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7월 31, 2011

[독서광] 소셜 네트워크 e 혁명



지난번 디지털 휴머니즘을 소개하는 글에서 소셜 네트워크, 클라우딩 컴퓨팅 환경에 대해 문화를 퇴보하는 악(?)의 무리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소개한 바 있다. 오늘은 스펙트럼의 정 반대에 자리잡은 의견도 한번 보는 편이 좋을 듯이 보였기에 "개인과 조직, 시장과 사회를 뒤바꾸는"이라는 부제가 달린 '소셜 네트워크 e 혁명'이라는 책을 소개하겠다. 두 책을 모두 읽고 머리 속에서 매시업하면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무려 2008년도에 원서로 처음 나오고 2010년도에 번역판이 나온 이 책은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의 힘이 우리 삶을 변화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쿠텐베르크가 활자술의 인쇄술을 발명해 그 전 사회와 그 후 사회를 완전히 구분하도록 만들었듯이 웹 2.0과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가 이성적 디자인, 질서 정연한 시장, 수직적 조직에 기초한 가치를 유쾌한 무작위성과 창조적 파괴, 수평적 네트워크 상태의 불확실성에 기초한 새로운 가치로 바꿨다는 내용이 이 책의 기본적인 집필 사상이다. 사람들이 품고 있던 내면의 욕구를 자신의 가치관에 기반해 전파하고 융합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적인 기반 구조로서 소셜 네트워크 기술을 다루고 있기에 단순한 기술과 경영/경제 차원을 넘어 사회적인 상호 작용을 강조한다.



목차를 보면 1부에서 아이덴티티 혁명(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인간의 정체성을 바꾼다), 2부에서 지위 혁명(가상 세계에서 누리는 지위의 민주화), 3부에서 권력 혁명(웹 2.0은 권력과 시장과 정치를 어떻게 재배치하는가?)을 다룬다. 즉, 이 책은 정체성(Identity)-지위(Status)-권력(Power)를 놓고 끊임없이 투쟁한 인류 역사를 소셜 네트워크까지 끌여들여 (비록 완벽하고는 거리가 아아주우 멀지만) 21세기 초반 시점에서 재구성하고 있다. 기술 자체가 아주 뛰어나 사회를 뒤바꾸고 난리쳤다는 자화자찬 성격의 글이라면 읽다가 당장 버럭!하고 때려치웠을텐데, 이 책은 인간 본성과 욕구를 토대로 중세와 근세 역사까지 끌어들이는, 상당히 영리한 방법을 사용해 기술 약장수가 만든 전단지와 스스로를 차별화한다. 게다가 이 책은 기존 정통적인 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기득권 세력과 이에 맞서 자신의 지위와 권리를 얻기 위해 싸우는 신(?)세대라는 양자의 대결 구도까지 범위를 넓힌다. 이런 주제는 성전기사단, 프리메이슨이 등장하는 중세부터 위키피디아와 유튜브가 등장하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끊이지 않는 충돌과 퇴보/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기에 창/칼/총/대포가 아닌 컴퓨터와 키보드를 들고 벌이는 성전을 구경하는 재미 역시 아주 쏠쏠하다.



이 책은 정체성, 지위, 권력을 놓고 물고 뜯는 싸우는 과정에 기술을 등에 업은 신 세대가 무조건 이긴다는 밝은 면만 나열하는 대신 생각지도 않은 여러 가지 문제점과 부작용도 다루고 있으므로 주의 깊게 읽을 필요가 있다. 공개된 사회집단과 비공개된 사회집단 간의 긴장, 사생활 보호과 침해, 시회적 자본 독점과 지위 민주화, 불평등과 평등, 중앙집권과 지방분권, 상명하복과 만민평등, 지위통제와 집단지성과 같은 사상의 충돌을 목격하고 있으려면 요즘 한참 뜨고 있는 '어버이 연합'대 '자식 연합'의 갈등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단초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이런 글 쓰면 빨갛다고 또 뭐라할 사람이 있을 듯.).



자 그러면 본문 중 재미있는 구절을 함께 감상해보자.



온라인 아이덴티티 조작은 어쩌다 한번 있는 사교 모임과 같은 게 아니라 일상적 습관이다.


인간 단체의 기능적 결속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 한계인 150이라는 숫자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 보인다. 150을 넘어서면 인간의 행동이 바뀐다. 150명 이상으로 이뤄진 단체는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규칙과 규제가 필요하다.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는가? 가족? 친한 친구들? 대개의 경우 그들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운 좋게도 족벌주의나 연고주의의 덕을 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결국 좋은 사회란 사람들이, '지인'이 아닌 '타인'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렸다.


조직 안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권력 기반을 지키려고 한다.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때 소비자와 근로자와 유권자가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즉 탈퇴하거나 항의하는 것이다.


탈퇴와 항의는 기업, 조직, 체계가 쇠퇴하고 있다는 증거다. 전자는 쇠퇴에 대한 조기 경보의 성격일 경우가 많고, 후자는 보다 역동적이고 전복적인 징후다.


사회에서는 타인과의 협력이 없으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타인의 존경 없이는 우리의 행동과 성과가 그 목적과 의미를 잃을 수 있다.


사회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고 활동에서 언어의 주요 기능은 '평판 관리'다.


가십은 평판에 대한 영향과 관련한 신호를 보내 기존의 사회적 기준에 순응할 것을 독려하며, 따라서 사회를 통제하는 데 작용할 수 있다.


구글은 본질적으로 '평판 검색엔진'이므로 구글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통제권을 쥐고 자신의 가상 아이덴티티를 스스로 만들면 된다.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주기 전에.


지휘 획득을 위한 탐구는 모든 인간이 쏟은 노력의 허영 아래 깔려 있다.


사람들은 이익을 얻기 위해 상호 작용과 네트워킹에 참여한다.


관료주의는 단지 기존의 지위 위계질서에 가해질지 모르는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치 있는 유능함과 전문지식을 너무나도 자주 '숨겨'왔고, 그로 인해 비생산적이었다. 이런 조직에서는 유능한 괴짜보다 사랑스러운 바보가 더 인기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높은 지위를 누린다.


코웬은 '명성'과 '우수성'의 개념을 구분했다. 그 어떤 합당한 기준을 놓고 봐도 유명세를 떨칠 자격이 없는 사람들까지 유명해진다는 것이다.


볼테르는 신성로마제국이 "신성하지도 로마적이지도 않고, 제국도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귀속적 지위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더 존경받을 뿐 아니라,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이미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는 사람으로 평가 받는다.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기꺼이 공유한다. 하지만 수직적 지위라는 가치에 매몰된 비전문가 간부들은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완전정보"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능력'보다는 '호감'가는 동료를 택한다. 입증된 능력이 없더라도, 심지어 무능하다 하더라도 말이다. 즉 '유능한 괴짜'보다는 '사랑스런 바보'가 조직 내에서 더 환영 받는다.


너무나도 자주 의사소통을 좌절시키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저해하며, 기업 목표의 달성을 방해하는 지위 갈등을 파악하려면 조직 구조의 역학 관계를 살펴보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사람이 아니라 '구조'가 문제다.


불투명함, 편견, 불완전정보의 기미가 보이면 부패를 의심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시스템 전체가 신뢰를 잃고 '충성'에 타격을 입는다.


블로그는 솔직함, 시급성, 시의성, 공감성, 논란성이 있어야 작동한다.


권력의 정의는 세 가지 범주, 즉 강압, 보상, 조건으로 나뉜다.


근본적 권력의 원천은 '사회 조직'에서 나온다.


정치적 독재는 종교의 독재와 똑같이 기능한다. 독재가 권력을 얻으면 주변 세력을 없애려고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자유를 주면 자신들의 규칙이 위태해질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협력 관계가 안정적이려면 미래는 충분히 긴 그림자를 드리워야 한다.


윤리 문제로 말하자면, 실제로는 전통적 저널리즘이야 말로 그 태생부터가 이미 뇌물, 부패, 표절, 조작과 수상한 관행 등 윤리적 스캔들로 얼룩졌다.


첫째 자신의 고객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서는 시장에서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 둘째 승소한다고 해서 대단한 기술 혁신에 맞설 수 있는 건 아니다. 셋째 혁신은 항상 어제의 기술이 보유했던 가격을 먼지와 같이 만들어 버린다.


사실상 많은 회의는 순전히 시간 낭비다.


주주들이 '수익성(Profitability)'을 요구한다면 경영진은 '생산성(Productivity)
'을, 직원들은 '참여(Participation)'을 요구한다.


간부들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필요할 때 자신들이 아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을 찾는다.


윈스턴 처칠이 말했듯이 민주주의는 최악의 제도이지만 다른 제도들에 비하면 최선이다.


신뢰는 합리적/이성적 계산이 아니라, 깊게 뿌리박힌 윤리적 행동 습관에 바탕을 둔다.


400페이지가 넘는 빡빡한 내용이지만 소셜 네트워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궁금하게 생각하시는 분들께 일독을 추천한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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