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12월 17, 2006

[영화광] 파이트 클럽(19금, 스포일러)



The Art of Project Management를 번역하다보니 여러 차례 파이트 클럽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용이 너무나도 궁금해서 끙끙앓다가 DVD가 국내 들어오는 찬스를 절대 놓치지 않고 바로 구매해 놓았는데, 그 동안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계속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연말도 되어서 마음도 뒤숭숭한지라 눈오는 기념으로 한판 보고 말았다. 결과는? 오오 이런 멋진 영화를 아직도 안봤다니 억울함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살금살금 조심하겠지만 그래도 초강력 스포일러가 나올지도 모르니 혹시 파이트 클럽을 볼 사람들은 여기서 브라우저 창을 닫으시라.



파이트 클럽은 매트릭스와는 또 다른 시각적인 효과를 잘 살린 영화이다. 타일러 더든이 나레이터 입에 총을 넣는 초기 장면부터 시작해서 나레이터가 이케아 가구로 온집안을 도배하는 모습을 광고지와 같은 느낌이 나도록 만든 장면과 나레이터 집이 폭파될 때 빠르게 전개되는 모습과 몽환적인 섹스 신을 거쳐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건물 폭파신까지 상당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느낌이 들게 만든다. 시각적인 효과와 더불어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가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면서 영화에 땀냄새 풀풀 풍기는 활력을 제공한다. 데이빗 핀처 감독은 '폭력'에 얽힌 남자들의 숨겨진 로망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한치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냥 치고 박고 싸우는 장면만 나왔다면 '파이트 클럽'은 고만고만한 영화로 사람들의 뇌리에서 쉽게 잊혀졌을텐데, 자아의 분열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제대로 풀어냄으로써 무척 인상 깊은 영화로 남았다는 생각이다. 나레이터가 진짜 극중 나레이터처럼 타일러 더든이 하는 행동(레스토랑 종업원으로 근무하면서 스프에 오줌싸기, 영사기 기사로 일하면서 포르노 프레임을 가족 영화에 삽입해서 상영하기)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이 영화의 화자와 주인공을 완벽하게 분리시키는 척하면서 영화 프레임 곳곳에 나레이터가 바로 화자이자 주인공임을 알려주는 힌트를 화면 곳곳에 절묘하게 배합함으로써 컬트 성향이 짙은 영화로 한단계 판올림을 해버린다.



처음에 영화를 보면서 나레이터의 일상 생활 중에 타일러 더든이 잠시 오버랩되어 나오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해서 처음에는 DVD 마스터링이 잘못된 줄 알았는데, 나중에 자초지종을 알고 나서 한참 웃었다. 영화 속에서도 타일러 더든이 포르노 프레임을 가족 영화 필름 사이사이에 끼워서 관객을 울리더니 실제 영화에서도 타일러 더든 프레임을 여기저기 끼워서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니 이야말로 재귀적인 수법이 아닌가? :)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고 파이트 클럽은 꼭 보기 바란다. 재미있는 대사 - 설정 - 내용이라는 삼박자에 말려 220분이 번개처럼 지나갈테니...



EOB

댓글 8개:

  1. 최고의 영화 중 하나입니다.

    -GunSm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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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드디어 보셨군요..
    APM 베타리더 하면서 무척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
    요즘 번역은 잘 진행되고 있겠죠?
    다음에 베타리더 한다면(시켜주시면) 그때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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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gunsmoke님께서도 재미있게 보신 모양입니다. ;)

    주형님,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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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ribirdz님 블로그에 가보니 베타리딩은 끝난것 같더군요.

    그런데 "파이트 클럽"이란 제목을 보자마자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생각나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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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저에게도 최고의 영화입니다.
    소설도 멋지니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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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ukwoo님, 베타리딩 끝나고 조만간 책이 나오겠습니다.

    jungjun님, 소설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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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파이트 클럽 재미있죠! 13층은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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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ㅋㅋ...비상탈출카드 적나라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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