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아주 핵심을 찌르는 @HyeYunLee님의 글이 눈에 띄여 소개한다.
오늘 미국에서 오래 거주한 한국인과의 대화. "미국은 안 되는건 안 되는데. 한국은 안 되는걸 되게 하거나 될 수도 있게 하는 것이 가장 문제" 세월호 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원칙을 어기고 일을 진행하는 것이 능력으로 포장된건 아닌지
이 글을 읽다보니 몇 년 전에 미국에서 오래 거주한 지인(한국 사람이다)이 해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가 생각나서 간략하게라도 정리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 가보면(뭐 예상하겠지만... EU에 속해 좀 잘 나간다 하는 유럽 국가도 마찬가지다), 공항, 상점, 음식점, 공공기관, .... 등에서 현장 직원들의 서비스 수준에 놀랄 때가 많을 것이다. 외국에 나가서 융통성이라고는 정말 개미 눈꼽만큼도 없는 서비스를 받으며 속이 터진 경험을 누구나 한번씩 해봤을 것이니 여기서 다양한 사례는 과감하게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여기서 현상을 탓하지 말고 이유를 생각해보자. 왜 그럴까? 왜 선진국은 한국처럼 서비스를 번개처럼 멋지게(커피 나오셨습니다?) 하지 못할까?
지인이 분석한 결과는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지인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은 철저하게 능력 중심으로 승진이 일어나기 때문에(물론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정말 똑똑하고 싹싹하고 뛰어난 친구들은 승진에 승진을 거듭해 조직의 위쪽에 올라가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볼 수 없기 때문이란다. 이런 능력있는 친구들은 자신들이 아는 바를 총동원해 아주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람도 고민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게 원칙과 절차를 만드는 작업에 투입되므로 융통성을 희생하더라도 어떻게든 일은 진행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일을 처리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예외는 예외대로 모아 별도의 전문가(말 그대로 전문가)에게 위임해버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정반대로 현장의 아르바이트 직원은 아무리 똑똑하고 싹싹하고 뛰어나더라도 승진을 기대하지 못한다(아주 드물게 점장까지 하는 사람도 있지만... 창업주의 일가 친척이 아닌 이상 조직이라는 사다리의 꼭대기로는 절대 올라가지 못한다). 생존을 위해 융통성을 극대화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규칙과 원칙도 과감하게 위반해야 한다. 그 결과 역설적으로 한국에 살고 계신 여러분들은 (원칙이니 규칙을 잘 지키는지는 아무 관심 없고...) 현장에서 똑똑한 사람들이 제공하는 융통성이 극대화된 최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T_T
와, 정말 그럴싸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지만, 여기서부터 파생되는 결과가 더 중요하다. 미국은 일선 직원들에게 매뉴얼에 명기된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부여한다. 한국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므로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그 결과 평상시에는 미국보다 한국이 월등히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현장에서 실행하는 사람들의 수준에서 차이가 날뿐더러 규칙과 원칙대로 하다보면 아무래도 시간도 오래 걸리고 사람도 많이 필요하게 되는 등 간접 경비(overhead)가 커지기 마련이니까. 자, 그렇다면 평상시가 아니라 비상시가 되면 어떻게 될까? 가용한 모든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 몇몇 똑똑한 비정규직 직원만으로 방어가 가능할까? 피해를 줄이거나 사전에 위험을 최대한 회피할 수 있을까? 답은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연일 뉴스와 신문에서 대문짝만하게 사고 소식을 보도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합리적인 선을 넘어서 원칙적으로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든 영웅담이 회자(아니 미화)되지만 정작 이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생겨 누군가 책임질 상황이 닥치면 미개한(응?) 아래 것들만 주리를 틀어 책임을 떠넘기며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행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번 사고 후에 별의별 희한한 온갖 종류의 대책이 다 나올텐데 백약이 무효라는 데 한 표 던진다. 향후 문제점이 개선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으며 유사한 재난은 앞으로도 반복되리라는 사실이 사람들을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다. 원칙대로 해도 융통성 없는 병신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만 제대로 풀릴 문제다. 어떻게 보면 몇 푼 아끼느라, 조금이라도 빨리 하기 위해, 나 하나 편하자고 원칙 없는 사회를 만드는데 직간접으로 일조한 우리 모두가 자초한 결과다. 정말 부끄럽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