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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9월 20, 2009

[독서광] 미래의 투자



지난 달에 종합주가지수가 1500을 돌파하고 나서 친구 하나가 거의 3년 가까이 부은 펀드가 가까스로 본전치기 했으니... 환매하겠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 부분 환매를 권했다. 시장이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일지 하강세로 돌아설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펀드 환매 기본 규칙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 번으로 나눠서 일단 1/3을 지금 팔고, 기회 보면서 나머지도 환매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결론은? 맘 고생하기 싫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바로 펀드를 모두 털어버렸다. 지금은 종합주가 지수가 1700선을 넘보고 있으므로 아마 B급 프로그래머 말을 잘 들었으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날까? 미래의 투자 저자인 마이클 모바신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일치하지 않는 경제적 행동을 규명하는 '전망이론'의 가장 중요한 통찰 가운데 하나는 사람들이 위험한 결과들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 크기가 아무리 작더라도 손실을 강하게 회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손실이 주는 정신적 충격이 같은 크기의 이익에서 오는 만족감보다 2.5배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사람들은 비슷한 크기라고 하더라도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는 손실에서 오는 충격을 훨씬 더 심각하게 느낀다는 뜻이다.


와우! 손실 회피 성향으로 인한 투자 손실을 시원하게 설명하고 있다. 내친 김에 조금 더 살펴보자.



투자자들은 자신의 주식이 상승하기를 바라지 떨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실전 투자에서 전망 이론의 핵심적인 사항은, 투자자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는 것에만 만족해 일찍 상승 종목을 팔아치운다는 것이다. 반면에 손실을 내서는 안 된다며 주가는 곧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에 의존해 손실 종목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붙들고 있다는 것이다.


뭐 늘 그렇지만 말은 쉽다. 그렇다면 해법은? 버핏 파트너인 찰리 멍거에 따르면 버핏은 모든 투자 기회를 기대 값의 개념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버핏 말을 들어볼까?



이익의 날 확률에 가능한 이익규모를 곱한 것에서 손실이 날 확률에 가능한 손실규모를 곱한 것을 뺀다. 이것이 늘 우리가 하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방법도 완전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하는 일의 전부다.


버핏이 정말 대단한 사람인 이유는 자기가 한 말을 늘 지키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넘보기 어려운 아주 특별한 재주임에 틀림없다. 심지어 총알이 두둑한 연기금 조차도 수익 높일 기회 놓치다니… 연기금 '좌불안석'이라는 기사 제목처럼 헛발질을 할 정도면 개인들이야 눈물 앞을 안 가리면 그게 더 이상한거다.



'미래의 투자'는 단순히 종목을 짚어주거나 차트 읽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창의력을 토대로 투자 철학을 설명하는 책이다. 바로 실무(?)에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버럭(!)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생각해볼 거리도 많고 자다가 떡이 생길 훌륭한 조언들도 많다. 주식이나 펀드나 기타 투자(?)라는 행위를 하고 있는 독자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때늦은 지혜'(즉 자기 기만)를 피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는 부분을 정리하며 마무리하겠다.



자기 기만은 우리가 어떻게, 왜 특정한 결정을 내렸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반성의 기회를 차단한다. 한 가지 해결책은 당신이 결정을 내릴 때마다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 기록들은 객관적인 반성을 할 때 훌륭한 자료가 될 것이며, 미래의 의사결정을 예리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OB

월요일, 6월 16, 2008

[독서광]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경제/경영(?) 블로그로 등록되어 있는 jrogue 블로그에서 요즘 경제/경영 서적을 안 다뤘더니 몸이 다 근질거릴 지경이다. 책이 밀려있긴 하지만 요즘 조금 여유가 없어서 독서평을 올리지 못할 따름이니 안심하시라. 오늘 살펴볼 내용은 고전 중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필립 피셔가 쓴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다.



우선 필립 피셔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한다. 1950년대에 이미 '성장주'라는 놀라운 개념을 세운 피셔는 투자 대상 기업을 선별하는 현대적인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형님 워렌 버핏도 큰 형님이라고 치켜세우는 한마디로 주식 투자의 킹왕짱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물론 워렌 버핏만큼 큰 돈은 벌지 못했지만 피셔 큰 형님의 영향력 하나는 아직도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필립 피셔가 주식 투자에 대한 자기 철학을 정리한 기본서이므로,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실천하기는 더욱 쉽지 않지만 21세기인 요즘도 무릎을 탁 치는 좋은 내용이 들어있는 책이므로 '투자'(아니 '투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이라면 꼭 시간을 내어 정독하면 좋겠다.



피셔는 이 책에서 사실에 근거한 회사 분석 기법을 정리한 다음에, 이를 토대로 투자 대상 기업을 찾는 방법에 대해 15가지 포인트를 제시하면서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회사를 선택하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주식 투자가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주식을 사는 시점과 파는 시점에 대해 말하며, 흔히 세상에 알려져 있는 상식과 다르게 배당주가 그다지 매력이 없는 이유를 말해준다. 다음으로 투자자가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잘못을 다섯 가지 + 추가 다섯 가지로 나눠서 가슴이 뜨끔할 정도로 날카롭게 조언한다. 그리고 자신의 '성장주'(!) 선택 노하우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구체적인 15가지 포인트와 열 가지 잘못은 직접 책을 읽으면서 고민해보기 바란다.



목차만 보더라도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밟아야 할 정도를 제대로 짚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읽을수록 내용이 새롭게 다가오므로 언제 어느 때고 투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시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본문 중 아름다운 내용 몇 가지를 추려본다.



파업이 전혀 없는 기업 가운데는 마치 공처가 남편을 둔 가정과 같은 곳이 있다. 갈등이몰고 올 파장을 두려워해서 갈등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은 결코 행복한 관계라고 말할 수 없다.
(기업 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어디에도 적용되는 원리다.)

최고 경영자가 일상적인 잡무까지 전부 간섭하고 처리하려고 하는 기업은 절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없다.
(개인적으로 한마디 하자면 마이크로매니지먼트가 판치는 회사에 다녀봤는데(사장이 야근하며 프로그램 짠다고 혼자서 난리 법썩을 떠는 재미있는(?) 곳이였다. 낄낄), 투자 대상은 물론이고 근무 대상도 될 수 없다.)

오늘날 주식 투자와 관련있는 일을 하는 고급 인력들이 향후 경기 동향을 예측하기 위해 바치고 있는 노력의 단 얼마만이라도 더 생산적인 목적에 사용한다면 정말로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숫자놀이 그만하고 생산적인 일을 하자는 말이지?)

주식투 자의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은 큰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점과 이런 통제를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과 지식, 판단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건 jrogue군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인데, 필립 피셔 큰 형님도 똑같은 이야기를 해서 너무 기뻤다.)

약세장이 임박했다는 이유만으로 빼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주식을 팔아서는 절대로 안되는 더욱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 물론 이론적으로는 주가가 충분히 다 떨어진 다음에 매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주가 하락이 언제 끝날지를 투자자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전제가 있다.
(이래서 적립식 펀드를 사용해서 장기 투자를 하면 유리하다)

주식을 매수할 때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했다면 그 주식을 팔아야 할 시점은 거의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멋져!)

어떤 주식이 지난 몇 년간 올랐다거나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현재 주가 수준을 결정하는 데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지금 시장이 결정한 주가 수준보다 주가를 결정적으로 더 높여줄 수 있는 충분한 개선이 일어나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백미러 보고 운전하지 말자.)

내가 모든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충고는 나이가 들어 늙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투자 결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워렌 버핏 예외)

그런데 번역서에 상당한 불만이 많다. 우선 교열을 제대로 안 봐서 그런지 비문이 많이 보인다. 다음으로 가장 큰 불만인데... 아들인 케네스 L. 피셔가 쓴 '나의 아버지 필립 피셔'라는 서문을 본문 가장 마지막으로 옮겨놓은 점이다. 출판사에서 의도적으로 '한국인 정서'에 맞춰 편집 과정에서 서문을 후문으로 이동했다고 밝히는데, 이 책 텍스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단서를 함부로 훼손한 굿모닝북스 편집자는 정신 많이 차려야겠다. 혹시 번역판을 구입하실 분이라면 이 책 뒷부분에 나온 후문(?)을 반드시 먼저 읽고 본문으로 들어가기 바란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