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9월 22, 2012

[독서광] Make: 04

기대하고 고대하던(어린 시절 월간지 기다리는 느낌) Make: 04가 나왔기에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잽싸게 읽었다. 이번 달에 소개하는 내용은 책상 위 공작소라는 제목으로 (기계 분야 친구들이 좋아할만한) 3D 프린터와 CNC 등을 특집으로 다루고, 아두이노를 기반으로 하는 수공예 플랫폼(응?)인 릴리패드 아두이노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기계와 뜨개질이라... 두 단어가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 있어서 수단과 방법이 문제랴?

그런데 이번 호에서 가장 충격을 먹은 내용은 바로 '새뮤엘 (랭혼) 클레멘스'(라고 쓰고 '마크 트웨인'이라고 읽는다)의 벤처 정신을 다룬 '마크 트웨인: 테크놀로지스트'라는 내용이었다. 창조자들을 읽어보면 마크 트웨인을 엄청난 재담군에 뛰어난 피아니스트에 미국 문학을 일으켜 세운 주인공으로 그리고 있었는데, 페이지 식자기를 만든 제임스 페이지를 만나면서 벤처 투자가(?)로 전향한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페이지 사진 식자기)

페이지(Paige) 식자기는 기존 수동으로 하던 활자 조합을 빠르게 자동으로 도와주는 인쇄 기계로 10배 이상 생산성을 높였기에 식자 작업의 혁명을 가져다줄만한 물건이었다. 당연히 이 멋진 기계는 출판에 관심이 많았던 클레멘스의 시선을 붙잡았다. 위키피디아 마크 트웨인의 Financial troubles 섹션을 읽어보면 마크 트웨인이 이 기계를 위해 엄청난 돈(무려 30만불! 인플레를 감안한 오늘날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8백만불 정도다. T_T)을 퍼부었지만 18,000개나 되는 부품에 원 제작자의 완벽주의가 합쳐져 실용화 직전에 주저 앉아버렸다. 그 결과 마크 트웨인은 재정적인 어려움에 시달려 맨션을 폐쇄히고 출판업도 포기하는 등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만일 페이지 식자기가 성공했더라면 오늘날 마크 트웨인은 재담가나 작가가 아니라 벤처 캐피탈 대부로 추앙받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라이노타이프)

이렇게 우아하고 멋진 기계가 마땅히 차지했어야 하는 자리는 투박하고 멍청한 라이노타이프가 대신하고 말았다. 페이지 식자기보다 60% 이상 느리지만 구조의 단순함에 힘입어 유지보수도 쉬웠고 변종도 다양하게 나왔기에 인쇄 현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라이노타이프는 식자공의 UX를 고려하지 않고 기계 제작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기에(이 쯤에서 우리는 QWERTY 키보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낄낄), 공학적이고 기술적인 관점에서 페이지 식자기에 발려야 마땅하지만... 우리가 늘 알고 있든 세상만사가 그렇게 원리 원칙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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