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5월 17, 2009

[영화광] 스타트렉: 더 비기닝



어릴 때 AFKN에서 스타트렉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언어 장벽도 문제였지만 내용 자체도 무척 지루했다는 기억만 난다. 그 이후 TV 시리즈로 나온 우주전함 갤럭티카(요즘 나오는 신형 미드가 아니다)를 보면서 감동 물결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왜 스타트렉을 갤럭티카 처럼 만들지 않았을까? 그 이후 스타트렉에 완전히 관심을 끊고 있다가 갑자기 프리퀄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듣고서 호기심에 영화를 보고 말았다(메가박스 디지털 상영관에서 봤는데, 스타워즈에 버금가는 우주 전투 장면이 펼쳐지므로 IMAX 상영관이라면 더욱더 훌륭하지 않을까 싶다.). J.J. 에이브럼스가 감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1/2은 기대, 1/2은 염려가 들었지만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짝짝...



소프트웨어 개발자 관점(여기서 jrogue군이 B급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에서 스타트렉의 미덕은 바로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아주 현실감있게 다룬다는 점이다. 논리를 믿으면서도 감정에 휩싸이는 스포크와 자신의 직관을 믿으면서도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커크를 절묘하게 배치함으로써 현실에서 거의 매일 벌어지는 사람들 사이의 충돌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놓은 전략이 유효했다는 생각이다(낄낄...). 스타트렉에서 커크 선장을 보고 있으려니, 'Adrenaline Junkies and Template Zombies'(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책도 조금만 기다려라.)에서 44번 수필에 나오는 내용이 불현듯 떠올랐다.



주기적으로 권한을 무시하는 팀원이 최소한 한 명 정도는 팀에 있어야 한다.

윈스톤을 보자. 윈스톤은 개발 프로젝트에서 종종 목격이 가능한 개발자 성격을 예시하는 인물이다. 윈스톤은 전형적인 무정부주의자는 아니지만 자신에게만 보고하는 듯이 보인다. 어떤 명령이 내려졌거나 프로젝트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과업을 직접 수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하게 궤도에서 이탈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권한을 확장해서 관리자가 참을만한 한계점 근처까지만 갈 뿐이다. 윈스톤은 푸른색 영역에서 과업을 수행한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커크 선장은 명시적으로 맡은 임무(초록색 영역)와 명시적으로 제외한 임무(붉은색 영역) 사이에 존재하는 나머지 임무(푸른색 영역)를 기가 막히게 처리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지구를 구한 셈이 되었다. 실제 프로젝트를 이끌어 본 사람은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유효적절한 반칙을 할만한 배짱은 아무에게나 있는 속성은 아니다.



프로젝트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관리자나 개발자라면 (바쁜 거 알지만) 이 영화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EOB

댓글 1개:

  1. 영화관에서 다른 관객 없이 저 "혼자"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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