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7월 28, 2012

[독서광] 위대한 게임의 탄생

고맙게도 박일님께서 책을 보내주셨기에 정독을 기념해 블로그에 소감을 정리해보겠다. '좋은 게임을 넘어 위대한 게임으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성공적인 게임 제작 완료 이후에 진행한 사후분석(postmortem) 내용을 담고 있으며,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실제 사례를 들어 소개한다. post mortem의 원래 뜻은 after death지만,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특정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수행하는 과정으로 성공한 부분과 실패한 부분을 파악해 다음 번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도록 정리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 책은 물론 게임 분야에서 사후 분석을 수행하기 때문에 여기서 얻은 교훈을 게임이 아닌 다른 IT 프로젝트에 100%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질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게임에 문외한인 사람조차도 한번 쯤 들어본 유명한 게임(설마 WoW, 하프-라이프 2, 팜빌 등을 모르는 분이 계실까? ㅋㅋ)을 만든 핵심 개발자들의 목소리를 싣는 1부, 성공적인 게임 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는 원칙을 분석한 2부, 국내 사례를 정리한 3부로 나뉘어진다. 또한 책 중간 중간에는 게임 제작 과정에서 직군 별로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게임 산업에 뛰어들고 싶어하는 지망생이나 도대체 내가 뭘하고 있지라고 멘탈 붕괴 상태에 빠진 현업들에게 자극제를 투입하므로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기획과 내용에 비해 책 편집 상태는 난감한데, i) 회사와 사람 이름을 영어로 그대로 두고, ii) 직군별 인터뷰에 사용한 폰트 가독성이 바닥을 기고 있기에 독서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꽃폈다. 다행스럽게도 후속편인 '위대한 게임의 탄생 2'를 펼쳐보니 두 가지 문제점이 모두 해결되었는데, 이 책 역시 증쇄 과정에서 문제점이 수정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3부 국내 사례는 손발이 조금 오그라 붙는 내용(특히 스페셜 포스 2 T_T)도 들어 있기에 1, 2부를 읽고나서 급격히 상승한 기대치에는 미지치 못했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한국 회사들만 다루는 후속편을 읽고 독후감을 올려보겠다.

자 그러면 본문 중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정리해볼까?

소수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기술을 연마하면서 다른 것을 시도해볼 수 있는 멋진 스튜디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물론 제품을 출시해야 하고 마일스톤을 지켜야 합니다. 안 그러면 그냥 신나기만 할 뿐 엉망진창이 될 겁니다.
야망이 있는 용삼한 사람은 결코 만족하지 않습니다.
일관성과 실험정신, 이 두 가지는 흥미롭기는 해도 서로 잘 맞진 않았습니다.
어려운 것을 먼저 하세요. 진전을 보여 달라는 압박을 심하게 받다 보면 양은 많고 쉬우면서 근사해보이는 일부터 먼저 하고 싶은 유혹을 받지요. 하지만 이러면 백발백중 문제가 터집니다. 좀 더 복잡한 문제를 먼저 달려들어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프로그래머들 관리하기가 '수십 마리 고양이 떼를 몰고 다니기'만큼 어렵다고 했습니다.
디자인을 할 수록 먼저 디자인한 것 위에 디자인하게 된다. 디자인을 구현해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검증할 수 없다면, 이런 검증 안 된 디자인에 기반해서 나온 모든 디자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핵심 기능 이외에는 전부 잘라내는 것이 게임의 품질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믿고, 기회를 주는 문화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이게 사실 굉장히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하여 위험을 무릅쓸 수 있고, 뒤통수 맞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야만 이런 문화가 가능합니다.
많은 문제가 결국 의사소통의 실패에서 비롯되는데, 팀의 규모가 작으면 훨씬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별한 결과물을 원한다면 자신의 일을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합니다.
요즘 같은 경쟁 사회에서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개발팀이 길게 놓고 봤을 때 더 유리할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과 달리 예술가는 예술을 보면서 무엇을 훔쳐 배울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꽤나 당연하면서도, 규모에 상관없이 첫 번째 게임을 개발하는 모든 개발사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실수는 실제 작업량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창조에 드는 노력에는 시간이 들고,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타협은 하지 마라. 하지만 가고자 하는 곳에 더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있는지 살펴보자.
게임의 첫 1분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솔직히 너무 심하게 테스트를 많이 하는 경우는 없다.
변경을 위한 변경을 하지 마라. 하지만 꼭 필요하다면 바로 바꿔야 한다.
유능하고 창조적인 개발팀의 특징은 솔직함과 자기반성이다.
세상 일이 다 그렇듯, 고정 불변의 법칙은 없다. 어떤 팀에서 잘 되던 것이 다른 팀에서는 잘 안 될 수도 있다. 사실 이전에 잘 되던 것을 다음 프로젝트에서 똑같이 적용해도 잘 안 될 수 있다. 환경적 요인이나 경제적 요인, 사적 문제 같은 모든 요소가 프로젝트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분명하고 잘 공유되며, 측정 가능한 목표는 유능한 개발팀의 특징 중 하나다.
당장 문제가 있더라도 유능한 팀을 최대한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좋다.
너무 안 듣는 것보다는 차라리 너무 많이 듣는 것이 낫다.
열정을 따라라, 위험을 무릅쓰고 대박을 위해 뛰어들어라, 이게 유능한 개발팀이 하는 방법이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아닌가?
게임 프로젝트가 결혼이면, 컨셉 단계는 연애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위 내용을 보면 감이 오겠지만, 이 책은 게임 업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분야에서 일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도 풍부한 생각 거리를 던지고 있으므로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개발팀을 만들어 여기서 일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좋은 이야기만 하는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공학 서적에 지친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댓글 1개:

  1. 역시나 멋진 서평이네요. 얘기해 주신 부분은 3권 제작할때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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