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아이작슨이 작심(?)하고 집필한 이 책은 엄청난 두께로 인해 도저히 대중 교통을 이용하며 읽기가 곤란했기에 집에서 조금씩 틈나는 대로 맛을 보다가, 지난 연말에 시간을 집중 투자해 결국 이 책을 선물 받은지(늘 챙겨주시는 K 부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1년이 넘어 완독에 성공(!)했다. 인터넷에 관련 내용이 엄청나게 올라와 있으므로, 굳이 여기서는 독후감이라는 형태로 재탕은 하지 않으려한다. 대신 읽고 나서 떠오른 몇 가지 생각을 두서없이 정리해보겠다.
- 스티브 잡스의 악명을 매킨토시 역사 초기부터 접했기에, 비교적 중립적으로 기술한 이 책이 스티브 잡스를 칭송(단점도 모두 장점으로 보인다. T_T)하는 듯이 느껴졌다. 국내 언론들이 한국에서도 제 2의 스티브 잡스를 양성해야 한다는 말을 할 때마다,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가 진짜 어떤 인물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 책 번역서가 출간되고 나서도 변치 않는 모습을 보니, 아이작슨이 좀더 세게 나갔어야 했을지도...
- 개인적으로는 스티브잡스가 그 콧대높은 음악과 영화 업계 사람들을 구워삶은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픽사 CEO로 재직하며 대중매체를 다루는 회사들의 특성과 문화에 대해 충분히 이해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요즘 아이폰 5가 망했다는 둥 애플이 몰락했다는 둥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을 진심으로(응?) 걱정해주시는 분이 늘고 있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애플의 성공이 스티브 잡스라는 개인의 영웅적인 산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잡스는 남(당연히 애플 내부 개발 인력도 포함!)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능력은 전 세계에서 최상급에 속했으니... 물론 그렇게 훔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능력도 최상급이었으니 용서가 가능했을 듯. 결론적으로 애플의 성공은 스티브 잡스의 후광을 계속해서 울궈먹는 구태의연한 행태가 아니라 완벽을 추구하기 위한 지속적인 실행 능력에 달려있다는 생각이다.
- 애플 스토어의 가장 큰 위력은 아마존의 원 클릭에 버금가는 결재와 구매 이력 시스템이 아닐까 싶다(물론 아마존이나 애플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절대 외부에 이런 구매 이력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듯이 보인다). 음반사, 출판사, 앱 제작사는 자신들이 모든 정보를 통재하는 갑에서 애플에 의존하는 을로 바뀌는 상황인지라 스토어를 이용하기 위해 애플로 가도 머리 아프고 아마존으로 가도 머리 아프니 그야말로 한숨만 나올 듯.
- 스티브 잡스만큼이나 워즈니악의 기행(응?)도 애플 덕후 사이에서는 유명한데 비록 스티브 잡스의 전기긴 하지만 재미를 위해 조금 다뤘으면 좋았을뻔했다. 젊었을 때의 해커로서 워즈니악 이야기는 이 책 전반부에 애플 ][를 만드는 과정에서 자세히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대중스타(으악!)로서 워즈니악의 화려한 이력이 빠진 점은 아쉽기만 하다. 한편으로는 미디어 업계를 위에서 흔들고(스티브 잡스), 다른 한 편으로는 미디어에서 대중들의 사랑(응?)을 받고(스티브 워즈니악) 이거 참 사람 운명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결론: 스티브 잡스와 애플 그리고 해커 문화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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