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2월 11, 2007

[독서광] 공중그네



누군가 나의 겉모습을 보면 공부만 열심히 해서 조금은 멍청한 모범생 같아 보일지 모르겠는데, 이런저런 장난을 좋아한다는 비밀을 폭로하면 혼비백산할 독자들이 많을 듯이 보인다. 회사 다니면서부터 장난을 못쳐서 온몸이 다 뒤틀리기에 어떻게 대리만족할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공중그네'가 딱 걸려들었다. 애독자 여러분을 위해 감상평을 몇 자 적고 넘어가겠다.



“책을 읽으며 배를 잡고 웃은 것이 몇 년 만인가?”


출판사가 매상고를 위해 위에서 제시한 낛시성 문구를 만들었겠지만,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나서 아무리 노력해봐도 포복절도할만큼 우스운 내용은 생각이 안난다. 대신 '장난'을 빙지한 창의력과 '호기심'을 빙자한 솔선수범이라는 양대 무기로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가 무척 인상 깊었다는, 출판사 의도랑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감상평이 튀어나오고 만다. 이 책 주인공인 이라부는 대학교 때부터 말성장이에다 사회에 나와서는 볕 잘드는 소아과에서 쫓겨나서 지하실 한 구석에 정신과 사무실을 얻어 일하는 아웃사이더지만, 아주 희한한 환자들을 만나면 기발한 방법으로 환자 스스로가 문제를 분석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만병(?)을 치료해준다.



무엇이 끌렸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주변에 말 잘하고 잘 생기고 능력 좋고 야전교범에 따라 위에서 시키는 데로 눈치한번 비상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에게 둘려쌓여서 대략 풀이 죽어가는 내 모습과 구태의연한 인습이나 사회적인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에 대한 문제를 사람처럼 풀어가는 이라부의 모습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 나두 요즘 나사 몇 개 풀린 상태로 변한 이유는 바로 '장난'을 못쳤기 때문이야 !"라는 결론에 이르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장난 한번 걸고 싶어서 안달이 나고 있다. :) 이렇게 할 경우 삶의 활력소가 될까 아니면 망신살이 뻗어서 욕만 뒤집어 쓸까? 빡빡한 사회에서 살아나가기 참 어렵다. T_T



EOB

댓글 3개:

  1. 저는 읽으면서 몇번이나 키킥거리고 웃었던것 같습니다. 얼마전부터 일본소설을 읽어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구요.금방 읽히고, 가볍지만 재미있고.. ^^
    후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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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 역시 언제 포복절도를 해야할지 고민을 살짝 했더랬지요. 처음에는 이라부의 기발함에 흥미를 느꼈지만서도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구조에 약간 싫증이 나더군요.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 저렇게 나사풀린채로 살아가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을 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다고 스스로가 나사풀린듯 자유롭게 살 용기가 없다는것에 자책(?), 한탄을 하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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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전 어제 막 이 책을 읽은 참인데요. ^^;; 재미있게 읽었지만 뒷맛이 조금 개운치 않네요. '일탈은 정신건강에 좋다'에는 절대 공감했지만, 정작 작가는 본인은 교묘하게 자기가 정해놓은 '모범선'을 벗어나지 않는 비겁함이 보입니다. 잘 작곡된 팝스타일의 건전가요라 할까요. 근작인 '남쪽으로 튀어'에서도 막 나가줄 것 같다가 그냥... 이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까..^^; 아무튼 제게는 작가의 태도가 약 10%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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