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12월 07, 2013

[독서광] 페르시아의 왕자: 조던 메크너의 게임 개발일지 1985~1993

애플 ][ 애호가라면 분명히 '카라테카'라는 게임도 들어봤을 것이다. 공주를 찾아 악당들과 한 판 승부를 벌이는 격투기 게임의 원조인데, 혹시 모르는 분들을 위해 비디오를 첨부해봤다.

뜬금없이 8비트 게임 이야기를 왜 꺼냈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가 바로 '카라테카'를 만든 조던 메크너이기 때문이다. '페르시아의 왕자: 조던 메크너의 게임 개발일지 1985~1993'는 애플 ][와 IBM PC 격투기 게임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페르시아의 왕자'를 만들면서 작성한 일기를 정리한 책이며, 부제와 같이 1985년부터 1993년까지 페르시아의 왕자와 관련된 재미있는 개발 일화, 주변 이야기, 게임 회사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해커스를 읽다보면 1982년에서 게임 업계의 시계가 똑 멈춰버리는데, (해커스에도 나온 게임 회사인) 브로드번드를 중심으로 그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라면 1인칭 시점으로 기술한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들 것이다. 한국에서는 전자책으로 먼저 나왔는데, 애호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번에 종이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위키피디아의 페르시아의 왕자 페이지를 보면 알겠지만 그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어 정말 다양한 기종에 이식되었다. 다음 비디오를 보면 여러 기종에서 돌아가는 화면을 비교할 수 있을테다. 한국에서는 IBM PC의 보급과 맞물려 게임 애호가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는데, 약병 색상을 구분하기 어려운 모토크롬 모니터와 암호 표(복제 방지를 위해 특정 스테이지에서 매뉴얼에서 지시하는 특정 약병을 먹어야 계속 진행되게 만들었는데... 매뉴얼 없이 수많은 시행착오로 이를 다 격파한 친구를 알고 있다. 요즘 잘 지내고 있나?)라는 방해물에도 불구하고 엔딩 화면을 볼 수 있었다(끈기의 한국인!).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과정을 차곡차곡 적어놓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책은 충분히 읽고 소장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메크너는 2010년에 개봉한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의 각본가로도 활약할만큼 글재주가 좋기에 알찬 내용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대박 게임을 만들고 나서도 초기에 마케팅 팀의 비협조로 인한 판매 부진, 그 와중에 대본을 쓰고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모험, 독자들의 호평 속에 뒤늦게 베스트셀러 게임으로 등극(+ 수 많은 기종으로 이식)하는 스토리가 서로 잘 어울려 재미도 있고 교훈도 주는 일석이조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오며, 이미지 변환, 복제 방지, 박스 패키지, 기종간 이식 등 1980년대 게임 제작 작업의 주요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페르시아의 왕자를 직접 보신 분들은 느끼겠지만, 그 당시 기술 수준으로 놀랄만큼 자연스러운 사람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기술적인 비밀? 실제 사람(메크너의 동생이 주 모델이었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해 이를 디지타이저로 한 프레임씩 읽어 변환한 결과를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 봐도 움직임이 상당히 부드럽다. 지금이야 인물의 움직임을 따는 특수 효과 기술이 상상을 초월하므로 우스울지도 모르겠지만 그 당시 열악한 장비로 휼륭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이면에는 메크너의 창의성이 숨어있다.

결론: 고전 게임(특히 애플과 초창기 IBM PC) 애호가라면 즐겁게 읽어보기 바란다.

뱀다리: '페르시아의 왕자' 애호가라면 애플 ][용 어셈블리 소스 코드도 놓칠 수 없겠지? ;)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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