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8월 17, 2013

[일상다반사] 파워포인트 협업 도구인 Kivo

(이미지는 Kivo (YC S13) uses git to make collaborating on documents easier, starting with PowerPoint에서 가져왔습니다)

지난번 [일상다반사] Schemer: 소셜 TO-DO 리스트를 소개드리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사례를 들었는데, 독자 여러분들께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기에 오늘도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 풀어놓으려 한다. 역시 작년 초에 회사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다 완전 엉뚱한 서비스를 하나 제안한 적이 있었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서의 유사도를 계산해 관련된 문서를 클러스터링하고 차이점 등을 보여주는 서비스였다. 예를 들어, 사내 컴퓨터 여러 대에 'Super프로젝트_제안서_2013_08_15.pptx", 'Super프로젝트_제안서_2013_08_16.pptx", 'Super프로젝트_제안서_2013_08_17.pptx"라는 문서가 흩어져 있으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Super프로젝트_제안서"라는 범주를 만들고 여기에 파일 세 개를 집어넣어 연관된 문서나 관련된 문서를 쉽게 찾고 버전을 추적하게 지원하는 도우미라 보면 되겠다. 여기서는 파일 이름의 첫부분이 모두 유사하므로 수동으로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프로젝트_제안서.pptx"라고 이름을 붙이거나 앞에 작성자 명을 추가해 "jrogue_프로젝트_제안서_2013_08_15.pptx"라 붙일 경우에도 자동으로 파일들을 연관지을 수 있다면 대박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번에는 진전이 있어 메타 정보를 뽑아내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subversion을 사용해 버전 관리를 하는 아이디어까지 도출되었으나 역시... 상품화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는 진리만 깨닫고 말았다.

그런데... Kivo라는 서비스를 보고 나서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내가 생각하면 남들은 서비스를 한다는 진리가 다시 한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Kivo는 파워포인트 플러그인 형태로 사용자가 특정 문서에 대해 변경한 내용을 git에 올린 다음 이를 남들과 공유하게 만드는 기능을 제공한다. 어차피 협업이 가능한 구글 docs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는데, 둘은 작업 흐름이 다르다. 솔직히 제안서 등을 작성할 때, 수십 명이 달라붙어 실시간으로 문서를 편집하지는 않는다(그랬다가는 지옥문이 열릴테니까). 특정 부분을 맡은 사람이 문서를 조각 내어 작성하고, 나중에 취합한 다음에는 일부 관련자들만 공동 작업을 번갈아가며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소스 코드 관리 시스템에서 늘상 목격하는 편리한 작업 이력과 변경 내용 확인 기능을 사용할 수 없으므로 여기저기서 실수/재작업/일부 내용 누락과 같은 문제가 터져나오기 마련이다. Kivo는 파워포인트 페이지 단위로 변경된 이력을 git로 관리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며 필요하다면 각 페이지 별로 다른 이력을 적용해(git의 cherry picking 기능이 떠올랐다) 문서를 꾸밀 수도 있다.

물론 아직 제한점이 많다. 현재 파워포인트만 지원하며, 오피스 2007/2010 버전에서만 동작한다(2013 버전에서는 제대로 동작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또한 아직 매킨토시 버전은 출시되지 않았다(조만간 베타 버전이 나올 것 같긴 하다). 워드 버전은 개발 중이라고 하는데, 페이지 단위로 명확하게 변경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파워포인트와는 달리 목차를 기준으로 변경 내용을 보여줘야 하는 관계상(그렇지 않으면 폰트 크기만 아주 사알짝 변경해도 재앙이 벌어진다. T_T) 구현이 그렇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엑셀 같은 경우에는 보여주는 내용 뿐만 아니라 매크로 등 변경 내용이 더욱 중요하므로 구현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 제약에도 불구하고 Kivo의 잠재력은 충분히 커 보인다. 지금까지 DMS(Document Management System)나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에서는 문서를 다룰 때 문서 전체를 하나의 엔티티로 취급했기에 조밀도가 떨어지고, 위키와 같은 시스템에서는 문서 내부의 변경 내역을 확인하도록 이력 관리를 해주므로 조밀도는 높으나 외부로 공개할 경우 참으로 난감한 상황(Confluence와 같은 기업용 위키조차도 PDF나 doc/docx로 export하는 기능은 낙제에 가깝다)이 벌어지므로 뭔가 다른 획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github나 bitbucket등의 대성공과 마찬가지로 외부로 유출되면 곤란한 기업의 핵심 기밀 문서가 아닌 일반적인 문서인 경우 호스팅 서비스로도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백업, 이력 관리, 협업, 클라우드 저장소와 같은 핫한 키워드가 모두 따라다니는 데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라는 현존하는 전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문서 관리 기반 구조를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 오피스 365보다 더 희망적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마이크로소프트가 M&A를 할지도... ㅋㅋ 아직 무료로 서비스하는 상태라 혹시 오피스 2007이나 2010를 사용하는 분들께서 한번 실험해보시기 바란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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