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를 보고나서 필 받아 바로 예약 구매한 페이스북 이펙트를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물론 주중에 시간이 안 나서 서평을 조금 늦게 정리해본다.
특정 소재를 놓고 영화와 책이 동시에 존재할 경우 어느 쪽이 우월하다고 말하기 곤란할 경우가 있다. 영화는 영상과 음악을 동원해 시청각적인 짜릿함을 제시하고 책은 영상이나 음악으로는 표현하기 곤란한 뒷 배경이나 미묘한 상황 또는 감정 변화를 설명함으로써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영화 쇼셜 네트워크를 보고 나서 뭔가 (설명이나 이야기 전개가) 부족하다고 느낀 분들이 이 책을 읽게 되면 아마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책을 읽고나서 영화를 보면 더욱 현실감 있게 페이스북의 발전사를 압축해서 정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과 영화의 차이점은 이미 비교 탐구『페이스북 이펙트』책 VS 영화 소셜네트워크에서 너무나 잘 분석해놓았기에 여기서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듯이 보인다. 아무래도 2시간 동안 관객을 즐겁게해주려다 보니(책과는 달리 영화는 중간에 쉬는 틈을 주면 안 된다) 좀더 속도감있게 극적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인물 간의 갈등을 극대화해야 하는 관계상 인물이나 사건 전개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을테다. 책보다는 영화에서 마크 주커버그를 훨씬 더 난처하게(!) 다루고 있으므로 독자에 따라서는 저자가 주커버그를 너무 많이 봐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는데,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토대가 된 The Accidental Billionaires(아쉽게도 이 책은 아직 한국어판이 나오지 않았다애독자분 제보에 따르면 소셜 네트워크
라는 제목으로 한국어 판이 11월에 나왔다고 한다.)랑 비교해가며 이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책을 읽다 몇 가지 흥미로운 부분을 정리해보았다.
2년 전 하버드에 제출한 입학원서에는 수학, 천문학, 물리학, 고어 등 온갖 수상 경력들로 가득 차 있었다. 펜싱 팀 주장에 MVP로 뽑힌 경력도 있었으며, 프랑스어, 히브리어, 라틴어 읽고 쓰기에도 능숙했으며, 고대그리스어도 할 줄 알았다.
(영화에서는 컴퓨터만 할 줄 아는 인물로 그렸는데... 이거 뭥미? T_T)
페이스북 직원들은 '절대 투명성' 또는 '혁신적인 투명성'이라는 표현을 쓴다. 어쨌든 세상이 점점 더 개방적으로 변해감에 따라 사람들은 이에 점점 익숙해지고, 결국 모든 것이 공개될 것이다.
(구글은 '악을 행하지 말자', 페이스북은 '절대 투명성' 과연 페이스북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구글 CEO 에릭 슈미트는 소셜 네트워크를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페이지뷰가 소셜네트워크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구글이 사적인 인터넷 사이트 내부를 검색하기 어렵다는 오랜 고민에 대한 다른 표현이었다.
(구글이 실시간으로 페이스북 검색이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이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보여줄지는 또 다른 문제인 듯. 스팟성 뉴스가 흘러가는 트위터를 검색하는 경우와 비교해 고민이 많겠다.)
구글은 이미 구매하기로 결정한 상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반면, 페이스북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다.
(페이스북을 사용할 때는 늘 구매 유도(속된 말로 '뽐뿌질')를 조심하자.)
어떤 변호사도 페이스북에서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행동을 막을 수 없다. 로비 단체인 인터랙티브 광고국의 랜달 로젠버그 대표는 "대화를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대화에 참여하는 일뿐입니다."
(페이스북이 한국에서 차단당할 가능성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ㅋㅋ)
페이스북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나는 누구이며, 이 정보를 이용해도 좋습니다.라고 말한 최초의 장소이자, 다른 어떤 사이트보다 좋은 정보를 보유한 곳입니다. 성별, 나이, 거주지도 알 수 있고, 이는 다른 사람의 추정치가 아닌 실제 정보죠."라고 말한다.
(국내 온라인 교육 사이트인 M스터디에서 잠실 체육관을 빌어 입시 설명회 할 때 하는 말이 생각났다. "표본 집단 5%면 거의 정확한데, 우리는 회원으로 등록한 거의 대다수 수험생의 가채점 점수를 알고 있습니다." 자발적인 정보 공개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는 상황이다)
텔레비전, 라디오, 잡지, 신문 광고 매출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을 감안하면, 페이스북은 2천억 달러에 달하는 광고 시장의 기회 앞에 서 있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랑 한 판 안 뜰 수 없다)
페이스북 사이트의 약 3억 단어와 문구는 페이스북 직원이나 전문 번역 회사가 아닌, 사용자들 스스로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 번역했다.
(오히려 품질이 좋을 가능성이 높다.)
터키와 칠레에서 페이스북은 지식인들 사이에서 워낙 일반화돼 있어 페이스북에 등록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스스로를 격리시키는 것으로 간주된다. 아마도 두 나라 모두 얼마 전까지 공개적으로 정부에 항의하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억압을 받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어느(?) 나라가 생각났다.)
이 때 기부는 우리 생각을 세사에 알림으로써 스스로를 세상의 비평에 노출하는 행위다. 페이스북은 실명 기반이기 때문에 모든 비난은 당사자한테 직접 전달된다.
(한국에서는 이미 실명제(?)를 하고 있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ㅉㅉ)
독학형 천재 파커는 이를 '분산화된 연관성 필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디그, 레딧, 트위터 등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페이스북에 비해 익명성이 매우 강한 사이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국내 트위터 사용자는 상당수 실명을 쓴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트위터를 페이스북처럼(?) 쓰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페이스북처럼 트위터도 일찍이 다른 앱을 위한 플랫폼으로 서비스를 개방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분명히 다른 서비스지만 유사점이 많아 보인다)
구글 모델은 정보가 가장 중요하며, 세상의 모든 정보를 체계화 하려 합니다. 반면 페이스 북 모델은 급진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제 생각엔 바람직한 세계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인간이 기술의 주인이라는 점입니다.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차이점 중 하나)
페이스북 사무실에 있으면 이들이 현재 지구에서 가장 스마트한 젊은이 무리라는 느낌이 든다. 1천 4백명 직원의 평균 연령은 31세다.
(이미 구글 인력이 상당수 페이스북으로 넘어가는
조짐도 보인다. 짤방으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무실 분위기 사진을 넣어둔다.)
번역 상태를 잠시 볼까? 벤처 관련 투자나 문화 등에 대해서는 번역이 잘 되었는데,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조금씩 문제점이 드러나긴 한다. 물론 IT 전문가가 번역했으면 반대 현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긴 하므로 뭐 어쩔 수 없는 상황인 듯이 보인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39페이지에 'Code Monkey'를 '암호명 원숭이'로 번역했는데... 위키피디아를 보면 알겠지만 '관리층 결정이나 책임에 아랑곳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짜는 _골수 프로그래머_를 의미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책을 읽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
결론: 영화를 보셨거나 보지 않으셨거나에 관계 없이 벤처 기업을 세워 키워나가는 쪽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물론 쇼셜 네트워크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께서도 이 책에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지 않을가 싶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