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을 위한 조언: 과거 언급은 금물이라는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를 읽다보니 다음과 같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타인의 특정한 행동과 관련해 타협을 하거나 관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기보다는 타인의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 타인의 행동 동기가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들이 왜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랑거 교수는 말한다."
그렇다면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오늘 소개한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을 읽다보니 다른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해법을 사용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이 책 저자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와 인터뷰를 한 기사('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저자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美와튼스쿨 교수)를 읽다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나온다.
"협상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보다 상대방 입장이 돼 그의 머릿속에 들어가봐야 한다는 것이다. 협상은 그들의 생각과 감성·니즈(needs·원하는 것들)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상대방이 예전에 했던 말도 찾아내 곱씹어야 상대방이 지금 원하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볼 때는 별 의미 없는 것인데, 상대방이 이를 절실히 원한다면 비용 부담 없이 들어줄 수 있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맥락은 비슷하다. 바로 '남의 입장이 되어 머리속을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라'로 줄여 말할 수 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는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나 대인 관계 테크닉 서적으로 읽힐 가능성도 있지만 의외로 우리가 너무나도 간과하는 기본적인 사실을 짚어주기 때문에 그냥 재미로 읽고 끝낼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사람'이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우리가 협상할 상대는 게임 이론에 나오는 이성적인 인간(스폭)이 아니라 감정적인 인간(커크)이며,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전문 지식이나 협상 절차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가 가장 앞서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일상 생활에서 꾸준한 연습에 의해 이런 능력이 배양되므로 평상시에도 물건을 할인 받고 서비스를 추가로 받고 차별 대우를 받았을 때는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노력하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 책의 대다수 내용이 (어떻게 보면) 정말 시시콜콜한 사례로 가득차 있는 이유는 이런 사례를 하나씩 따라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상황에서 협상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줄 목적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긴 시시콜콜한 사소한 협상도 못하는 데 큰 협상이 가능할리 없지. T_T
이 책에서 주장하는 몇 가지 협상의 교훈을 정리해드리겠다.
- 상대의 머리속을 파악하라: 항상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며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구체적으로 상대가 진짜 무엇을 바라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도를 그려야 한다. 그러면 협상의 폭이 자연스럽게 넓어진다.
- 감정이 중요하다: 물리적인 지불을 하지 않고서 감정적인 지불만 하더라도 협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 동일한 상황은 없다: 전문적인 지식, 협상 절차를 갖추고 충분히 준비하더라도 그 때 그 때 상황은 바뀌기 마련이다. 사람이 동일하고 협상 건이 동일하더라도 매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서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교환한다: 사람마다 원하는 가치가 다르므로, 돈의 관점이 아니라 요구의 관점에서 교환할 가치를 찾아야 한다. ((어른에 비해) '돈'이 없는 어린이들은 여기에 있어 거의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
- 상대방이 따르는 표준을 활용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내건 표준과 모순되는 상태에 있기를 대단히 거북스러워한다. 협상 과정에서 혹시 상대편이 자신이 내세운 표준과 다른 형태로 계약을 맺으려 든다면 여기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
- 위협과 비난은 해법이 아니다: 보통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편견이 만연하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한 번은 통할지 몰라도 두 번은 힘들다.
- 신뢰가 중요하다: 거짓말은 신뢰를 갉아먹는 적이다. 밝혀도 되는 안건에 대해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얻고 싶은지 미리 상대편에게 진실되게 알려주는 편이 협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 제 3자를 활용하라: 상대편이 협상에 있어 실질적인 권력이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누구를 움직여야 하는지 이해 당사자를 찾아나서야 한다.
- 걸림돌을 없애라: 협상 과정에서 나타나는 걸림돌을 차근차근 없애야 한다. 영화와는 달리 협상은 한 방에 화끈하게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므로 상대방 입장에서 차근차근 문제점을 파악해 제거한다. 걸림돌 때문에 교착 상태에 빠지지 않으려면 처음에 손쉬운 안건부터 처리하는 방법이 유리하다.
- 논리보다 공감: 단 '공감'이 진실되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것이다.
여기까지 읽고 와닿는 뭔가가 있으면 책에 나오는 다양한 교훈과 사례를 읽어보기 바란다. 매번 대인 관계에서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드는 분들께 특히 추천한다.
뱀다리: 며칠 전 지방 출장이 있어 택시를 타서 기사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근무일에 평균 12시간 이상 운전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나도 모르게 '감정 지불'(응?)을 해버렸다. 결과는? 공사로 인해 길이 엄청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최대로 빠른 길로 우회해 평상시보다 더 빨리 도착했고 요금까지 할인 받았다. (평상시 에누리라고는 꿈도 못꾸던 상황에서 자신감이 조금 붙었기에) 앞으로도 계속 연습해볼 생각이다.
EOB
너무 좋은 리뷰와 정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글삭제글 초반에 소개해주신 링크도 읽어봐야겠네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
삭제계속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박재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