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사원 때는 크게 고민이 없지만 나이가 들고 직급이 올라가고 직책이 중해질수록 경력 관리에 대해 고민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기술 부문은 기술 전문 경력과 관리 전문 경력으로 나뉘어지기 때문에 언제 어떤 경로로 가야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경력을 관리해야할지 대학교에서도 가르쳐주지 않고 회사에서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HR 전문 컨설턴트들(소위 헤드 헌터라고 부르는...)이 있긴 하지만 이 친구들은 수요-공급을 이어주는 중간자이므로 인력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과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업종과 회사마다 편차가 크므로 내가 겪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알려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시행착오를 거쳐 경력 관리를 배우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
오늘 소개하는 '개발 7년차, 매니저 1일차'는 신입사원에서 시작해 CTO가 되기까지 개발자가 어떻게 경력을 관리해야 하는지 정리한 책이다. 단순히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라떼는 말이야'라고 연대기 순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대신 훌륭한 관리자가 갖춰야할 특성을 중심으로 직책별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짚어주고 있다. 이러다보니 책이 다소 지루할 수 있다. 아마 자신이 이미 지나온 단계는 경험이 쌓였으므로 나름대로 노하우도 축적되었고 어려움과 해법이 무엇인지도 알기 때문이고 앞으로 남은 단계는 어차피 먼 남의 일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형으로 고민하는 부분을 읽을 때는 갑자기 집중력이 높아질 것이다!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고 이 책을 읽으려면 구성 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테크리드(기술 선임)부터 팀 하나 관리, 팀 여럿 관리, 팀을 관리하는 매니저 관리, 전사 관리 순으로 사원부터 CTO에 이르기까지 단계마다 필요한 역량과 자세를 설명하고 있으므로, 실제로 내가 처한 상황에 대입해 과거에 내가 어떻게 행동했고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떠올리면서 읽으면 단숨에 독파가 가능할 것이다. 단, 해외 사례이므로 직급이나 직책이 한국과는 살짝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가면 좋을 것 같다. 가장 혼란이 큰 직책이 부사장(Vice President)인데, 한국과는 달리 미국은 기술적으로 가장 숙련된 매니저를 지칭하므로 팀을 관리하는 매니저 관리와 전사 관리 부분을 읽다가 CTO가 VP 여럿을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에서 "아니 이게 무슨 이야기야?"라고 당황하지 말기 바란다.
저자가 개발쪽에서 CTO로 가는 경로를 밟았기에 '조직을 디버깅'한다는 내용이나 코딩 감을 잃어버릴까 걱정하는 매니저들에 대한 조언 등 표현이나 내용 전개가 기술쪽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즈니스 적인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기에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표지 덕분에 이 책 저자가 개발 테크 트리를 타신 여성분이라는 사실을 놓칠지도 모르겠다(나는 저자 이름을 보자마자 저자가 여성분이네?라고 바로 알았다. ㅎㅎ). 보너스로 Y 콤비네이터 인터뷰 내용을 올려드린다.
한 줄 요약: IT 부문에서 경력 관리에 항상 고민이 많은 분들께 추천한다. 특히 서시히 만랩에 가까워지고 있는 중간 관리자들이 읽으면 여러 가지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을 것이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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