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9월 14, 2013

[독서광] 사라진 실패

한동안 경제/경영 블로그 답지 않게 컴퓨터랑 소설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았기에 더위 먹은 거 아니냐는 독자 여러분들의 걱정아닌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오늘은 정말 간만에 '경영' 책 한 권을 소개하려 한다. 오늘 주인공은 트위터에 올라온 책 소개에 '실패'라는 단어가 보이자마자 바로 구매를 해버리고 잽싸게 읽은 '사라진 실패'다.

한국에서 정말로 금기시 되는 단어 중 하나는 '실패'다. 실패도 최종적으로는 성공으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발휘하지 않는 이상 책이고 강연이고 나발이고 절대 언급되면 안 될 강력한 금칙어다. 누구나 '실패를 묻어버리는 바람에 '성공담'이 판을 치며 모두 성공으로 가는 열차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야단법썩이다. 얄팍한 자기타인 계발서도 알고보면 '개인의 성공'을 담보하는 티켓으로 포장된다. 하지만 성공한 기업과 사람의 특징을 그대로 분석해 자신에게 적용해봐야 성공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차라리 실패한 기업과 사람의 경험을 곱씹고 이를 회피하는 편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생각까지 들곤 한다.

이 책을 손에 쥐지마자 가장 먼저 한 작업은 바로 '삼성'과 'LG'의 스마트폰 시나리오의 분석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잘 아는 분야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다소 무미건조하다고 느껴질만큼 중립적인 어조에 숨어있는 분석 능력이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이거 정말 대단한 물건인데? 계속해서 르노삼성, 한화, 웅진, 오리온, 농심, 신한금융지주, 현대그룹, 금호아시아나, NHN(!), 신세계, 하이트 순으로 각 기업들이 실패(?)한 이유를 쉬지 않고 읽어내려갔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루는 일부 기업이 실패했다고 인정하지 않는 분들도 많겠지만(신한금융지주, NHN, 삼성이 실패했다고 말하면 술자리에서 왕따 당하기 딱 쉽다. 이게 현실이다. T_T), '실패'가 무엇을 의미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실패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경영에 나름 관심이 많아 언론에서 실패한 기업들의 분석 기사가 나올 때마다 눈여겨 봤지만, 이 책에 제시하는 내용만큼 '실패'라는 큰 맥락을 깔고 종합적으로 실패(?)한 원인과 추이를 꼼꼼한 사례를 들어 분석하는 탐사 보도는 본 적이 없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만일 대한민국 기업의 '실패'를 탐사하는 좋은 기사가 있다면 혼자 보지 마시고 다 같이 공유합시다). 이 책은 "대한민국을 먹여살리고 국위를 선양하는 대기업 만만세"(오른쪽)나 "재벌은 사회악이다"(왼쪽)라는 주제가 아닌 기업 경영 전략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살아있는 경영과 경제 교과서('교과서'라니까 최근 여기저기 인터넷에서 자료를 짜집기하다 딱 걸린 모 출판사 책이 생각났다... T_T)라 불러도 무방할 듯이 보인다.

결론: 2013년도 경제/경영 분야 #1 도서로 강력하게 추천한다. 꼼꼼하고 디테일한 스토리텔링에 그야말로 화들짝 놀랄 것이다.

뱀다리: 그러고보니 예전에 번역한 초난감 기업의 조건 : IBM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까지, 초우량 기업을 망친 최악의 마케팅이 불현듯 생각났다. 만일 '사라진 실패'가 재미있다면 IT 분야에서 초특급 삽질을 디테일하며 웃프게(?) 분석하는 '초난감 기업의 조건'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댓글 2개:

  1. 바로 장바구니 바께스(?)에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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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로 지름신이... ㅎㅎㅎ BUT, 이번에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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