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맥북 에어 뽐뿌질 블록을 쌓으니 물밀듯이 방문객이 들어오셔서 역시 책보다는 컴퓨터 이야기가 늘 대세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약속드린 바와 같이 오늘은 신형 맥 미니를 한번 살펴보자.
외관상으로 이번에 나온 신형 맥 미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내장 슈퍼 드라이브 제거(ODD)다. 맥북 에어야 얇은 본체 특성상 슈퍼 드라이브를 제거해도 용서가 가능하지만, 집에서 사용할 컴퓨터 조차도 ODD를 제거하고 나왔다는 사실이 과거 5.25인치에 이어 3.5인치 플로피 드라이브 제거의 수순을 밟고 있지는 않은지 잠시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동식 매체로서 USB 드라이브의 지위가 날로 강화되고(요즘은 16기가에 이어 32기가도 흔히 보인다), 고용량에 저렴하면서도 범용으로 사용 가능한 SDXC 미디어까지 등장하고 있기에 솔직히 소프트웨어나 비디오/음원 매체로서 CD/DVD 이외에 ODD가 날이 갈수록 중요도가 떨어지고 있는 원인도 크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사라진 HD-DVD나 잘 살아남은 블루레이 기반 ODD도 맥 계열 컴퓨터에 장착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기에 머지 않은 장래에 (마치 5.25/3.5인치 플로피에 담긴 과거의 추억을 읽지 못하듯이) 집에 잔뜩 쌓인 CD를 읽을 디바이스가 없어지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아, 맥북 에어와 맥미니에 라이언이 기본 탑재되어 있을 경우 Command-R을 누르고 부팅하면 운영체제 복구 모드로 들어가므로 더 이상 라이언이 담긴 DVD나 USB 메모리가 필요하지 않다. 운영체제 재설치일랑 걱정 마시고 팍팍 쓰시라(초기 응용 프로그램 설치 후 타임머신 백업도 좋은 아이디어다).
가격 대비 성능을 조금 무시하고(ㅋㅋ) 2.5GHz Core i5, 4G 메모리, Radeon HD 6630M 모델을 선택했는데, 집에 있는 아아주우 오래된 코어 듀오(not 코어2듀오) 모델의 맥미니와 비교해보면, 부팅과 응용 프로그램 기동시 날아다닌다는 표현이 딱 맞다. 직전에 나온 유니바디 코어2듀오 모델보다도 성능이 개선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CPU와 메모리가 빨라졌으므로 당연한 이야기다). 유니바디 이전 구형 맥미니에 따라오는 벽돌 어댑터(실제로 본 사람은 알겠지만 진짜 벽돌만하다)가 없어졌기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는데, 대신 본체 발열이 조금 있다(이 정도는 참아줄 듯). 상자를 개봉하면 아주 단촐하게 본체, 전원 코드, HDMI2DVI 케이블이 나온다. 지난번 맥북 에어에서도 설명했듯이 썬더볼트 단자에 미니 디스플레이2VGA를 장착해도 잘 동작했다. 따라서 듀얼 모니터로 사용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HDMI를 지원하므로 디지털 티비가 있는 집에서 거실에 놓아두고 멀티미디어 용도로 사용해도 좋을 듯이 보인다(뭐 당연한 이야기지만... 리모컨 별매다. ㅋㅋ). 본체 무게가 조금씩 줄고 있기에, 1.32kg(코어 듀오 구형 맥미니)에서 1.22kg(Core i5 신형 맥미니)로 되었다. 어지간한 노트북보다 가벼우므로 블루투스 키보드와 마우스만 챙기면 노트북을 대신해 프리젠테이션 용도로 활용해도 무리가 없어보인다(물론 높이가 3.6cm나 되는 크기로 인해 꼭 맞는 파우치(뭐 이런 제품도 있긴 하다. 미안하다 뽐뿌질해서. T_T) 등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는 있겠다).
맥북 에어와 비교해보면 SSD가 없어서 조금 불리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큰 차이 없고 (특히 2.5GHz 모델의 경우) 그래픽 측면에서는 인텔이 아닌 Radeon 칩셋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3차원 게임을 돌릴 경우 맥 미니가 월등하다(GDDR5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다!). 둘 다 노트북용 부품을 많이 사용하지만, CPU 등 전기 먹는 하마의 차이 때문인지 맥북 에어가 시간당 45~50W를 소비하는 반면, 맥 미니는 정상 동작 과정에서 시간당 85W를 소비한다. 맥 미니에는 HDMI 단자랑 RJ-45 이더넷 단자는 물론이고 USB 포트가 4개나 달려 있기에 아무래도 맥북 에어보다는 책상 위에 놓고 쓰기가 편하다는 생각이다.
자 그러면 잠시 옆길로 새서 다른 실험 이야기를 해보자(이 부분을 독자 여러분들이 아주 기대하지 않을까 싶다. ㅋㅋ). 우선 중국산 짝퉁 미니 디스플레이2DVI/VGA(구분 방법: 외관상 케이블 길이가 조금 길다)를 장착해봤는데 특별한 문제 없이 잘 돌았다. 일반 모니터가 아니라 프로젝트인 경우에는 짝퉁을 사용할 경우 문제가 된다는 설도 있으므로 각자 잘 판단해서 구입하시라. 그리고 투철한 실험 정신을 발휘해 맥북 에어에 장착할 외장 USB 랜 케이블도 이지넷유비쿼터스 USB2.0 랜카드라는 제품을 구매해서 붙여보았는데, moschip에서 만든 MCS7832라는 칩셋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찾아내(어떻게 알아냈느냐구? 유틸리티 중에서 시스템 정보의 USB 연결 정보를 잘 살펴보시고, 이를 토대로 구글에게 물어봐라!) 맥OS X용 드라이버를 구해 무사히 설치해 테스트까지 끝냈다. 사용 중에 USB를 탈착 후 장착하면 커널 패닉이 일어난다는(-_-;;; 오리지널 애플 제품도 이런 문제가 있는지 애독자 여러분께서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문제점과 맥북 에어와 참으로 잘 안 어울리는 검정색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참고 쓸만하다. 늘 그렇듯 애플 제품 구매가 정신 건강에 이롭지만 가격 대비 성능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라리므로(무슨 케이블 하나에 3~4만원이나 해?) 본인 판단 하에 3rd party 주변 장치를 구매하시기 바란다.
결론: 맥 미니 데스크탑용으로 쓸만하다. 단 99만원이 부담이 되지 않은 분이라면 말이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