900ER 기종의 외형은 날개 폭/동체 높이는 동일하나 길이만 다르다. 따라서 비행기를 수리하거나 주기할 격납고 높이, 폭이 동일하므로 길이만 900 모델에 맞추면 공통으로 사용 가능하며, 정비 기사들도 각 제품군마다 사용되는 부품이 표준화되어 있고 공통이므로 정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도 이런 식으로 규모 기반으로 만들 수 없을까? 마이크로소프트 비스타나 7 제품군도 이를 흉내낸 듯이 보이지만 일부 기능을 활성/비활성화하고 추가 소프트웨어를 넣고 뺀 정도로 그치기 때문에 보잉 737 제품군 만큼의 경제적인 파급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책을 읽다보니 갑자기 파나스 큰 형님 논문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완전히 엉뚱한 결론(?)이지만 분야가 달라도 생각은 서로 통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 안 되겠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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