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을을 맞이하여 책 한 권 소개하겠다. 이름부터 뭔가 있어 보이는 '시장의 탄생'!
이 책은 자유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 중 하나인 '시장'에 대해서 집중 분석한다. 시장이 얼마나 효율적인 시스템이며 여기에 우리가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지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재미있게 설명하므로 경제학이라면 꼬리를 내리시는 분들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시사적인 관점에서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보겠다.
1739년 영국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약속이라는 면에서 상거래의 자유와 내용은 전적으로 신뢰에 달려있다."고 설파했다. 197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케니스 애로는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상거래, 일정 기간에 걸친 상거래 모두 신뢰라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며 따라서 '세계에서 볼 수 있는 경제적 후진성 가운데 대부분은 _상호 신뢰의 결핍_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요즘 한국 경기가 안 좋고 투자가 안 되고 외국인들도 시큰둥하고 난리도 아닌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좌파 세력이 10년 동안 집권했고, 누군가 배후에서 촛불과 스님들을 조정했고, 무분별한 언론과 인터넷 때문에 불안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이 책을 읽다보면 한 가지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신뢰'!
솔직히 하루 전에 말한 내용이 '오해'라는 꼬리표를 달고 완전히 뒤바뀌는 상황에서 무슨 '신뢰'를 찾을까?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바꾸지"라는 방식으로는 국민은 물론이고 시장 신뢰도 얻기는 글러먹었다. 열심히 기획 짜고 예산 확보하느라 밤을 샜는데, 동이 터서 보니 정책이 바뀌어 실행조차 옮기지 못한다면 이 무슨 삽질인가? 여기서도 '신뢰'!
비즈니스 후렌들리한 정책을 펴겠다면서 말을 해 놓고 스스로 깨버린 신뢰를 반강제로 복구하기 위해 중앙 집중적인 법치(?) 국가를 만드느라 열심히 삽질하는 모순성과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음 문구가 오버랩 된다.
인터넷을 중앙에서 통제했다면 오늘날 어떤 모습이었을까? MS나 IBM, 아니면 미국 우정공사를 인터넷의 중앙계획 당국으로 가정해보자. 중앙 통제가 가능했다면 인터넷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양성도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인터넷을 통제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위에서 말하는 다양성은 컴퓨터, 프로토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의미한다. 하지만 역시 위대한(?) 대한민국은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가서 희한한 기관(독자 여러분은 말 안해도 어딘지 잘 알거다)을 만들어서 기술은 물론이고 표현과 내용까지 통제하려 드니(여기서도 신뢰!) 이게 훨씬 더 큰 문제다. 어차피 한국에서야 윈도우/IE로 컴퓨터, 프로토콜, 소프트웨어는 어느 정도 표준화되어 있으니 서비스만 통제하면 되는거 아냐? 낄낄...
전력시장이 창출된 이후인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전력시장 창출과 관련된 캘리포니아 주 하원 법안에 따르면 규제를 철폐할 경우 "경쟁력 있고 저렴한 데다 믿을 수 있는 전력 서비스 시장"이 만들어질 듯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전력시장 구축안은 대실패로 이어졌다. 전력 도매가는 이전의 열 배로 껑충 뛰었다. 정전 사태는 끊이지 않았다.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전력시장 실험을 '위험천만한 대실패'로 규정지었다.
2008년 대한민국에서는 모든 것을 무한 자유 경쟁에 맡겨 '위험천만한 대실패'를 초래할만한 온갖 실험이 밀실에서 그들(?)만의 주도로 조금씩 진행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 정책에 해가 될만한 모든 의사 소통 통로를 좌파 청산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하나씩 둘씩 잘라내고 있는 상황도 심상치않다.
'신뢰'가 없는 세상에 살다보니 '시장'이 제대로 동작할지 정말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원리에 맡겨서 효율성을 추구한다고 떠들어대는 공기업 선진화(?)가 다 무슨 소용일까? 강아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모양새다.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