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관련 책을 소개해주겠다고 약속해놓고서는 부도 수표를 남발해서 죄송하다. 요즘 주부(?) 건망증이 심한지라 뭘 자꾸 잊어버린다. 설 연휴 기념으로 오늘은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라는 창의력 관련 책 한 권을 소개해올리겠다.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는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흔히 모순되는 상황에 부딪히거나 완전히 상반된 아이디어를 다뤄야 하는 경우에 거의 공황 상태에 빠지지만, 성공적인 리더들은 이런 상황에 굴하지 않고 상반된 아이디어를 하나로 합쳐서 전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바로 이런 '통합적 사고'를 기르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소프트웨어 설계 분야에 적용할 내용이 무척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소프트웨어 설계 과정에서 주로 부딪히는 문제는 바로 모순이다. 프로그램 크기 문제와 속력 문제(최적화 과정에서 매일 부딪히는 문제다), 성능 문제와 확장 가능성 문제(성능을 높히려면 추상화를 깨야 하나?), 언어 선택과 성능 문제(사람에 가까운 고차원 언어일수록 _일반적으로_ 성능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 기타 등등 우리는 매일 모순과 싸우며 양자택일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양자택일이라는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서 상반되는 생각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이 책의 미덕은 이런 '통합적인 사고'가 타고난 특성이 아니며 계발되어야 하는 특성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즉 '통합적 사고'는 자고 나니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뭔가가 아니라 부단한 연습, 노력, 피드백, 개선으로 얻을 수 있는 뭔가로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창의력과는 상반된다고 알려진 '경험'을 강조한다. 즉 경험이 전문성을 강화하며, 독창성을 계발하는 열쇠이므로 무대포가 아니라 목표를 설정한 다음에 의식적으로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이 '통합적 사고'에 아주 중요하다는 이론을 펼친다. 지난번 소개한 책에서도 10년 법칙을 강조했었는데, 역시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사고 방식에는 '노력'이 필수 요소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자 그러면 본문 몇 개 보면서 독자 여러분의 구매 욕구에 불을 활활 지펴드리겠다. ;)
가르치기 가장 어려운 입장의 한 요소가 인내심일 것이다. 어머니는 내 급한 성미를 바로 잡아주려 하실 때마다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인내심은 여자들에게는 거의 없고 남자들에게서는 절대 찾아 볼 수 없는 미덕이다."
시스템 역학에 따르면, 우리가 내린 의사 결정이 그토록 자주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는 이유는 우리가 중요한 인과관계를 간과했거나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그런 인과관계가 사실은 비선형적이고 다각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데도 그것이 선형적이고 단일한 방향성을 가진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 파블로 피카소
진정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영감이 넘치는 사람이 되려면 전문기술과 감수성을 연마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끈기 있게 추구할 인내심이 필요하다. 대개 그런 기술과 감수성을 구축하는 데는 수십 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극소수 전문가를 제외한 우리들 대부분은 언제나 가장 명백하고 가장 단순하며 가장 선명한 결론을 찾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언제나 명백한 결론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마 명백한 결론을 당연시 하는 데서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는 절대로 그런 결론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 피터 드러커, 1965년 어느 연설에서
독창성은 실험정신과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발성, 그리고 처음에 계획했던 것과는 다른 뭔가를 시도할 수 있는 개방성을 요구한다. 실험정신에 뿌리를 둔 독창성은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행착오와 시제품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과정에 익숙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못하다면 독창성이 필요없는 전문성에만 매달리게 된다.
전문성은 아무런 노력 없이 우연히 얻어지지 않는다. 전문성은 일관된 경험을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반복해야만 획득할 수 있다. 경험이 많다고 반드시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정도 뽐뿌질이면 충분하리라는 생각이다. :P 올 한해도 모두 모두 즐겁게 독서 생활 하시길...
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