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른 사람이 초벌 번역한 내용을 잠시 살펴보다가 블라인드 스팟에 발목이 잡히는 아주 좋은 경우를 목격했다. 이런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 가능성이 있지만, 번역한 본인은 찾아내기 아주 어렵기 때문에 회피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
In the airborne defense subsystem case discussed earlier, this phase would have uncovered the management problems in leading a team of mavericks.
이전에 논의된 공수 방위 하부조직 시스템의 경우, 이 단계는 매버릭(매버릭 : 미국의 대전차 공격용 공대지 미사일) 통솔 팀 내부의 관리 문제를 포함하지 않았었다.
자, 여기서 원래 역자가 어떤 실수를 했는지 감이 오는가? 지금부터 B급 프로그래머가 풀어내는 설명을 들으면 그럴싸 할거다.
- 가장 먼저 저지른 실수는 'airborne defense subsystem'다. 군사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특수 임무를 띄고 후방으로 투입되는 '공수부대'를 방어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냥 N 포털 사전 찾아서 1:1로 치환(?)하다보니 생긴 문제다. 여기서는 대공 방어 시스템이나 방공 시스템 정도로 번역하면 된다. 되도록 짧은 쪽을 택하자.
- 그 다음으로 공수 방위라는 개념이 머리 속에 그려지면서 문맥상 maverick을 공중 발사 지상 타격 무기 이름인 Maverick으로 번역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여기서 모순은... Maverick은 대인 살상 무기가 아니라 탱크, 고정식 목표물(유류 저장 탱크, 대공 방어 진지), 배, 지상 이동 수단을 타격하는 공대지 미사일이므로 공수 방위랑 별로 상관이 없다는 데 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m이 대문자가 아니라 소문자다. 낄낄낄... 사전을 찾아보면 독불장군, 혼자서 일하는 지식인이라는 의미가 있다.
- 마지막으로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문맥을 완전히 뒤집어버리는 'uncovered' 번역이다. 'un'이 들어가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듯이 보일지 몰라도... 커버를 벗기면 속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드러난다. '적의 포화에 그대로 노출되었다'라고 번역 안 한게 신기할 정도. ㅎㅎ
자, 그러면 서론이 길었다. 개발괴발 B급 프로그래머가 초벌 번역한 내용을 살펴보자.
앞서 설명한 방공 하위 시스템에서 이 단계는 각자 따로 노는 팀을 만든 관리 문제를 밝혀내었다.
완전히 문맥이 거꾸로 된 사례를 접하다 보면 번역서 읽고 싶은 생각이 싹 가실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읽고 있는 번역서 한 권도 난감 사례 속출이긴 한데... 불행 중 다행으로 원서 pdf를 구했기에 그냥 원서를 읽을 생각도 있는 상황.
EOB
영문 원서 번역의 어려움이 잘 묻어나 있네요.
답글삭제일단은 영어공부부터 해야겠다고 느끼는 1人이었습니다.
지난번 에이콘에서 뵌 장재현입니다. 번역을 해보니 우리말로 깔끔하게 표현하는 게 정말 어렵더군요. 열심히 열심히 해야할 것 같아요.
답글삭제In the airborne defense subsystem case discussed earlier, this phase would have uncovered the management problems in leading a team of mavericks.
답글삭제한 가지만 추가하자면 (금상첨화? 화룡정점?),
앞서 설명한 방공 하위 시스템에서 이 단계는 (이 단계를 제대로 거쳤더라면) 각자 따로 노는 팀을 만든 관리 문제를 밝혀내었을 것이다.
"this phase would have uncovered"니까요...
a77lia님, 멋진 피드백 감사드립니다. :)
답글삭제- jrogue
번역을 많이 하셨고 지금도 하시는 만큼 이런 실수 경험담 많이 알고 계실텐데 다음에도 부탁할께요. 재미도 있지만 배우는 것도 많거든요.
답글삭제rss feed 보고 would have 번역이 빠졌다고 적으려고 왔더니 이미 a77ila님히.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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