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B급 프로그래머는 사진이랑 아주 친하지 않다. 찍는 행위는 물론 찍히는 행위도 아주 싫어한다. 사진을 위해 어색한(?) 표정을 짓기도 어려워하고 사진을 찍기도 어려워한다. 수전증, 구도 무개념, 예술 감각 부족, ......,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뭐 그렇지만, 사진 구경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잘 찍은 사진을 보면서, 도대체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괴물이야?라고 감탄만 해서 문제지. 이번에 유명한 사진작가인 조 맥널리가 지은 '사진 순간 포착의 비밀'(영어 제목: The Moment It Clicks)을 보면서도 역시 부러움 반 놀라움 반을 느꼈다. 책 내용이 촬영 기법이라서 B급 프로그래머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독자 여러분의 예상을 뒤 엎고 의외로 건질 내용이 많았다. ;)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역시 '창의력'은 의도적인 목표를 잡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발생하는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맥널리는 생각할 틈, 아니 숨쉴틈도 없이 바라던 상태에 놓인 피사체를 발견하자마자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러서 멋진 작품을 얻은 공을 운으로 돌리긴 하지만 그 동안 투자한 시간, 노력, 정열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운이 전부가 아니다. 프로그램을 작성할 때 본능적으로 손가락이 움직여서 코드가 완성되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감하겠지만, 이런 순간은 그냥 오지 않는다.
창의력을 차치하고서라도 맥널리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프로그램 작성과 상당히 유사한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스튜디오에서 여러 가지 설정값을 바꿔가며 시간을 투자해서 원하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지속적인 개선(stepwise refinement?)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간과 공간 제약에 쫓겨서 감으로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다(timebox development?). 게다가 (대다수) 프로그램 작업과 마찬가지로 헛발질만 하다 초읽기에 몰리는 경우도 있다. 좋은 예로, 이 책에 나오는 노벨상 수상자인 라이너스 폴링 박사 사진은 철수 직전에 절묘한 타이밍으로 얻은 사진이다. 사흘동안 특별한 사진을 건지지 못하다가 포기하고 철수하려는 순간에 고양이가 라이너스 박사 어깨위로 올라오는 장면을 그대로 사진에 담는 이야기를 보며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부분은 주로 사진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뒤로 가면 자기 일에 대한 애착과 가족에 대한 애정 등이 사진과 오버랩 되어 잔잔히 흘러나오므로 B급 프로그래머처럼 사진에 익숙하지 않고 전문적인 사진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공감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이다.
멋진 인용구 하나 소개하며 뽐뿌질을 마무리한다.
늘 기억해야 하는 것은,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만이 사진가의 심장을 뛰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당신이 무엇을 하던 권태에 빠져있다면, 다시 한번 의욕을 되살리기 위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강력 추천한다!
EOB
변치 않는 뽐뿌의 소스이십니다. 덕분에 잔고가 0에 수렴 중... ㅎㅎ
답글삭제날씨가 찜질방 안 같아요. 건강하세요.
이쁜 여자들 많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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