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야후! 블로그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말씀드렸는데, 게으름으로 인해 차일피일 미루다 오늘 드디어 2번 타자를 소개드리려 한다. 바로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한 '그리스인 조르바'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니 여기서 다시 한번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명작은 함께 읽어야 제맛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억을 되살려본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펜 대만 굴리던 젊은 그리스 지식인이 자유로운 영혼(!)인 조르바를 만나 함께 지낸 시절을 그리고 있다. 조르바는 요즘 고귀한 지식인(조르바 표현을 빌면 '펜대 굴리는 운전사') 입장에서 보면 자기 맘대로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하며, 우리를 억누르고 있는 관습, 종교, 도덕의 지배를 받지않으며, 하루하루를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삶을 즐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르바는 막되먹은 망나니가 결코 아니다. 조르바는 (마약을 하지 않고서도) 모든 사물에서 매번 새로운 면을 찾을 수 있고, (개똥철학이지만) 분명히 나름대로 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고 있으며, (겉으로는 막되먹은 듯이 굴지만)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찬, 산투리를 연주하며 춤을 추면서 자신의 내면을 거리낌없이 표현하기에 한마디로 _난_ 사람임에 틀림없다.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조르바가 '나'에게 춤을 가르쳐주는 대목이다. 모든 것을 잃은 주인공이 자포자기 상태에서 벗어나 '자유의 여신'을 영접하는 장면은 두고 두고 기억이 남을 것 같다.
조르바의 통쾌한 어록을 몇 가지 정리해보겠다.
결혼 말인가요? 공식적으로는 한 번 했지요. 비공식적으로는 천 번, 아니 3천 번쯤 될 거요. 정확하게는 몇 번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수탉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 거 봤어요?
두목, 당신의 그 많은 책 쌓아 놓고 불이나 싸질러 버리시구랴. 그러면 알아요? 혹 인간이 될지?
확대경으로 보면 물속에 벌레가 우굴우굴한대요. 자, 갈증을 참을 거요, 아니면 확대경 확 부숴 버리고 물을 마시겠소?
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책 쓸) 시간이 없고, (책 쓸)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 줄을 몰라요.
결론: 포도주 한 잔과 정말 잘 어울리는 이 책은 기운이 빠져서 비실거릴 때마다 삶에 대한 용기를 북돋아줄 것이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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