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9월 21, 2006

[독서광] 투자 아이디어: 세계 금용시장을 뒤흔든



주식 때문에 눈에 물을 펑펑 흘린 개미들의 특징이 하나 있다. 바로 직감에 의존하거나 귀가 얇아서 남의 말을 맹신한 투자이다. ~카더라 통신과 엉터리 애널리스트 분석자료만 믿고 $을 몰빵했다가 바로 침몰해버린 이야기는 너무나 흔하기에 별다른 소식거리조차 되지 못할 상황이다. 옵션이나 선물은 또 어떻구? NASA 출신 수학자들이 발전시켰기에 일반인들은 원리를 이해못한다는 순 엉터리 신문 기사(이 기사 아랫부분에 올라온 100자 평에서 이미 지적이 나오고 있구만.)가 나도는 판국인지라 주식보다 한걸음 앞선 또 다른 카지노 판을 키우는 상황이다.



이번에 전세계적인 위험 관리 전문가인 피터 L. 번스타인 큰형님께서 지으신 "Captical Ideas"(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투자 아이디어)는 이런 카지노판으로 매도되고 있는 주식/옵션 시장을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훌륭한 책으로 볼 수 있다. 번스타인은 인덱스 펀드, 옵션, 가치 투자, 포트폴리오 투자, 프로그램 매매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 선구자, 출발한 아이디어에 대해 크루즈 미사일로 목표물을 날려버리듯 속이 다 시원하게 핵심을 찌른다. 이런 이유로 인해 아마 이 책을 가장 두려워하는 세력은 자기도 모르는 내용을 떠들어 순진하고 차칸 개미들을 말아먹은 애널리스트와 주식으로 대박난다는 엉터리 서적을 집필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미리 경고하나 드리겠다. 이 책은 _절대로_ 읽기가 쉽지 않으므로 주식 시장이나 부자되기 입문서로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구매하면 뽕빨난다. '부자'가 되겠다고 이 책을 구매하리라 마음먹은 분이 계시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로또를 구매하시라! 기존에 직/간접 주식투자나 펀드 투자도 좀 해보고, 경제 신문을 여러 해 동안 구독해서 기본적인 경제 흐름과 자주 사용하는 용어 정도는 꿰차고 있는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이 책을 읽다보면 기존 상식에 반하고 직관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이야기가 종종 나와서 안그래도 복잡한 머리를 어지럽힌다. 예를 들어, 가장 좋은 포트폴리오는 '주식 시장 전체'라는 이론이 나오는데, 지금 이 말을 이해한 독자분이라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전혀 없다. 옵션이 위험하다고 손도 대지마라는 엉터리 신문기사가 판을 치는데, 까놓고 보면 자동차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_풋_옵션을 매입했다고 볼 수 있다(풋 옵션이 그렇게 위험하다면 불안해서 자동차 보험에 어떻게 가입하지? 풋 옵션 자체가 위험한게 아니고 한탕을 노리고 무모하게 덤비는 태도가 위험한 거다. 이 둘을 분리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나 많다.). 지금 이 말을 이해한 독자라면 역시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전혀 없다. 주가가 과거보다 더 우연적으로 결정되고 정보가 과거보다 더 빠르게 유통된다면, 증권 시장에서 결정된 주가는 내제가치에 더 근접한다. 지금 이 말을 이해한 독자라면 경제 부문에서 이름을 날리는 전문가가 틀림없다.



jrogue군이 생각하기에 이 책에서 가장 뛰어난 내용은 15장에 압축해서 담겨있다. 번스타인은 증권시장이 카지노라는 세간의 비판을 한마디로 일축해버린다.

증권 시장이 없다면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고, 사회주의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대안이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해리 마코위츠의 인용문도 가슴에 와 닿는다.

보이지 않는 손이 투박하고 인정머리 없으며 불공정하다고 할 수 있지만,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보다는 기민하고 효율적이며 숙련된 손이다.


아담 스미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요즘 시대로 돌아왔다면,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를 둘러보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감탄했을지도 모를 노릇이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이 책을 절대로 놓치지 말기 바란다.



뱀다리: 이 책에 따르면 주식으로 돈을 벌기 위한 비결이 뭐냐구? 장기적으로 봐서 인덱스 펀드를 능가하는 상품은 없다고 한다(이 책을 읽다보면 실제로 펀드 매니저 중에서 인덱스 펀드를 능가하는 수익을 거두는 비율은 절반이 훨씬 안된다는 통계가 나온다. 오랑우탄이 동전 던지기를 하는 게임과 확률적으로 뭐가 다른지 분석하는 부분을 읽으면 포복절도 할거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하지만 전체 간접투자 상품 가운데 2/3는 인덱스 펀드와는 무관하게 소위 말해서 주식 시장에 숨겨놓은 비밀을 안다고 생각하는 펀드매니저가 관리하는 상품이므로 이게 바로 문제다. 미국도 이러한 지경인데 한국은 도대체 어떨까? 직접 투자 상품은 논외로 하더라도 간접 투자 상품을 통해 재미를 봤다고 말하는 사람이 그렇게 적은 이유를 이 책을 읽고나서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누구 간접 투자로 _단발성이 아니라 꾸준히_ 재미본 사람 있으면 댓글로 비결 좀 알려주시라.



EOB

댓글 5개:

  1. 금융에 무지한 저로서는 주식시장은 제로섬게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포커판이고 심리전에서 지면 빈털털이가 되는 (한번밖에 없는 인생에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좀 엉뚱한 이유로 포커판에 끼게 되었고 아직 빈털털이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돌아가는 판을 재밌게 구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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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uk-woo님, 저는 간이 작아서... 직접 투자는 꿈도 못꾸고 있습니다.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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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저는 게을러서.. ^^;; 관심있으시면 Confessions of a Street Addict를 추천합니다. 자서전이지만 거의 소설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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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해님... 지난번에 보내주신 Liar's Poker를 읽으려고 가방에 장전한 상태입니다. ;) 배경 지식도 그럭저럭 익혔으니... 무지 재미있게 읽지 않겠습니까?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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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1)free culture-Lawrence Lessig
    2)검약론-새무얼 스마일스
    3)새로운 패러다임-배선영
    4)부의 미래-앨빈 토플러
    5)권력이동- "

    촛점이 없습니다만, 사색(思索=四色)적인 가을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에너지=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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