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12월 28, 2012

[영화광] 호빗과 HFR

영화 자체만으로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상업 영화 역사상 최초로 HFR(High Frame Rate)이라는 기술을 적용했다는 이유만으로도 호빗을 _두 번_ 볼 수 밖에 없었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 먼저 IMAX 3D HFR로 다음으로 IMAX 3D로 봤는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HFR의 압승이다. 아날로그 TV를 보다가 HDTV를 본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까지는 크고 밝은 화면 때문에 가능한 IMAX를 택했는데, 이제 선택이 가능하다면 IMAX+HFR을 택해야겠다.

잠시 기술적인 설명을 해보자. HFR은 초당 48프레임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기법이다. 지금까지 업계 표준이 초당 24프레임인 이유는, 35mm 필름 릴에서 들을만한 오디오를 재생할 수 있는 최소 비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날로그 필름 세상에서나 합당한(24프레임이라는 기술 제약으로 인해 지금까지 우리는 상영 시간 절반 이상을 어둠 속에서 보내고 있었다. ㅋㅋ) 이런 프레임 제약이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화된 지금까지도 계속 유지되는 상황이니... 역시 기술 전파는 느리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HFR을 적용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1. 자연스러운 움직임: 특히 격렬한 전투씬이나 운동 경기에서 자연스런 움직임을 재현해준다. --> 호빗 중반 이후의 역동적인 전투 장면을 보면 확실하다.
  2. 밝기: 광원은 그대로라도 더욱 밝은 화면을 보여준다. --> 호빗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은데, HFR이 한 몫했다는 생각이다.
  3. 3D에서 어두움 보정: 3D용 편광 안경을 낄 경우 아무래도 전반적인 빛의 투과율이 조금 낮아지는 데다(편광의 의미를 생각해보라) 무작정 밝게 만들 경우 화면이 떨리기 때문에(영화관에서 2D 예고편 상영 중에 3D 안경을 쓰면 흰색 계통의 밝은 부분이 떨린다. 직접 실험해보시라) 3D에서는 화면을 조금 어둡게 표현하는 경향이 있는데, HFR을 사용할 경우 화면이 밝은 데다 화면 떨림을 최소화할 수 있으므로 3D에 아주 유리하다.
  4. 선명함: 떨림과 번짐이 없으므로 디테일을 살리는 화면 연출이 가능하다. --> 옷, 무기, 방, 성, 동굴 등 디테일한 소품들이 즐비한 호빗에서 엄청난 장점을 제공한다.

물론 HFR에 대해 거부감이 드는 분들도 많으리라는 생각이다(부작용: i) 영화가 미드처럼 보인다(ATSC 규약에 정의된 프레임 비율은 이미 30Hz다), ii) 눈에 들어오는 정보량이 많아지므로 머리 속에서 예전 버릇을 못 버리고 다시 보간법을 적용하려다 보니 어지럽다. iii) 윤곽이 너무 날카로워서 눈이 시린다). LP에서 CD로 넘어갈 때도 그랬고, 아날로그 필름에서 디지털 필름으로 넘어갈 때도 그랬었다. 하지만 HRF을 적용했기 때문에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고... 호빗 2, 3부작까지 보고 나면 아마도 다음부터는 HFR을 적용하지 않은 판타지 영화는 비교 당할 표준이 새롭게 생겼기에 무척 힘든 시절을 겪지 않을까 싶다.

아직도 HFR이 주는 장점이 잘 와닿지 않는다면... HIGH FRAME RATE VIDEO PLAYBACK에 가서 샘플 비디오를 감상하며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컴퓨터가 아니라 영화 스크린일 경우 더욱 더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도 기억하면 좋겠다.

오늘의 결론: HFR(그리고 용감한 피터 잭슨 감독 만세!)

EOB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