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6월 02, 2012

[독서광] 초이스(과학자의 생각법에서 배우는 선택의 지혜)

경제/경영 블로그로서(응?) 자리잡기 위해 요즘 계속해서 열심히 독서 중이다. 오늘은 읽은지 제법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해지려는 책을 하나 정리하겠다. 주인공은 바로 '더 골'과 한계를 넘어서를 지은 골드렛의 신작인 초이스다. 골드렛 책이라니까 벌써부터 기대하시는 독자분들도 계실텐데, 이번 책은 소설식이 아니라 대화식으로 전개된다는 조금 특이한 속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서 읽을 필요가 있겠다.

우선 처음 이 책의 소개글을 봤을 때 "정통 물리학 개념을 ‘경영’과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이라는 문구를 보고서 아주 부정적인 색안경을 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물리'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다니... 이거 말이 되는 소리야? 하지만, 장바구니에 들어간 책은 신용카드 결제를 마치고 책장에 꽃히는 데 성공했고, 시간이 오래 흘러 먼지가 쌓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출퇴근 시간을 함께 했다. 애가 닳는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총평을 던지자면... 강력 추천! 재미있고 교훈적이다(주의: 독자 성향에 따라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수 있다).

이 책은 조직 심리학을 전공한 조직 경영 전문가인 딸과 제약 이론 대가인 아버지가 대화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아까 '물리'로 '인생'의 문제를 푸는 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은 독자를 대신해 딸이 충분하게 고민하고 있으므로, 독자는 딸의 시각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는 나름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물론 "아파트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데, 월급도 쥐꼬리고 이자는 높고 생활비는 오르고 그야말로 죽을 맛입니다"와 같은 '인생'의 골때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 언급하지 않지만, 이 보다 훨씬 더 복잡한 조직 문제를 '단순함'의 무기로 풀어가는 과정에서 뭔가를 깨닫도록 만든다. 실제 현장('더 골'의 공장, '한계를 넘어서'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이어 이번에는 물류에 도전한다. ㅋㅋ)에서 벌어지는 정말 골때리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면서 '선택'의 어려움과 중요성에 대해 하나씩 짚어가는 식으로 현장감을 충분히 살리는 골드렛 표 서적의 특징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이 책은 각 장마다 '에프랏의 노트'라는 제목을 달고 해당 장에서 다룬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으므로, 실제 현실에서 어려운 결정의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참고하기 딱 좋게 만들어져 있다. 궁금한 독자분들을 위해 좋은 문구를 몇 개 골라서 정리해보겠다.

기회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기회가 올 때 그것을 기회로 인식할 수 있느냐(또는 성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개인 능력에 차이가 있다.
현실은 놀랄 정도로 단순한데도 사람들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교한 설명과 복잡한 해결책을 찾는다.
현실이 복잡하다고 믿으면 문제, 특히 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당연히 복잡한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복잡한 해결책은 효과가 없고 계속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한다.
큰 문제를 위장하면서도 상황을 더 좋게 만들고 싶을 때 나는 그것들을 외면한체 작은 문제에 집중한다.
작은 문제에 집착하면 상황은 개선되지 않는다. 들인 노력에 비해 제한된 결과만을 얻을 뿐이어서, 나는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치를 서서히 낮추게 된다.
과학자의 눈에 근본 원인이 적을수록 (즉 자유도가 적을수록) 시스템은 단순하다. 그들의 관점에서 '단순하다'는 것은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주기 위해 건드려야 할 지점의 개수가 적음을 의미한다.
갈등에 타협하는 대신 통째로 갈등을 제거할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갈등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고 갈등이 제거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얻어지는 또 다른 소득은, 이런 갈등을 찾아보는 습관이 표준 절차가 된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인 것들을 변화시킬수록 더 많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관계에는 두 가지 모습이 존재한다. 남 탓을 하며 상대가 바꾸도록 강요하지만 관계가 더 악화되는 모습과 내재적 단순함에 따라 더 좋은 해결책으로 조화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모습이 있다. 우리는 여기서 남을 탓하는 태도는 관계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윈-윈 해결책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 자신의 승리 못지않게 상대의 승리를 생각하는 해결책을 반드시 찾게 될 것이다. 서로의 갈등이 제거된 해결책이야 말로 윈-윈 해결책이다.
'잘 알고 있다'는 인식이 비약적 도약을 찾아내려는 우리의 노력을 가로막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모든 상황을 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계속 조심해야 하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성과가 있었다고 해서 이것들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어떤 원인을 입증하려 할 때 순환논리, 즉 'X가 Y의 원인인지 어떻게 아는가? 왜냐하면 Y가 존재하기 때문이다'로 끝나기가 쉽다. 따라서 합당한 원인을 찾고자 한다면 순환논리, 즉 같은 말 반복하기를 피해야 한다.
문제는 남 탓이 곧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단이 된다는 데 있다. 즉 남 탓을 부정하는 예상 결과들은 모두 걸러내 버리고 결국에는 모두 남 탓을 뒷받침하는 예상 결과만 남겨둔다.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 인격 모독적 용어를 쓰는 것을 자각했다면, 현재의 추상 원인을 폐기하고 다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자 이 정도면 충분히 뽐뿌질이 되었는가? 얇지만 나름 생각을 많이 하도록 만드는 책이므로 여러 번 읽어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는 방법을 교정해보자.

EOB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