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1월 05, 2012

[독서광] 커넥션: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

애독자 여러분 모두 2012년 새해복 많이 받으시기 바라며, 첫 블록을 쌓아보겠다. 창의력 관련 책을 소개한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라 오늘은 100% 창의력과 관련된 주제는 아니지만... 과학/기술/공학 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들을 위한 책을 하나 소개한다. '커넥션: 생각의 연결이 혁신을 만든다'라는 제목에 '세계를 바꾼 발명과 아이디어의 역사'라는 부제목이 길게도 붙은 책이다. 이 책 초판은 1978년에 나왔고 1995년에 일부 내용이 추가된 개정판이 나왔기 때문에 요즘과 같이 급격하게 바뀌는 세상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경고) 독자 여려분께서 상상하거나 기대한 내용이 전혀 안 나오기에 실망하는 일은 없도록 반드시 목차와 내용 일부를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과학 역사가인 제임스 버크는 이 책에서 그다지 관련이 없어보이는 과학과 기술 발전 역사를 정말로 신기하리 만큼 연결(책 제목이 'connections')하고 있으므로, 읽다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지긴 하지만 우리가 흔히 교과서에서 배운 듯이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발명품이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역사 연표에 나오는 XXXX년도에 YYYY를 ZZZZ가 발견/발명했다는 단순한 설명은 이 책 앞에서 그야말로 무기력해진다. 예를 들어, 컴퓨터는 어디서 기원했을까? 폰 노이만이 자다가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아 뚝딱 만든 물건일까? 천만의 말씀. 버크에 따르면 자동 폭포와 인형에서 출발해 자동 오르간(피아놀라를 보자)으로 발전한 다음, 뜬금 없이 실크 직기 기계로 이동한 다음, 철교 건설용 리벳 박는 기계 제어 장치로 응용이 이뤄진 다음 컴퓨터의 가장 초보적인 형태인 인구 조사 계수기로 탈바꿈한다. 결국 이 과정에서 발명이 이뤄진 펀치 카드는 '예 또는 아니오'라는 이진 코드를 다루는 전자적인 컴퓨터로 탈바꿈하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손 안에 쥐어진 스마트 폰까지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독자 여러분들의 민원을 미리 예상해 한 마디 덧붙이지면, 기계와 물리를 알지 못하면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애로 사항이 꽃을 활짝 피울 가능성이 99.99%다. 이 책은 TV 시리즈물(BBC에서 만든 다큐먼터리 시리즈)을 글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본문 중에 나오는 무미건조한 역사적인 사실과 단편적인 도해만으로 중세와 근세에 일어난 여러 가지 발명품의 동작 원리를 직관적으로 꿰뚫기가 절대로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회전할 때 좌우 바퀴 회전수를 다르게 하기 위해 오래 전 부터 널리 사용되어 온 차동기어만 하더라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How Differential Gear works와 같은 훌륭한 시청각 자료를 눈 크게 뜨고 봐야 이해가 간다. 일반인들이 위키피디아의 차동 기어 설명만 읽고서 아까 시청각 자료를 보면서 머리를 관통한 '아하!'하는 느낌을 제대로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은 말자. 우리게는 유튜브가 있으니까! James Burke : Connections, Episode 1, "The Trigger Effect", 1 of 5 (CC)을 필두로 관련 비디오 클립을 감상하며 이 책을 함께 보면 머리에 쏙쏙 들어오리라 본다. 영어 듣기에 애로 사항을 느끼는 분들이라도 자막(캡션)이 나오므로 어렵지 않게 시청할 수 있다.

이 책 가장 끝 부분에 나오는 세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겠다. 2012년에도 좋은 책으로 여러분들을 찾아 뵙기를 약속드린다. 꾸벅.

영웅적 서술 방식에서 역사의 변화는 편리하게 '발명가'라고 명칭된 천재 개인에 의해 유발된 것으로 나타난다. 에디슨은 전구를, 벨은 전화기를, 구텐베르크는 인쇄기를 발명했다. 그러나 어떤 개인도 발명품을 무로부터 만들어낸 원인일 수 없다. 단일한 발명가를 유일한 창조자의 위치로 높이는 행위는 좋게 보면 사건에 대한 그의 영향력을 과장하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들의 노력 없이는 그의 일이 불가능했으리나는 점을 부인하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지식이 증가할수록 언어는 더욱 자기들만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단지 보통의 일상 언어가 과학 주제를 포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각 분야의 지식이 증가할수록 같은 분야 안의 동료들 간에만 공유되는 언어의 비율이 올라갔다. 오늘날 보통 사람들은 종종 과학적, 기술적 토론에 참여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정신적 부적합성 때문이 아니라 핵심 단어들과 그 의미에 대한 이해의 결여 때문이다. 당신이 오늘날 뭔가를 이해했다면 그것은 정의상 낡은 것임에 틀림없다고 본다.
우리는 본성상 기술 시대 이전의 믿음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들을 귀중하게 간직했다. 이 신념들은 인간 존재의 중심에 예술과 철학을 놓고 과학과 기술은 변두리에 둔다. 이 관점에 따르면 전자가 인도하고 후자가 추종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보였듯이, 그 반대가 참이다. 기구가 없이 코페르니쿠스 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왜 우리는 단지 예술을 통해서면 통찰력과 미의 경험을 얻는다고 배우는가? 이것은 단지 우리 주위의 세계를 직접 관찰함으로써 얻는 무한히 깊은 경험의 제한되고 간접적인 표상일 뿐인데 말이다. 그런 관찰이 유의미해지기 위해서는 그것이 지식의 조명하에서 이뤄져야 한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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