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11월 06, 2014

[독서광] 33가지 프로젝트로 배우는 아두이노

집에 아두이노 호환 보드를 사놓고 이런 저런 실험을 하며 재미있게 갖고 놀고 있는데, 아무래도 스타터 킷SIK 지침서만으로는 성이 안 차서 한빛미디어에서 나온 '33가지 프로젝트로 배우는 아두이노'를 구매해(여러 후보를 놓고 비교한 결과 이 책이 낙점되었다) 읽어보았는데, 많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원서 제목이 30 Arduino Projects for the Evil Genius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악한 천재를 위해 만들어진 예제가 즐겁고 흥미롭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다. 하지만 초보자용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이 책은 어느 정도 C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해하고 있고 최소한 트랜지스터가 뭔지 아는 사람이 봐야한다. 물론 쉽게 설명하려 노력했고 난이도 별로 쉬운 예제와 어려운 예제를 균형있게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독자층을 아우르긴 하지만 그래도 아두이노를 생애 첫 보드로 구입한 친구들이 무작정 덤비기에는 다소 곤란한 책으로 보인다. 브레드보드만 사용해 실험을 이끌어나가는 대신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중간 중간 납땜을 요구하기 때문에 혹시나 비싼(?) 부품 등을 망가뜨릴까봐 조금 두렵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본문 구성을 살펴보면 아니나 다를까 LED부터 시작한다. 아주 간단한 점멸을 활용한 모스 부호 번역기를 시작으로 모형 신호등과 LED 주사위까지 난이도를 높여나간다. 출력이 있으면 입력이 있는 법인지라 그 다음으로 센서 장착에 들어간다. 키패드 비밀번호 입력에 이어 모형 신호등에 로터리 엔코더를 붙인 다음 심장 박동 모니터와 USB 온도 기록계를 제작한다. 여기까지 오면 일단 입출력에 대한 기본적인 프로젝트가 끝나므로 뒤에 이어지는 내용은 빛, 소리, 전력이라는 주제를 놓고 심화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빛의 경우 세븐 세그먼트로 주사위를 다시 만들고 LED 배열을 사용해 색상 패턴을 표시하고, USB 메시지 보드를 만든다. 소리의 경우 오실로스코프를 만든 다음 음악 플레이어, 빛 하프, VU 미터를 제작한다. 전력 프로젝트에서는 실제 외부 장치(또는 액추에이터)를 제어하는 방법을 소개하면서 LCD 온도 조절기, 컴퓨터 조종 선풍기, 최면 장치, 서보 모터를 사용한 레이저 글자 쓰기 장비를 제작한다. 그리고 나서 잡다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거짓말 탐지기, 자석 도어록, 적외선 리모콘, 릴리패드 시계, 카운트다운 타이머와 같은 누구나 한번쯤 만들어보고 싶은 장난감을 제작해본다. 마지막으로 레오나르도를 사용해 가상 키보드와 마우스를 만들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물론 책의 가장 뒤에는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기초 지식을 정리하는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아무래도 짧은 지면에 많은 내용을 설명하려다 보니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는 느낌이다(설마 전자공학이 챕터 하나로 뚝딱 끝낼 수 있으리라 믿는 분은 안 계시리라...).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컬러다. 책 두께와 정가가 올라가긴 했지만 컬러이기 때문에 배선도를 보다 햇갈릴 가능성을 상당히 줄여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로도, 배선도, 실제 배치도가 모두 총천연색으로 나오므로 디버깅(?)을 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대응하는 코드가 완결된 형태이며 깃허브에 가지런히 올라와 있기에 일단 무작정 따라하기 모드로 가는 경우에도 큰 어려움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코드가 이해가 안 가면 본문 중에 번호를 붙여가며 정리해놓은 설명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 아두이노를 구입하려거나 구입한 독자 중에 C 프로그래밍 언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기초적인 전자공학 지식도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은 결코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강력 추천!

EOB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