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5월 19, 2009

[일상다반사]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 출간 소식



올 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릴 (초특급 블록버스터를 가장한) 해커용 컬트 책인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 출간일정이 오는 5월 28일로 잡혔다. 2007년 17회 졸트상 최종 후보작(Books (Practical/General Developer Interest) 부문)에 오른 이 책은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을 즐겁게 본 독자라면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던 후속작품이다.



이 책을 번역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저작권 협의를 해야하지만 출판사 쪽 연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로버트 L. 글래스 할아버지랑 직접 계약을 맺었고, 여느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예정된 일정을 훨씬 더 초과해서(초과율 200% 일거다. 낄낄) 완료했고, 역자들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여튼 이 책은 지금까지 B급 프로그래머가 읽은 기술 서적 중에서 최강을 자랑하며, 향후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나누는 기준이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을 읽었는지 읽지 않았는지로 구분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이 책은 거의 60년이라는 세월 동안 실무/학계/연구소를 두루 거치며 겪은 로버트 L. 글래스 할아버지의 경험담을 토대로 소프트웨어 개발 관점에서 정확하게 창의력이라는 핵심 목표를 공략한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를 다룬다고 해서 현실과 동떨어진 4차원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창의력 책에도 나오지 않는(당연하지. 소프트웨어 창의력 관련 책은 결코 흔하지 않다!) 놀라우면서도 신선한 시각을 여러분들에게 제공한다.



목차부터 살펴보자. (이번에도 독자 여러분을 위한 특별 부록을 넣었다. 특별 부록 B(성공/실패 조건)는 후식으로 가장 마지막에 보기 바란다. 여러분 상상을 초월하는 연구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낄낄).




1 규율 대 유연성

1.1 소프트웨어 분야의 진정한 헨리 포드를 찾습니다!
1.2 소프트웨어 자동화, 가능할까 사기일까?
1.3 프로그래머는 정말로 ‘통제불능’일까?
1.4 체계는 나쁜 말일까? 소프트웨어 생명주기 이야기
1.5 소프트웨어 설계 위조하기
1.6 애자일 프로그래밍, 유연성이 무르익다
1.7 교정원 연필에 얽힌 황당한 사건
1.8 파루틴 지수
1.9 체계와 창의력이라는 기묘한 단짝

2 정형 기법 대 경험 기법

2.1 논쟁을 명백히 밝혀보자
2.2 죄책감 없이 소프트웨어 개발하기
2.3 정형 기법: 극적인 (성공, 실패) 이야기 하나
2.4 정형 기법을 넘어서
2.5 정형 기법에 대해서 독자들이 보낸 의견

3 최적화와 만족화

3.1 BIEGE 원칙으로 문제를 해결하라
3.2 충분한 소프트웨어
3.3 땜빵을 옹호하며
3.4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소프트웨어 생산성 (!?)

4 정량 추론 대 정성 추론

4.1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하지 못한다. 정말?
4.2 수학과 전산학자
4.3 의사결정에서 직관의 역할
4.4 숫자도 숫자 나름이다

5 프로세스 대 제품

5.1 좋은 프로세스가 좋은 제품을 내놓을까?
5.2 좋은 프로세스가 좋은 제품을 내놓을까? 두 번째 의견
5.3 위대할 뻔한 이야기
5.4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잡다한 생각 몇 가지
5.5 프로세스 대 사람, 좋은 제품 만들기
5.6 CMM을 적용한 결과 둘러보기
5.7 제품 대 프로세스, 언제 무엇에 집중할까?

6 지적인 업무 대 사무적인 업무

6.1 소프트웨어 만들기, 쉬울까? 어려울까?
6.2 소프트웨어 업무, 지적일까 사무적일까...... 아니면 창의적일까?
6.3 아주 그릇된 이유로 혁신 개념 사들이기

7 이론 대 실무

7.1 이론이 먼저일까? 실무가 먼저일까?
7.2 다시 생각하는 이론 대 실무
7.3 이론과 실무, 심난한 예제
7.4 뒝벌의 비상
7.5 이론 대 실무, 다양한 유감
7.6 소프트웨어 실무가 소프트웨어 이론을 앞서는 부문 정리

8 업계 대 학계

8.1 흥미 대 유용성
8.2 개인 대 팀
8.3 유행어 둘
8.4 이해와 인정과……정형 기법
8.5 구조적 연구
8.6 말하기 대 듣기
8.7 미적미적 위원회
8.8 엄밀성 대 실용성

9 재미 대 진지

9.1 재미와 권태
9.2 오픈소스, 돌아온 재미
9.3 특이한 프로젝트
9.4 잃어버린 재미를 찾습니다

10 소프트웨어 조직과 창의력

10.1 그리스 대 로마, 판이한 소프트웨어 문화
10.2 통제와 기업 문화
10.3 혁신과 관리
10.4 창의력과 전략 정보 시스템
10.5 창의력 대 법

11 창의력과 소프트웨어 기술

11.1 정보 시스템을 구현하는 창의적인 기법
11.2 창의력과 소프트웨어 설계, 빠진 고리
11.3 사례 연구, 창의력이 현실을 만나다

12 소프트웨어 역사와 기념비적인 사건

12.1 첫 번째 기념비적인 사건
12.2 이후 ‘은총알’ 사건
12.3 창의력 대 절차화

13 조직적인 창의력
14 창의적인 사람
15 컴퓨터와 창의력
16 창의력 모순
17 항상 그랬다
18 상승적 결론
19 기타 결론

A 특별 부록(로버트 L. 글래스 대담 기사)
B 특별 부록(성공/실패 조건)
C 베타리더 한마디



목차부터 벌써 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도전적인 문구와 단어로 가득차 있다.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이 여러 가지 주제를 광범위하게 다루느라 조금 산만했다면, 이 책은 소프트웨어 세상을 지탱하는 창의력 관련 주제에 집중하므로 훨씬 더 독자 지향적이라고 생각한다. 역자 관점에서 바라본 이 책은 어떨까? 다음에 정리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는 속담이 있다. ‘소프트웨어 컨플릭트 2.0: 시대를 뛰어넘는 즐거운 논쟁’이 2007년 초반에 나와서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어떻게 보면 후속 작품인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은 아무래도 형의 그늘에 묻힐까 부담스럽다. 하지만 매트릭스 2편에 사용했던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광고 문구는 바로 이 책에 딱 맞는 듯이 보인다. 여러분들이 소프트웨어 창의력과 관련해서 무엇을 상상하거나 이 책은 여러분의 상상력을 확실히 뛰어넘는 창의력을 보여준다.

이 책 초판은 아마존에서 아주 흥미로운 기록을 세웠었다. 판매 부수와 판매 순위가 아니라, 절판 후 중고로 올라온 책 가격이 바로 주인공이다. 해커들 사이에서 이 책은 권장 도서가 아닌 필독서라는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1000불 넘게 호가가 올라갔다(2판이 나오고 나서도 한동안 999불을 유지했다). 소프트웨어 분야 서적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가치가 떨어져서 나중에는 종잇값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옛날 책이 인기를 끈 이유는 소프트웨어 창의력을 다루는 책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분야에서 해당 주제를 다루는 유일한 책이니 당연히 가치가 높을 수밖에.

하루하루 철야에 특근에 개발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창의력이라는 주제가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지 냉소적인 시선을 던지는 사람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 백승이라는 말이 있듯이, 소프트웨어 본질을 알아야 제대로 된 개발이 가능하다. 역자는 여러 해 동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업계, 학계, 정부 기관에 속한 그야말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개발 작업이 진행되는 도중에 “모두 소프트웨어에 대해 정말로 다른 생각을 품고있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들 때마다 이를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사람이 없어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바로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동안 물음표 기호로 남겨 놓았던 많은 의문이 풀려버렸다. 이제는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답답하고 화가 나는 대신 속으로 크게 웃으며 표정을 관리하느라 정말 바쁘다. 스티브 맥코넬이 아마존에 올린 장문의 서평에서 밝히듯이 흔치 않은 강력한 통찰력을 얻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도 나이를 먹어서 둥글둥글하게 사람이 변했기 때문일까? 어찌 되었거나 다른 사람들이 소프트웨어를 바라보는 시각을 이해한다면 당연히 소프트웨어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역자 혼자서 읽고 즐기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내용이 많이 담겨 있기에, 소프트웨어 개발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기 바란다. 소프트웨어 본질을 탐험할 기회는 절대로 흔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접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이런 답답한 상황을 한방에 해소하도록 2판에 이어 번역서까지 나온 상황이므로 업계와 학계에서 오랫동안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글래스 할아버지가 여러분에게 특별히 선사하는, 살아 숨쉬는 교훈을 절대로 놓치지 말자.


B급 프로그래머 혼자 생각이라고? 좋다 그렇다면 베타리더로 이 책 제작에 참여한 스티브 맥코넬이 쓴 아마존 서평도 한번 비교해가며 읽어보기 바란다.




피플웨어나 맨먼스 미신에 버금가는 기념비적인 책

- Rapid Development와 Code Complete 저자 스티브 맥코넬 (별 다섯)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창의력은 자주 언급되는 주제다. 하지만 대개는 진정한 창의력에 기여하는 요소를 거의 모르면서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창의력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피상적으로 이해하면서 창의력을 거론한다.

여기저기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거론할지라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창의력은 아주 중요한 주제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독창적인 책은 창의력이 중요한 이유와 창의력을 높이는 방법을 분명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체계 대 유연성, 정성 대 정량, 프로세스 대 제품, 이론 대 실무 등 서로 상충하는 개념을 비교하고 분석한다. 깔끔하라고 일부러 짜맞춘 구조가 아니다. 각 개념 쌍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며 앞으로도 지속될 ‘본질적인 긴장’을 표현한다. 이런 ‘본질적인 긴장’에서 야기되는 지적인 활력은 연구를 자극하고 논쟁을 불붙여서, 장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업계를 발전시키는 동력이 되어 왔다. 글래스는 서로 상충하는 견해를 탐험하면서 양쪽 진영이 소프트웨어 분야에 기여하는 가치를 (보기 드물게) 인정한다.

글래스는 글 쓰는 스타일이 가볍다. 그래서 때로는 독자가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넘어갈 위험이 다분하다. 이장저장 뒤적이며 재미있게 읽고 나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던져버리기 십상이다. 나중에 (애자일 광신도와 프로세스 광신도가 토론하는 모습을 보거나 학계 연구자가 실무 실정을 한탄하는 논문을 읽으면서) “아무도 진짜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군”이라는 생각이 들 때야 비로소 이 책에서 흔치 않은 강력한 통찰력을 얻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리라.

물론 완벽한 책은 없다. 이 책은 지난 40여 년에 걸쳐 글래스가 쓴 글을 모았다는 사실이, 그리고 일부는 거의 혹은 전혀 수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큰 단점이다. 개인적으로는 글래스가 더 많은 수필을 손봤으면 좋았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수필 대다수는 오늘날 독자들도 충분히 공감할 사안을 다룬다. 글래스의 논지가 시류를 타지 않는다는, 즉 소프트웨어 개발의 본질을 꿰뚫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글래스는 아주 개인적인 시각으로 글을 쓴다. 그래서 일부 독자들은 글이 너무 자의적이라 느낄지도 모르겠다. 주제를 다루는 깊이도 다소 일관적이지 못하다. 좀 더 깊이 다뤄주면 좋았겠다는 부분이 있는 반면, 너무 깊이 다루었다 여겨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제기하는 사안과 글래스가 보여주는 통찰력이 우리 분야에 시사하는 가치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1995년에 나온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1판은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10권 안에 든다.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 2.0은 더욱 세련되고, 더욱 읽기 좋고, 첫 판 이후로 저자가 10년 동안 쌓은 경험과 지혜가 묻어난다.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티비티는 피플웨어나 맨먼스 미신처럼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을 정확하게 꿰뚫는다.

소프트웨어 분야에 몸담은 50여 년 동안 로버트 글래스는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줬다. 이 책은 그가 우리에게 안겨준 가장 기념비적인 선물 중 하나다.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출판사와 협의해서 지금 열혈 애독자 여러분을 위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으므로, B급 프로그래머 블로그에 계속해서 주목해주시면 감사하겠다.



EOB

댓글 13개:

  1. 오~ 드디어 출간인가요?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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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기대만땅인데요^^ 리더로 읽다가 블로그를 직접 찾아오게 만드시다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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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쩜 요롬 알흠다운 책들을 주옥같이 번역해서 소개해주시나용~. 터미너이터4만큼 기다려지는군요. ㅋㅋ

    어서 나와주세요!

    klimt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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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낙양의 지가가 또 들썩거리겠군요. 흥분되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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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또 얇은 지갑을 열게 만드시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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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 책 완전 기대됩니다
    이벤트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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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완전 기대됩니다!!

    멋진 책을 또 한 권 세상에 내놓으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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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원서 표지 디자인에 비해 번역판 디자인이 훨 눈길 사로잡네요. 재호님, 해님, 위키북스, 베타리더님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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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우와, 엄청난 댓글의 행렬에 제가 그냥 감동 먹었습니다. :)

    RDONLY 블로그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러분들 덕분에 활기가 샘솟습니다.

    이번에 출판사랑 진행할 이벤트는 조금 특이한 걸로 준비 중입니다. 기대하세요. :P

    - jr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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