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6월 16, 2008

[독서광]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



경제/경영(?) 블로그로 등록되어 있는 jrogue 블로그에서 요즘 경제/경영 서적을 안 다뤘더니 몸이 다 근질거릴 지경이다. 책이 밀려있긴 하지만 요즘 조금 여유가 없어서 독서평을 올리지 못할 따름이니 안심하시라. 오늘 살펴볼 내용은 고전 중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필립 피셔가 쓴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다.



우선 필립 피셔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을 해봐야 한다. 1950년대에 이미 '성장주'라는 놀라운 개념을 세운 피셔는 투자 대상 기업을 선별하는 현대적인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형님 워렌 버핏도 큰 형님이라고 치켜세우는 한마디로 주식 투자의 킹왕짱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물론 워렌 버핏만큼 큰 돈은 벌지 못했지만 피셔 큰 형님의 영향력 하나는 아직도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는 필립 피셔가 주식 투자에 대한 자기 철학을 정리한 기본서이므로,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실천하기는 더욱 쉽지 않지만 21세기인 요즘도 무릎을 탁 치는 좋은 내용이 들어있는 책이므로 '투자'(아니 '투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분이라면 꼭 시간을 내어 정독하면 좋겠다.



피셔는 이 책에서 사실에 근거한 회사 분석 기법을 정리한 다음에, 이를 토대로 투자 대상 기업을 찾는 방법에 대해 15가지 포인트를 제시하면서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회사를 선택하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주식 투자가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주식을 사는 시점과 파는 시점에 대해 말하며, 흔히 세상에 알려져 있는 상식과 다르게 배당주가 그다지 매력이 없는 이유를 말해준다. 다음으로 투자자가 저지르지 않아야 하는 잘못을 다섯 가지 + 추가 다섯 가지로 나눠서 가슴이 뜨끔할 정도로 날카롭게 조언한다. 그리고 자신의 '성장주'(!) 선택 노하우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구체적인 15가지 포인트와 열 가지 잘못은 직접 책을 읽으면서 고민해보기 바란다.



목차만 보더라도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밟아야 할 정도를 제대로 짚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읽을수록 내용이 새롭게 다가오므로 언제 어느 때고 투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시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본문 중 아름다운 내용 몇 가지를 추려본다.



파업이 전혀 없는 기업 가운데는 마치 공처가 남편을 둔 가정과 같은 곳이 있다. 갈등이몰고 올 파장을 두려워해서 갈등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은 결코 행복한 관계라고 말할 수 없다.
(기업 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어디에도 적용되는 원리다.)

최고 경영자가 일상적인 잡무까지 전부 간섭하고 처리하려고 하는 기업은 절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수 없다.
(개인적으로 한마디 하자면 마이크로매니지먼트가 판치는 회사에 다녀봤는데(사장이 야근하며 프로그램 짠다고 혼자서 난리 법썩을 떠는 재미있는(?) 곳이였다. 낄낄), 투자 대상은 물론이고 근무 대상도 될 수 없다.)

오늘날 주식 투자와 관련있는 일을 하는 고급 인력들이 향후 경기 동향을 예측하기 위해 바치고 있는 노력의 단 얼마만이라도 더 생산적인 목적에 사용한다면 정말로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숫자놀이 그만하고 생산적인 일을 하자는 말이지?)

주식투 자의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은 큰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점과 이런 통제를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과 지식, 판단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건 jrogue군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인데, 필립 피셔 큰 형님도 똑같은 이야기를 해서 너무 기뻤다.)

약세장이 임박했다는 이유만으로 빼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주식을 팔아서는 절대로 안되는 더욱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 물론 이론적으로는 주가가 충분히 다 떨어진 다음에 매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주가 하락이 언제 끝날지를 투자자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전제가 있다.
(이래서 적립식 펀드를 사용해서 장기 투자를 하면 유리하다)

주식을 매수할 때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했다면 그 주식을 팔아야 할 시점은 거의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멋져!)

어떤 주식이 지난 몇 년간 올랐다거나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현재 주가 수준을 결정하는 데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지금 시장이 결정한 주가 수준보다 주가를 결정적으로 더 높여줄 수 있는 충분한 개선이 일어나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백미러 보고 운전하지 말자.)

내가 모든 투자자들에게 하고 싶은 충고는 나이가 들어 늙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투자 결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워렌 버핏 예외)

그런데 번역서에 상당한 불만이 많다. 우선 교열을 제대로 안 봐서 그런지 비문이 많이 보인다. 다음으로 가장 큰 불만인데... 아들인 케네스 L. 피셔가 쓴 '나의 아버지 필립 피셔'라는 서문을 본문 가장 마지막으로 옮겨놓은 점이다. 출판사에서 의도적으로 '한국인 정서'에 맞춰 편집 과정에서 서문을 후문으로 이동했다고 밝히는데, 이 책 텍스트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단서를 함부로 훼손한 굿모닝북스 편집자는 정신 많이 차려야겠다. 혹시 번역판을 구입하실 분이라면 이 책 뒷부분에 나온 후문(?)을 반드시 먼저 읽고 본문으로 들어가기 바란다.



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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