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2월 08, 2012

[일상다반사] 연금저축 수익률이 진짜로 형편없을까?

연금저축 수익률이 (생각보다) 낮다고 언론들이 이구동성으로 난리를 치다가 연말정산의 시기가 도래하자 연금펀드 수익률이 높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 며칠 전 애물단지 연금저축 기자가 직접 갈아타보니라는 기사에서는 친절하게 연금저축을 연금 펀드로 바꾸는 방법까지 설명해주는 상황이다. 그런데 주식으로 갈아타라고 은근슬쩍 넛지하는 내용도 그렇지만,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하기 위해 본문에 나오는 수익률 계산법이 정말 눈물난다. 뭐 비단 J일보뿐만 아니라 산수 계산에 대해서는 다른 신문사도 도토리 키를 재고 있으니, 경영/경제 블로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이런 이해가지 않는 계산법에 대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자 일단 본문을 살펴보자.

2001년 가입, 기자가 11년간 꼬박 부어온 A은행의 연금신탁의 수익률을 확인한 게 한달 전이다. 은행에서는 ‘누적 수익률이 25%’ 라고만 표기했다. 연환산 하면 2%대, 예적금 금리만도 못한 수익률이다.

애독자분들이야 척 보면 잘못된 곳이 바로 눈에 들어올 것이다. 바로 _연환산_이라는 부분이다. 단순하게 11년을 가입했다고 하니 25%를 11으로 나누면 약 2.27%가 나오니 얼핏보면 그럴싸해보인다. 하지만 연금신탁은 거치식 정기예금이 아니라는 함정이 숨어있기 때문에 단순히 연도로 나눈 연환산 수익률을 예적금 금리랑 비교하면 사과랑 의자랑 비교하는 꼴이 된다. 그러면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매년 300만원씩(12개월 동안 매달 꼬박꼬박 25만원씩 납입) 10년 동안 연금신탁을 넣었으며, 10년 후 누적 수익률은 25%라고 가정하자. 자 그러면 10년 후 이자를 포함해 총 평가액은 300 * 10 * 1.25 = 3750만원이다. 그러면 매달 25만원씩 10년동안 단리로 (비과세) 적금을 들어 3750만원을 만들려면 적금 이율이 얼마면 될까? 스프레드시트 등을 사용해 계산이 가능하지만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면 좀더 수월하다. 적금 이율이 4.96%인 경우 만기 지급액이 37,502,000이 나온다. 결국 2.27%가 아니라 실제 이율은 4.96%라고 봐야 한다.

수익률을 반토막 내도록 만든 사소한 계산 실수가 있었다고 치자. 하지만 연금저축에 가입한 중요 목적 중인 하나인 '소득 공제'에 대한 이익을 빼먹은 부분은 전혀 이해가 안 간다. 역시 계산 편의를 위해 300만원의 10%인 30만원씩을 10년 동안 돌려받았다고 가정하자(주의: 정확한 환급 금액은 개인별 과표 구간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10년 동안 300만원을 환급받게 되므로 실제 총 평가액은 3750+300인 4050만원으로 늘어난다. 자 그러면 다시 한번 문명의 이기를 활용해 계산을 해보면... 적금 이율이 6.95%인 경우 총 40,511,875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은행이 방만하게 운영한 결과 누적 수익률이 낮아져서 15%라고 가정하자. 300 * 10 * 1.15 = 3450만원이고 역시 300만원을 환급받았다면 3750만원이 되어 아까 계산한 이율인 4.96%를 달성할 수 있다.

적금 이율이 5%(누적 15%인 경우)와 7%(누적 25%인 경우)니까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주변에 워낙 대박 이야기만 많이 들려서...). 하지만 이 정도면 완전히 망한 투자는 아니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은행 정기 적금 금리는 3.3%~3.5% 수준이고 몇 년 째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자 0.1% 더 받으려고 눈에 불을 켜보신 분이라면 1.5% ~ 3.5 금리 차이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여기서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그리고 적금 금리를 자꾸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랑 비교하려는 분들이 계신데... 3천만원 정도의 푼돈(?)으로는 강남 아파트 1평(!)도 구입하지 못하므로 완전 에러다. T_T

뱀다리: 계산 과정에서 틀린 부분이 있으면 바로 지적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좀더 정교하게 최종 수익률을 계산하려면 연금 수령 시점에서 소득세로 5.5%를 가져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는 숙제로 남겨둔다.

수정: 주의 사항 한 가지가 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세액 공제 제도가 도입될 경우 '소득 공제' 관련해 수익률이 팍팍 꺾일 가능성이 높으므로(물론 반대급부로 일부 언론이 떠들어대듯 1200만원 미만의 근로 소득자들이 연금 저축을 400만원 한도로 꽉꽉 채우면 엄청난(!) 수익이 나겠지만, 세상 물정 전혀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 공론으로 보인다. T_T), 세테크 하시는 분들께서는 향후 바뀔 연말 정산 제도에 따라 시물레이션을 미리 해보는 식으로 수익률에 미치는 여파를 고려하시기 바란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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