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9월 05, 2026

[독서광] 오픈 엑시트: 불평등의 미래, 케이지에서 빠져나오기

한국 사회는 좋은 직업과 좋은 직장을 놓고 거의 사생 결단 수준으로 제로섬게임을 해야 하는 사회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선진국이 되면 체계가 잡히다 못해 사회의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상당히 안정적으로 모든 것이 돌아가고 그 결과 사회의 역동성은 줄어들지만 개인들이 생존을 위해 난리를 치지 않는(선진국에서 공적인 서류를 한 번 발급 받아보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된다. 일주일도 안 되어 온라인으로 신청한 여권이 바로 나오는 국가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기 바란다. 아 물론 급행료로 얼마든지 새치기가 가능한 국가는 있지만, 정상적으로 평등하게 빠른 행정처리를 하는 국가는 한국이 최강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상태가 된다. 하지만 누군가 말했지만 한국은 다이나믹 지옥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여전히) 역동성이 좋고 사회 발전 속도가 눈부시지만 그 만큼 한국이라는 케이지 안에 갇힌 사람들은 그야말로 사생결단을 내릴 기세로 삶은 살고 있다. 과연 무슨 이유에서 한국은 케이지 바깥으로 탈출이 어려울까? 이 책은 엑시트가 사실상 지극히 어려운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동아시아 벼농사 체제의 특성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기업을 중심으로 개인의 엑시트 선택을 논하는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보통은 사회나 국가 수준으로 높여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갈 것 같은데, 자기 계발서도 아닌 다소 학술적인(응?) 내용을 다루는 책이 '개인'을 중심으로 생존 전략을 논한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왜 이렇게 포지션을 잡았는지 이해가 가게 된다. 해외로 탈출하고,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거부하는 행위가 모두 개인의 엑시트 옵션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아무리 금전적인 혜택을 미끼로 넛지 전략을 쓰더라도 개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현재의 피말리는 상황을 만들어내었을까?

동아시아에서는 '나이'와 '근속'(이미 '연공제'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을 것이다)에 따라 '위계'가 지탱되고 고맥락 기업 문화에 따라 눈치껏 알아서 일해야 하는 독특한 기업 문화가 존재한다. 외부는 모르겠고, 일단 좋은 학벌을 바탕으로 잘 짜여진 기업 내부에 들어오면 끊임없이 비교하고, 감시하고, 조율하고, 경쟁하기 마련인데 이럴 때 '위계'가 방향을 잡아준다. 일을 나누고 맡고 서로 조율하는 문화는 벼농사 시절부터 이미 체화되어 있으며, 이런 일하는 방식을 그대로 기업에 도입하면서 초고속으로 선진국을 따라 잡은 일본, 대만, 한국(미안하다 한국이 동북아에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갑자기 한국이 가장 앞서 가기 시작했다)은 얻은 것과 잃은 것도 명확하다. 공채를 통한 기수 문화라는 씨줄과 연공 서열을 토대로 위계의 사다리라는 날줄이 만나서 매우 응집력이 강하고 저돌적인 기업 문화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정말 글자 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맞다) 기술과 제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런 폐쇄적인 루프(아니 케이지)에 의존하는 문화는 명백한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다.

야만의 시대(눈물나는 옛날 이야기를 굳이 여기서 되풀이 하지는 않겠다 ㅠㅠ)를 벗어나 문명의 시대가 오자 이렇게 '충성'과 '순응'을 토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방식이 개인의 엑시트 옵션을 제한해버렸다. 요즘 남녀노소 블루칼러 화이트컬러를 총망라해서 심지어 전문직까지 멘붕이 오게 만든 인공지능, 저출생으로 인한 사회의 노동 구조 변화, 더 이상 없으면 한국이 돌아가지 않는 이주자(이 이주자도 자신의 국가에서 성공리에 엑시트 한 사람들이라서 더욱 기분이 묘하다)들의 강력한 파워 등이 맞물리면서 불평등을 증폭시키며 엑시트와 관련한 출구 전략을 더욱 복잡하고 머리 아프게 만들고 있다. 더 이상 안전한 직업과 직장이 남아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철옹성같던 소셜 케이지는 점차로 붕괴되고 있으며 이를 목도한 개인들은 불타는 케이지에 양동이로 물을 끼얹어 가며 어떻게든 정주하거나 아니면 포기하고 이주할 수 있는 엑시트 전략을 마련해야 할 수 밖에 없는 고민을 이 책은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한 줄 요약: 왜 한국이 이렇게 강력한 케이지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이렇게 케이지에 옴짝달싹 못하게 갇힌 상황에서 개인으로서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그리고 여기서 탈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보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