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7월 06, 2008

[독서광]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



재치와 위트가 넘치면 돈이 도망가기라도 하는지 $에 관련되면 누구나 진지해지려고 노력한다. 책도 마찬가지라서 대다수 투자(아니 투기) 관련 서적 중에 낄낄거리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은 찾기가 아주 어렵다. 또한 자기 실패를 진솔하게 드러내는 책은 더더욱 찾기 어렵다. 투기 관련 서적 집필한 사람들은 책 내용대로라면 실수도 한번 안 해본 미다스의 손인가?



오늘은 책을 잃어버리는 바람에(이런 경우도 참 드물지만, 여튼 잃어버렸다. 술이 원수다.), 두 번이나 구입해서 끝까지 읽었고 틈나면 또 읽으려는 책을 소개하겠다. 도토리 펀드(에이콘 펀드)로 유명한 랄프 웬저가 쓴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가 바로 주인공이다.



원서 제목을 보면 'A Zebra in Lion Country'다. '사자 나라에 사는 얼룩말'인데, 여기서 사자와 얼룩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한국어판 책 뒷면에 아주 잘 나온다.



펀드매너지와 얼룩말은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둘 다 아주 특별한, 하지만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를 갖고 있다. 펀드 매너지는 시장 평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 하고, 얼룩말은 신선한 풀을 먹으려 한다. 둘째, 둘 다 리스크를 싫어한다. 펀드매니저는 잘못하면 "잘릴" 위험이있기 때문이고, 얼룩말은 사자에게 잡아 먹히기 때문이다. 셋째, 둘 다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 이들은 생긴 것도 비슷하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며,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우왕, 제목이랑 소개글부터 심상치 않다. 내용 역시 범상하지 않아서, 투자서중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지하철 안에서 읽다가 웃겨서 죽는줄 알았으니, 요 간만에 스트레스를 많이 해소했다.



이 책은 에이콘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를 위한 보고서를 작성해온 짬밥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화와 비유 흥미로운 역발상등을 많이 싣고 있기 때문에 기존 투자서나 경제 신문(주의: 우리 나라 경제 신문들은 대부분 조중동과 어깨를 겨누는 찌라시성 기사가 많다. 차분하게 읽되 절대로 잘못된 내용에 속지마라!)에 나오지 않는 (아니면 나오더라도 거꾸로 설명하는) 멋진 조언과 통찰력을 즐겁게 획득할 수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재미있는 내용을 몇 가지 정리해보았다.



몇 해 전 일이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우리 직원들과 함께 근사한 점심식사를 한 뒤 다우존스 산업평균 주가가 그 해 말 얼마가 될지 예상해봤다. 당시 다우 주가는 2190이었는데, 나는 2316을 썼다. 우리 모두 각자 예측치를 적어서 제출했는데, 우연의 일치였는지 나의 아내이자 파트너인 리 젤에게 물어보니 그녀 역시 2316을 예상했다.

"당신 어떻게 해서 그런 주가를 예상했어? 내가 물었다.

"그러니까, 내 생일이 23일이잖아요, 그리고 우리 딸아이 생일이 16일이고, 그래서..." 그녀의 대답이었다.

"말도 안 돼! 세상에 그런 미신이나 믿다니!"

"좋아요, 그런데 당신도 2316을 적었다면서요. 경제예측을 잘 하시는 당신께서는 왜 그렇게 예상했지요?"

"그야 간단하지. 내가 다니는 헬스클럽의 회원번호가 2316번이잖아."


좋은 뮤추얼펀드는 어떻게 고를까? 내가 늘 하는 말이 있다.:
알파벳 순서대로 골라보세요.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주식을 평가할 때 가장 잘 쓰는 방법은 "그러면 사직서를 쓸까?"라고 나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누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 씨티뱅크에서 내가 눈 여겨보고 있는 어느 회사의 주식을 현재 시작 가격으로 전부 매수할만큼의 돈을 빌려주기로 했다고 말해준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지금의 뮤추얼펀드 사업을 접고, 이 회사를 인수해서 경영할 자신이 있는가?

... "그래 이거야, 기 회사라면 내 전부를 바칠 만하지." 이런 기업이 바로 내가 확신을 갖고서, 신이나 서 매수하는 주식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만 눈물 나는 경험담도 나온다. 1987년 주식 시장 대 폭락 과정에서 망가진 일화를 솔직하게 기술하는 부분을 읽다보면 가슴이 찡해진다.



목요일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나는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자네들은 하늘에서 가장 크고 밝게 빛나는 게 뭐라고 생각하나?" 이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당연히 태양이라고 대답했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은 지난주와 똑같지?" 내가 다시 묻자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주식 시장이 좀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았을 거야." 나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직접 투자를 하든 간접 투자를 하든 이 흥미로운 책은 꼭 읽어보기 바란다. 강력 추천!

댓글 1개:

  1. 좋은책 추천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한번 꼭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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